세계를 덮은 운영체제, Windows의 역사(2)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이 비틀거리는 사이 윈도우 95의 영광을 놓치지 않고 후속타인 98을 내보냈다. 전작이 워낙 성공적이었던 만큼, UI에서 일반인이 체감할 만한 큰 변화가 없어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3.x 버전 시절에서 95로 넘어가는 만큼의 혁신을 기대한 관련 업계의 실망감은 높았다. 그러나 이미 95가 탄탄하게 닦아 놓은 기반에는 영향이 없었고 95에 이어 98 역시 높은 보급률을 기록했다. 다른 대체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윈도우 98의 가장 큰 특징은 윈도우가 단순한 운영체제 단품이 아닌 통합적인 플랫폼 전략의 밑바탕을 목표로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웹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 전자우편을 위한 아웃룩 익스프레스가 OS에 완전히 통합됐고 멀티미디어 재생기와 오피스 제품군을 비롯한 여러 응용 프로그램을 분야를 막론하고 OS와 결합시켜 마이크로소프트만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가 나타났다. 이를 위해 최소 권장 메모리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그래픽과 멀티미디어 관련 기능이 강화됐다. 이후 윈도우의 계보는 98SE, Me(Millenium Edition) 등을 거쳐 진정한 후속 OS라 할 만한 XP로 이어지게 된다.
윈도우의 인기에 힘입어 개인 사용자와 더 높은 사양을 원하는 기업 사용자를 분리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는데, 1993년 첫 출시된 32비트 PC 전용 OS인 윈도우 NT 3.1이 그것이다. ‘새로운 기술’(New Technology)의 약자인 NT는 기업에서의 쓰임에 맞게 네트워크 기능과 보안성, 안정성을 업그레이드한 9x로 대표되는 개인용 윈도우의 상위 버전이었다. 이후에도 NT 계열 윈도우는 개인보다 더 거대한 시장을 목표로 하는 라인업으로 90년대 말까지 3.5, 4.0 등으로 꾸준한 개량을 거듭한다.
98이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휘슬러(Whistler)라는 코드네임으로 개발되어 2001년 가을 세상에 나온 윈도우 XP는 또 하나의 성공작으로 기록된다. 경험을 뜻하는 eXPerience의 약자인 XP는 의미 그대로 전 세계 사용자에게 95에 이어 획기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내부 시스템상으로는 개인용 윈도우와 NT 계열 윈도우의 통합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NTFS 파일 시스템 사용이 가능해지고 안정성이 늘어나는 NT 계열의 장점이 대거 반영됐다. 다만 구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고 단일 브랜드 내에서 ‘홈 에디션’과 ‘프로페셔널 에디션’으로 나뉘어 시판됐다. XP는 시리즈 역사상 최초로 64비트 버전이 출시된 버전이기도 하다.
XP의 눈에 띄는 변화는 푸른색을 주조로 한 컬러풀한 UI 디자인이다. 윈도우의 상징과도 같은 창문 심벌도 현대적으로 깔끔하게 다듬은 XP는 안정성과 사용성을 납득할 만한 가격으로 조화시킴으로써 출시 2개월 만에 2,000만 개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리며 아성을 과시했다. 2014년 공식 지원이 종료됐지만 종료 10년이 흐른 지금도 세계 어딘가의 PC에서는 XP가 돌아가고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히트작으로 기억된다. 반면 2007년 벽두를 연 XP의 후속작 윈도우 비스타는 사실상의 실패작으로 평가받았다. 디자인이 히트에 기여한 XP의 성공 공식을 따르려는 듯 UI에서 Aero 테마라는 화려한 디자인을 내세웠지만 그만큼 OS가 무거워졌고 호환성이 부족하여 개인과 기업 고객 둘 다 잡지 못했다. 비스타를 제대로 돌리려면 당시 기준으로 상당한 고사양 부품이 필요했다고 한다. 비스타의 참패는 2009년 데뷔한 윈도우 7에 와서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다.
애플과 IBM이 1980년대 초반 PC 시장을 열어젖힌 이래, 두 진영은 완전히 상반된 길을 걸었다. 애플은 제품과 함께 자사의 OS도 자사 PC에서만 가능하도록 통합시켰다. 1990년대 중반 재정난으로 인해 잠깐 MacOS의 라이선스를 구매한 타사 PC의 출시 계획이 논의된 적이 있지만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원래 성격대로 맥 클론을 전부 금지했다. 반면 애플보다 공개적이었던 IBM PC 진영에서는 그런 제한이 없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던 IBM 진영의 패권 싸움은 곧 소프트웨어 싸움으로 변모했고 그 경쟁의 승자는 PC 관련 부품 제조가 아닌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가 더 돈이 된다는 것을 내다보고 윈도우를 비롯한 소프트웨어에 집중한 마이크로소프트였다. 빌 게이츠가 IBM과의 계약에서 저작권 자체를 넘기지 않고 팔리는 PC 대당 라이선스 방식을 고집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8, 10, 11 등을 거쳐 2020년대에 와서도 개선을 거듭하고 있는 윈도우는 앞으로도 IBM 호환기종의 생태계와 관련 시스템이 건재하는 한 지배적인 OS로 변함없이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