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우주 전쟁, 스페이스 인베이더

세상을 바꾼 우주 전쟁, 스페이스 인베이더
오리지널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플레이 이미지

퐁(PONG)이 열어젖힌 비디오 게임 시장의 잠재력은 많은 개발자를 자극했다. 잘 만들어진 게임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아타리는 외부에 설치된 대형 게임기 뿐 아니라 집에서도 카트리지 교환을 통해 손쉽게 여러 게임을 즐길 수 있는 VCS(후에 아타리 2600으로 개명)를 출시하여 비디오 게임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이제 탁구 게임인 퐁을 넘어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등장할 차례였다. 1978년 6월 일본 타이토에서 개발, 출시한 스페이스 인베이더는 우주 전쟁을 배경으로 한 슈팅 게임으로, 퐁과 마찬가지로 해당 분야의 시초가 됐고 지금까지 정석으로 여겨지는 아케이드 게임의 많은 기준을 정립한 걸작이다.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개발자는 1969년 타이토의 자회사 퍼시픽공업에 입사한 니시카토 토모히로다. 그는 1972년 아타리가 선보인 퐁을 계기로 비디오 게임의 매력에 빠졌다. 마침 모회사 타이토가 슬롯머신, 핀볼, 크레인 게임 등의 기계식 게임기를 계속 생산·판매하며 게임 업계의 주요 회사로 성장하고 있었다. 토모히로는 퐁의 카피 버전인 엘레퐁(Elepong)을 포함한 여러 게임 개발에 참여하며 기반을 쌓아 나갔다. 1973년 아케이드 게임기 형태로 선보인 엘레퐁은 비록 퐁을 그대로 베낀 아류작이지만 일본 최초의 전자 아케이드 게임기로 꼽힌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당대 히트작인 <우주전함 야마토>, <스타워즈> 그리고 벽돌을 깨 점수를 얻는 방식의 1인칭 게임인 아타리 브레이크아웃에서 힌트를 얻어 새로운 게임을 구상했다. 플레이어가 아래, 상대가 위에 위치하는 기본적인 틀은 브레이크아웃과 같았지만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적이 플레이어의 방어 진지에 닿기 전에 막아낸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플레이어가 서서히 다가오는 적에게 총탄을 쏴서 제거하는 것이 기본 방식이었다. 적은 무생물이 아니고 그렇다고 사람도 아니어야 했다. 당시만 해도 아무리 게임이지만 사람을 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허버트 웰스의 소설 <우주전쟁>에서 힌트를 얻어 외계 생명체로 정했다. 여기에 게임 순위는 이기고 지거나 엔딩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고득점을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초반에는 사내에서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했다. 적이 가만히 있지 않고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전개가 사람들에게 압박을 주고 게임을 어렵게 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대중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사람들은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적을 제거하는 전투 행위에 열광했다. 곧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즐길 수 있는 게임기가 다른 게임기보다 월등하게 많이 팔리기 시작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이름을 딴 카페와 전용 게임센터인 ‘인베이더 하우스’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카페, 술집, 그리고 목욕탕에까지 설치되어 사람들의 플레이 욕구를 자극했다. 1978년과 79년에 걸쳐 시중에 100엔 동전이 일시적으로 부족했던 현상이 스페이스 인베이더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적의 공격을 막아내기, 점점 빨라지는 적 등 스페이스 인베이더가 처음 제시한 요소는 후대 게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퐁과 마찬가지로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재미있게 즐긴 사람들이 게임 개발의 길로 접어드는 계기가 되었는데, 인기 FPS ‘둠’ 시리즈를 제작한 존 카멕과 존 로메로도 어린 시절 큰 영향을 준 게임으로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꼽았다. 무역업으로 돈을 벌던 타이토는 갑자기 비디오 게임계의 거물로 부상하며 비디오 게임 개발을 주력 사업으로 삼기 시작했다.

이 게임의 인기는 많은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1981년 라이벌 남코가 내놓은 정신적인 후속작 갤러그는 직선 일변도의 움직임에 사선을 추가하는 등의 개선으로 스페이스 인베이더 못지 않게 유명해졌다. 2023년 7월에는 타이토와 구글이 협업하여 증강현실(AR) 게임인 ‘스페이스 인베이더 월드 디펜스’를 내놓기도 했다. 구글의 API를 활용하여 현실세계의 건물과 게임 화면을 AR로 융합한 ‘스페이스 인베이더 월드 디펜스’는 2차원 화면이었던 원작을 발전시켜 실제 세계를 무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며 AR 셀프카메라 기능으로 촬영한 플레이 스크린샷을 SNS에 공유 가능하게 하는 등, 원작을 계승하되 오늘날의 트렌드에 맞는 요소를 더했다. 앞서 포켓몬스터 콘텐츠를 이용해 성공을 거둔 ‘포켓몬 GO’와 비슷한 구도라고 할 수 있다. 오리지널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신화는 저물었지만 그 유산은 비디오 게임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