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돌, 타입 디자인 컨퍼런스 ‘산돌 사이시옷’ 개최 ➁
세 번째 세션에서는 서체 스튜디오 Julytype 소속으로 활동 중인 디자이너 에드워드 줄라이 씨가 ‘수 세기에 걸쳐 글자 형태에 영향을 미친 것은 무엇일까?’라는 제목하에 연사로 나섰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서체 디자이너 줄라이 씨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글자 형태에 영향을 미치며 언어, 춤, 노래와 같은 다른 문화들도 한 사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회를 통해 점진적으로 진화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3500년에 달하는 라틴 알파벳의 발전 과정을 예로 들었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그전까지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 어를 혼용했던 우크라이나인들은 우크라이나 고유의 언어만을 사용하려 노력 중이며, 문자 분야에서도 러시아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그는 전했다. 같은 키릴 문자로 분류되지만 러시아 키릴과 우크라이나 키릴은 역사적 그리고 형태적인 차이가 작지 않다. 18세기 러시아의 표트르 1세가 다른 유럽 국가의 영향을 받아 행한 키릴 문자 개혁은 우크라이나 고유의 문화적 요소를 배제했기에 불합리한 개혁이었으며 이때 키릴에 포함된 몇몇 라틴 알파벳을 보면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고유의 키릴 문자를 되살리기 위한 힌트가 되는 것은 글라골 문자(Glagolitic Script)와 우스타브 문자(Ustav Script) 이다. 둘은 슬라브어를 표기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문자로 여겨진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에서는 러시아 키릴 대신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쓰이던 고유의 키릴을 복원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창제 당시의 한글 고어를 21세기 한국인들이 바로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옛 우크라이나 문자와 현재 문자 간 이질감을 줄이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자의 사용과 발전에 정치·사회적 문제가 끼치는 영향을 가장 최근 현안과 연결 지어 설명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줄라이 씨는 마지막으로 현재 근무 중인 스튜디오 Julytype의 서체 개발과 배포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Julytype에서는 라틴이 아닌 다른 문자들을 동등하게 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라틴 모든 서체에 우크라이나 키릴을 포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Julytype에서 만드는 서체에 아랍어·태국어를 포함한 다양한 문자를 추가 중이며 미래에는 한글도 추가하고 싶고 또한 규모가 작은 우크라이나 회사들에 전쟁이 끝날 때까지 서체를 무료 배포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 네 번째 세션은 산돌에 근무하는 노은유·정태영 씨가 연사로 나서 한글 폰트의 바람직한 분류 체계 정립을 위한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현재 한글 폰트의 가짓수는 상당히 많아졌고, 이에 따른 검색의 필요성도 이전보다 늘어났다. 그러나 한글의 분류 체계는 라틴 알파벳에 비해 명확하지 못한 상태이기에 머릿속에 있는 원하는 폰트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어도비 폰트의 경우 한글을 바탕, 돋움, 굴림, 디자인, 필기체의 5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디자인적 일관성이 없이 하나로 엮인 경우가 많다. 구글 폰트도 마찬가지로, 한글만의 체계가 없고 라틴 기준 필터가 그대로 제공된다. 이럴수록 폰트 검색은 망망대해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사용자의 무한스크롤을 유도하는 불편함이 있는 것이다.
산돌 연구팀은 문제 해결을 위해 첫 번째로 검색시 일관성을 갖는 실용적인 체계, 두 번째로 글로벌하게 통용될 수 있는 체계, 세 번째로 앞으로 다양해질 한글 폰트 시장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하는 체계 이렇게 3가지의 연구 목표를 설정하고 산돌구름에서 서비스하는 한글 폰트를 크게 부리, 민부리, 디스플레이, 손글씨, 심볼 이렇게 5가지로 분류했다. 각 분류는 다시 세부 분류를 통해 나누어져 사용자의 검색 편의를 돕게 된다. ‘부리’는 다시 휴머니스트 부리, 곧은부리, 옛부리, 새부리 등으로 나뉘는 식이다.
정태영 씨는 이렇게 만든 분류 체계를 내년에 개편될 예정인 산돌구름 폰트 검색서비스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폰트가 가지는 굵기, 너비, 대비, 구조 같은 속성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세밀한 필요까지 충족시킬 계획으로, 현재 위 요소가 조금 더 객관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정량적 속성값을 측정하는 단계이며 컨퍼런스 이후에도 연구 결과와 관련한 의견이 있을 시 서비스 출시 전까지 제보해 준다면 되도록 검토 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지식과 정보가 오고 간 ‘산돌 사이시옷’ 컨퍼런스는 애플워치와 로지텍 무선 키보드 3대를 경품으로 내걸어 총 4명이 당첨의 기쁨을 누린 럭키드로우 이벤트 후 내년을 기약하며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