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아이패드 프로에 탑재, ‘탠덤 OLED’가 뭐길래?
영상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는 평판이 대세다. 오래전 존재했던, 표면이 볼록한 브라운관 디스플레이는 평면 브라운관을 거쳐 현재는 LCD에 자리를 완전히 넘겨주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며, 시야각과 초점거리를 고려해 몰입감을 높일 용도로 곡률을 적용한 게이밍 모니터가 마니아 사이에서 사랑받고 있지만, 전체 수요에 비교하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평판 디스플레이는 탑재한 패널이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크게 나눌 수 있다. 현재 패널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방식은 OLED, Micro LED이고, 빛을 낼 수 없어서 ‘백라이트’를 이용한 방식이 LCD다. 그리고 LCD는 약간의 변형이 더해지며 LED, QLED, Mini LED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이들 평판 디스플레이의 특징은 다른 기사에서 자세히 다루었으니, 이번 기사에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화질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OLED와 Micro LED가 가장 뛰어나다는 것만 기억하자.
그런데 최근 OLED와 관련해 대중의 관심을 끄는 발표가 있었다. 애플이 지난 5월 초 개최한 ‘애플 스페셜 이벤트’에서 신형 아이패드 프로에 ‘탠덤 OLED’(Tandem OLED) 구조의 ‘Ultra Retina XDR Display’를 탑재한다는 내용이었다.
‘Ultra Retina XDR Display’는 애플의 수사이니 크게 신경 쓸 것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신형 아이패드 프로가 OLED를 탑재했고, 그 OLED는 지금까지 알려진 OLED와는 다른 ‘탠덤’ 구조의 OLED라는 점이다. 과연 탠덤 OLED는 어떤 디스플레이이기에 지금까지 OLED를 채용하지 않았던 애플마저 채용하게 했을까?
네 줄 요약
- 탠덤 OLED는 빛을 내는 ‘발광 유닛(Emission Unit)’을 복수로 탑재한 OLED 기술이다.
- 발광 유닛이 여러 개 들어가므로 당연히 제조 원가는 비싸진다.
- 발광 유닛이 여러 개라 더 밝은 빛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체감 화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 발광 유닛이 빛을 나누어 낼 수 있어서 수명이 일반 OLED보다 길다.
OLED가 빛을 내는 원리
탠덤 OLED를 이해하려면 우선 OLED가 어떤 과정을 통해 빛을 내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래 사진을 먼저 보자.
음극(cathode, 여기서는 metal)에서 이동한 전자와 양극(anode, 여기서는 ITO)에서 이동한 양공(hole)은 EML(발광층)에서 만나 쿨롱 인력으로 결합해 엑시톤(exciton, 여기자) 상태가 된다. 이 엑시톤은 쿨롱 인력만큼의 에너지만 얻으면 언제든지 다시 전자와 양공으로 되돌아가려고 할 정도로 불안정한데, 이때 되돌아가면서 안정된 상태로 바뀌면 에너지 준위가 낮아지고, 이 낮아진 에너지 준위만큼 발광층에서 빛이 생겨난다. 이것이 OLED가 빛을 내는 원리다.
EML에 어떤 에너지를 가진 유기물이 있느냐, 즉 어떤 색을 내는 유기물이 있느냐에 따라 만들어내는 색이 달라진다. 빛의 삼원색이라 할 수 있는 Red, Green, Blue가 EML을 통해 발생하고, 이를 조합해 다양한 색이 만들어진다. 참고로 위 그림에서 전자와 양공이 지나가는 ETL, EIL, HIL, HTL층은 OLED의 발광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탠덤 OLED의 등장
탠덤(tandem)의 사전적 의미는 ‘2인용 자전거’를 의미하지만, 공학적으로는 ‘기계적으로 다중 결합해 서로 협력하는 장치’라 이해하면 된다. 즉, 이중 구조의 탠덤 OLED는 OLED를 이중으로 결합한 장치인 셈이다.
애플의 스페셜 이벤트를 소개한 기사에서 필자는 탠덤 OLED를 “OLED를 상하로 겹쳐 직렬로 연결한 구조인데, 단일 구조의 OLED와 비교해 같은 밝기를 내는데 전류를 덜 소모하므로 OLED의 문제로 지적되는 ‘번인 현상’을 줄일 수 있다”라고 간략히 설명한 적이 있다. 기사에서는 탠덤 OLED의 원리가 중요한 게 아니었으므로 이 정도로만 설명했는데, 사실 탠덤 OLED에는 매우 복잡하고 고도의 기술이 담겨 있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상하로 겹쳐 직렬로 연결한다고 해서 완성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닌 것이다.
