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덮은 운영체제, Windows의 역사(1)

세계를 덮은 운영체제, Windows의 역사(1)

마이크로소프트 Windows(윈도우)는 현재 세계 각지에서 작동하는 PC 운영체제(OS)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지배적 OS다. 컴퓨터를 만들어 파는 것은 제조사지만 윈도우를 위시한 압도적인 프로그램 파워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다. 처음에는 MacOS와 비할 수 없는 물건이었던 윈도우는 개량을 거듭하여 IBM 호환기종의 대세를 상징하는 이른바 ‘윈텔’(윈도우 OS+인텔 프로세서)의 핵심 조합으로 성장했으며 개인용 PC 시장에서 윈도우의 독주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윈도우의 시작은 마이크로소프트가 1981년 개발에 착수하여 4년 후 선보인 1.0으로 여겨진다. 초창기 윈도우의 위상은 지금 같지 않았는데, 독립된 OS가 아닌 MS-DOS를 기반으로 동작하는 응용 프로그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DOS의 뼈대 위에 GUI라는 외피를 입힌 개념이었다. 이름은 실행 화면이 창문(Window)의 격자를 닮았다는 이유로 명명됐고 그림판, 워드 프로세서, 달력, 시계, 메모장 등의 기본적인 기능을 지원했다.

초기 윈도우는 동시기의 매킨토시 OS(MacOS)와 비교하면 매우 불편한 물건이었다. 창 겹치기가 불가능하여 화면 사용도 한정적이었다. 그럼에도 디자인의 일부는 매킨토시 OS와 유사했는데, 이는 매킨토시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애플과 맺은 라이선스 계약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었다. 애플의 실수라고 일컬어지는 이 디자인 유사성 문제는 이후 이어진 소송의 단초가 된다. GUI를 처음 개발한 제록스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간의 GUI 특허 소송은 무수한 뒷얘기를 남겼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크지 않은 시장의 반응에도 개량을 계속했다. 2년 후인 1987년 프로그램의 큰 틀을 바꾸고 MS엑셀을 구동 가능하게 만든 2.0을 발표했고 1990년에는 MS-DOS 운영체제에서 많은 부분 독립한 3.0을 선보였다. 그러다가 이를 좀 더 개선한 윈도우 3.1이 1992년에 등장했는데 이 3.1이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라고 하면 3.1이 대명사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이 성공을 거두며 윈도우는 IBM 호환기종 운영체제의 표준으로 점점 인식되어 갔다. 3.0과 3.1은 두 버전은 출시 2년 만에 1,000만 개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오피스 프로그램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을 견인했다.

영원한 라이벌 애플에 결정타를 먹인 것은 1995년 8월 시판에 들어간 윈도우 95다. 플러그 앤 플레이, 255자까지 가능한 파일명, 마우스 오른쪽 버튼의 본격적인 활용 등 윈도 하면 떠올리는 대부분의 요소가 코드명 ‘시카고’로 개발된 윈도우 95에서 시작됐다. 시작 버튼과 작업 표시줄 같은 오늘날 윈도의 표준 UI가 완성된 것도 이 시리즈에 이르러서였다. 앞선 것들에 비하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IBM 호환기종용 키보드에 윈도우 각인이 들어간 키가 탑재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 키의 기능은 작업 표시줄에 있는 ‘시작’메뉴를 실행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웹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기본 탑재와 강화된 멀티미디어, 멀티태스킹 기능도 라이벌을 압도했다(익스플로러 기본 탑재는 이후 미국 반독점법 위반으로 인한 기나긴 소송의 불씨가 된다). 블루스크린으로 대표되는 안정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지만 인기 행진을 가로막지는 못했다. 명령어를 아는 전문가의 전유물이었던 컴퓨터가 한국에서 대중화되기 시작한 기점도 윈도우 95의 출시로 꼽힌다. 윈도우 95는 여러모로 당시까지의 개발 성과를 집대성하는 동시에 향후 수십 년간의 OS 개발 방향성을 제시했다.

기존 윈도우와 차원이 다른 본격적인 GUI를 탑재한 윈도우 95가 출시되면서 PC 시장의 상황도 급변했다. 애플만이 갖고 있던 MacOS의 장점이 희석됐기 때문이다. 애플 매킨토시는 앞선 그래픽 성능을 바탕으로 출판・편집 등 제한적 분야에서나마 우위를 점하고 있었는데 그 시장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매킨토시가 80년대부터 GUI 운영체제를 탑재했다고는 하지만 GUI를 실질적으로 대중화시킨 것은 10년 넘게 시차를 두고 출시된 윈도우 95로 받아들여졌다. 기존 라인업의 소소한 개량만 거듭하며 이 방면에서 안주했던 애플은 윈도의 상품성 개선을 비롯한 여러 문제가 겹치며 부도 직전의 위기에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