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인기 캐릭터(1):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게임과 인기 캐릭터(1):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M이 크게 쓰인 빨간 모자에 파란 멜빵바지 그리고 하얀 장갑. 언뜻 언밸런스 해보이는 의상을 입고도 위화감 없이 화면을 종횡무진 누비는 캐릭터 ‘마리오’. 닌텐도 콘솔 게임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도 마리오는 대부분 안다. 1985년 데뷔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전설인 작품이 많은 닌텐도 아케이드 게임 세계관 내에서도 최대 히트작이라 할 만하다.

마리오 캐릭터의 시작은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빨간 모자에 콧수염을 기르고 멜빵바지를 입은 마리오는 닌텐도의 전설적인 게임 개발자 미야모토 시게루가 주도하여 81년 출시한 아케이드 게임 동키콩(Donkey Kong)에서 게임 진행을 위한 조연으로 처음 등장했다. 이때는 특별한 이름 없이 ‘점프맨’으로 불렸고 직업은 목수로 설정됐다.

점프맨이 정식으로 ‘마리오’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1983년. 이 해 출시된 ‘마리오 브라더스’에서 마리오와 동생인 루이지가 등장했고 배경이 건설 현장에서 지하 세계로 변경되면서 직업도 배관공으로 바뀌었다. 국적은 이탈리아계 미국인, 연령대는 20대로 정해졌다. 튀는 컬러의 의상에 흰 장갑을 낀 마리오 캐릭터의 생김새는 80년대 게임 그래픽의 열악한 해상도 속에서도 시인성을 높이고 박진감을 더하기 위한 고심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왜 하필 ‘마리오’일까? 일본 회사에서 제작한 게임인데 국적과 이름이 일본스러운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이 이름은 당시 닌텐도 미국 지사가 입주했던 빌딩의 이탈리아계 건물주 마리오 시갈리(Mario Segale)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밀린 임대료를 받으러 온 그의 모습을 보고 직원들이 그대로 주인공 명칭으로 차용한 것이다. 마리오의 풀네임은 성과 이름이 같은 마리오 마리오(Mario Mario)라고 하며, 동생 이름인 루이지(Luigi)도 형을 따라 이탈리아인을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지어졌다. 형의 상징색이 붉은 것과 달리 루이지를 상징하는 것은 녹색이다.

꾸준한 개량 끝에 1985년 9월 닌텐도가 마리오 역사의 시작점으로 삼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패미컴용으로 시판에 들어갔다. 주요 플롯은 플레이어가 버섯 왕국을 배경으로 주인공 마리오를 조작하여 악당인 쿠파에게 붙잡힌 피치 공주를 구하는 것이었다. 마법을 쓸 수 있는 능력자 피치 공주를 구출해야 쿠파족의 술수로 인해 벽돌과 식물 등으로 변한 버섯 왕국의 백성들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이름이 점프맨이었을 정도로 이동 중의 점프 동작을 중시한 슈퍼 마리오 시리즈는 통통 튀는 점프하는 즐거움을 제대로 구현한 게임으로 평가받는다. 여담으로 게임 내 악당인 ‘쿠파’라는 이름의 유래는 한국어 ‘국밥’이다. 악당의 생김새나 마리오 시리즈와는 별로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국밥이란 단어의 어감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은 미야모토 시게루가 이를 빌런 보스 이름으로 채택한 것이다. 국밥 외에도 ‘비빔밥(비빈파)’과 ‘육회(유케)’가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돌아보면 역시 가장 좋은 선택은 부르기 쉽고 강한 ‘쿠파’다.

마리오는 단순한 게임 캐릭터가 아니라 1980년대 닌텐도 전성기의 시작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로 여겨진다. 화투 제작을 주업으로 하던 닌텐도가 오늘날의 비디오 게임 절대강자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가 마리오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8-90년대 패미컴과 슈퍼패미컴의 시장 우세 속에 마리오 캐릭터도 전성기를 누렸다. 원작 게임인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2006년까지 4,000만 장이 넘는 공식 판매 기록을 세워 기네스북에 올랐는데 정식 소프트웨어가 아닌 불법 복제판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억 단위를 넘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마리오 시리즈의 의의는 단순히 판매량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가 선보인 여러 설정은 후배 개발자에게 다양한 영감을 주었다. 슈퍼마리오 카트(1992)처럼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파생 게임도 선보였다. 카트 경주를 콘셉트로 한 마리오카트는 그 구성과 진행 방식에서 한국 넥슨이 개발한 카트라이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제 애니메이션, 영화, 완구로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마리오 시리즈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서 미키마우스, 포켓몬스터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대형 IP로 성장했다. 그러나 마리오 시리즈의 사업적 규모가 아무리 커져도, 마법을 풀고 공주를 구하기 위해 초록 배관을 누비는 마리오의 작달막한 체형은 영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