위 영상을 보자. 이 영상은 삼중 구조의 탠덤 OLED 작동 원리를 나타낸 것이다. 원래는 전자와 양공이 만나서 빛을 내고 이 빛을 조합해 색을 만드는데, 삼중 구조의 탠덤 OLED에는 빛을 만들어내는 ‘Emission Unit’이 3개 탑재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OLED의 발광층인 EML을 단순히 3개 탑재해 R, G, B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앞서 OLDE의 구동 원리로 소개한 그림, 즉 EML뿐만 아니라 ETL, HTL, HIT까지 모두 포함한 ‘Emission Unit’을 3개 탑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 ‘Emission Unit’ 사이에 Charge Generation Layer라 불리는 ‘CGL’층을 탑재하고, CGL에서도 전자와 양공을 발생시켜 각 ‘Emission Unit’이 동작하게 만든다(최근에는 CGL층을 생략하기도 한다).
탠덤 구조의 장점은?
발광 유닛이 3배 많이 들어가고 다른 첨단 기술도 다수 들어가는 탠덤 OLED. 당연히 제조원가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신형 아이패드 프로에 탠덤 OLED를 채용한 것일까?
일반 OLED보다 밝다
애플은 2010년 「iPhone 4」를 선보이며 사람의 눈으로는 화소를 인식할 수 없을 정도의 고밀도 디스플레이를 채용했다면서 ‘레티나 디스플레이’라 명명했다(당시 인치당 화소 수는 326ppi였다). 이후 애플은 아이패드, 맥북 프로에도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선보이며 사람들에게 애플 기기의 디스플레이는 최고의 화질을 자랑한다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레티나라는 명칭 또한 ‘수퍼 레티나’, ‘수퍼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로 진화(?)시키며 마케팅을 이어갔다.
현존 최고 화질의 평판 디스플레이 방식은 누가 뭐래도 OLED다. 생각보다 시기가 늦어지긴 했지만, 애플 기기에 OLED가 채용되는 건 당연한 흐름이었으리라. 애플이 일반 OLED가 아닌 탠덤 구조의 OLED를 채택한 건 ‘최고 화질’에 대한 고집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체감 화질은 밝기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잠자기 전 침대에 누워 불을 다 끄고, 평소에 즐겨 플레이하던 게임을 하나 실행시켜보자. 그리고 스마트폰 밝기를 조절해서 어둡게 했을 때와 최대로 밝게 했을 때의 화면을 비교하자. 후자의 화질이 훨씬 더 좋게 느껴질 것이다.
탠덤 OLED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여러 발광 유닛을 탑재하고 있다. 그림에서 설명한 것처럼 삼중 구조라면 발광 유닛이 3개인 셈이다. 이 말은 단순 계산으로도 밝기를 3배까지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야외에서 사용할 일이 많은 스마트폰, 태블릿의 최대밝기는 중요한 스펙 중 하나인데, 탠덤 구조의 OLED는 밝기 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제공한다.
수명이 길다
OLED의 단점은 번인 현상으로 인해 수명이 짧다는 점이다. O는 ‘organic’의 약자인데, 발광층이 유기물(organic)을 재료로 하므로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물론 최근에는 기술이 발전하며 번인 현상이 일어나는 시기를 뒤로 많이 늦추긴 했다.
발광 유닛이 여럿이라는 소리는, 동시에 밝히면 밝기가 2배, 3배로 높아진다는 의미도 되고, 각 발광 유닛이 1/n 밝기만 내도 일반 OLED와 같은 밝기를 구현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번인은 발광 유닛 속 유기물이 얼마나 소모되는지에 따라 생기므로 발광 유닛이 1/3만 작동한다면 유기물 소모 속도는 크게 줄어들고, 이는 발광 유닛을 훨씬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발광 유닛 작동 부하와 번인 현상 발생까지의 시간이 어떤 관계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중 탠덤 구조의 OLED 수명은 일반 OLED 수명의 4배 정도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