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교환식 카메라의 구분: SLR, DSLR과 미러리스(1)
1924년 독일 라이카가 현대적인 카메라의 형태를 정립한 이래 35mm 규격으로 대표되는 소형 카메라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 중 1950년대를 넘어서면서 전문가용 카메라의 주류이자 렌즈 교환식 카메라 하면 가장 일반적인 유형으로 떠오른 것이 SLR(Single lens reflex)이다.
우리말로 일안 반사식 카메라로 번역할 수 있는 SLR 카메라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상이 대각선으로 설치된 미러(일안)를 통해 위쪽으로 올라가고(반사), 상단에 설치된 오각형 펜타프리즘을 통해 상하좌우가 제대로 보이는 상태로 사용자의 뷰파인더에 들어오는 방식을 말한다. 기존 주류였던 RF(Range finder) 카메라와 비교 시 보이는 상과 실제 찍히는 상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는 SLR이 처음부터 대세가 되지 못한 이유는 구조의 불완전함에 있었다. 초창기 SLR은 셔터를 누르면 미러가 올라붙어 시야를 가리는 블랙아웃 현상이 발생하는데 처음에는 이런 현상이 심했다.
그러나 아사히펜탁스가 미러가 빠르게 제 위치로 복귀하는 이른바 ‘퀵 리턴 미러’를 선보이면서 SLR 방식은 RF, 렌즈가 2개인 TLR 등을 누르고 그야말로 압도적인 대세로 부상했다. 1959년 니콘 F의 데뷔와 성공은 SLR의 유행을 더욱 촉진시켰다. 결국 일본 메이커의 SLR 도전을 무시했던 라이카는 1970년대 들어와 브랜드의 존립을 걱정할 정도의 경영난을 겪어야 했다. 자존심을 꺾고 일본 업체인 미놀타와 제휴, R시리즈를 개발하기도 했지만 SLR 시장에서 라이카의 영향력은 지금도 크지 않다.
20세기 후반 들어 촬영 매체로 필름의 시대가 저물고 CCD 혹은 CMOS 센서를 사용하는 디지털 센서의 시대가 열렸다. 이에 맞춰 기존 SLR을 디지털화한 것이 디지털 SLR, 즉 D-SLR이다. 19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며 개념이 정립된 DSLR은 니콘 D1(1999)과 캐논 EOS-1D(2001)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특히 캐논은 연속촬영 능력 향상으로 기동성에 초점을 맞춘 EOS-1D와 화소 수를 늘려 스튜디오 촬영에 특화시킨 1Ds 시리즈, 그리고 풀프레임 센서를 중급형 기종에 적용한 EOS-5D 시리즈로 이름을 날렸다. 2003년 나온 EOS-300D는 DSLR의 보급에 크게 공헌한 보급기였다. 부동의 1위 업체였다가 디지털 시대에 들어와 2위로 내려앉은 니콘 역시 가만있지 않고 D3, D4 등으로 플래그십을 개선하는 한편 3,000만 화소가 넘는 고화소를 내세운 D800(2012) 등을 통해 꾸준한 반격을 날렸다.
속칭 ‘데세랄’로 불리며 한동안 고급 카메라 시장을 선도한 DSLR이지만 그 치세도 영원하지는 않았다. 미러리스의 등장 때문이다. 미러의 역할에 대해 이해했다면 미러리스의 뜻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거울이 없다(Mirror-less)는 의미를 지닌 미러리스 카메라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상을 위쪽으로 보내는 미러와 펜타프리즘이 없는 카메라를 말한다. 상을 광학식으로 살필 수 있는 장비가 없는 대신 전자식 라이브 뷰를 보며 촬영하게 된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가장 전자화된 카메라인 셈이다. 언제나 파인더로 화면을 살필 수 있는 DSLR과 달리 전자장비의 개입이 많아 바디 자체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
단점을 상쇄하는 미러리스의 가장 큰 장점은 작은 크기와 무게다. 구조상 DSLR에서는 필수인 미러박스와 펜타프리즘 같은 무거운 부품이 필요없기 때문에 바디와 렌즈의 크기를 압도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렌즈 교환과 화질 같은 기능은 DSLR 못지 않아 상위 개념으로 꼽힌다. 2008년 파나소닉이 루믹스 시리즈를 통해 최초로 선보였고 파나소닉과 합작한 올림푸스에서도 펜(PEN) 시리즈를 통해 인지도를 높여 나가기 시작했다.
소수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러리스 카메라를 본격 대중화시킨 메이커로는 소니가 꼽힌다. 카메라 사업 진출을 위해 미놀타를 인수하여 알파 마운트를 발전시켰지만, 후발 주자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DSLR보다는 완전한 신사업인 미러리스에 NEX 시리즈를 시작으로 집중 투자했다. 덕분에 현재는 일반 미러리스의 대명사로 통한다. 한동안 관망하던 캐논과 니콘 등의 후발주자도 지금은 시장성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추세다. 미러리스의 등장과 발전은 스마트폰 카메라의 대중화만큼이나 카메라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동안 굳건하던 DSLR 시장은 전문가용 미러리스의 등장과 함께 점차 축소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