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드 AI’로 살펴보는 삼성전자 모바일 AI의 미래상
지난 10일, 삼성전자는 ‘갤럭시 언팩 2024’ 행사에서 갤럭시 Z 폴드 6와 Z 플립 6를 포함해 갤럭시 워치, 버즈, 링 등 역대 최다 신제품을 공개했다. 특히 폴더블과 웨어러블까지 다양한 폼팩터로 영역을 확장한 갤럭시 AI는 한층 더 강력해진 AI 생태계를 예고했다.
많은 사람이 갤럭시 언팩 2024에서 공개된 신제품, 그리고 곧바로 발표된 사전 예약 판매 내용에 집중했지만, 사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행사가 하나 더 열렸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다음 날인 11일에 프랑스 파리의 전통 건축 양식이 돋보이는 컨벤션 장소, ‘3마자리움(3 Mazarium)’에서 열린 ‘살롱 드 AI(Salon d’AI)’였다.
‘살롱 드 AI’는 업계 리더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AI의 미래를 조망하는 자리로 구글, 퀄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참석해 AI의 발전 방향성을 모색하며 활발한 토론의 장을 펼쳤다. 삼성전자가 공들이고 있는 모바일 AI의 향후 방향성, 목표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신제품 발표 못지않게 중요한 행사였다고 생각한다.
극장식 구조의 대강당에는 약 300명이 넘는 미디어와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전문가들의 통찰에 귀를 기울였다. AI의 진보가 우리 삶에 끼칠 영향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성찰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지금, 이 자리에서 오간 내용을 짧게나마 정리해보았다.
‘사람을 위한 접근’이 모바일 AI의 시작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무대에 오른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 최원준 부사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는 모바일 AI가 사용자의 삶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이를 위한 삼성전자와 업계 파트너사들의 긴밀한 협업과 책임감 있는 AI 개발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예정”이라고 ‘살롱 드 AI’의 개최 취지를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발표를 경청하며 때로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으로 중요한 순간을 기록했다.
진행을 맡은 캐롤리나 밀라네시는 삼성전자가 모바일 AI 개발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본격적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최원준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사용자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갤럭시 AI의 강점을 살려, 사용자들에게 진정 필요한 AI 경험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연구해 왔다”라며, “그 결과 실용적이면서도 지금 바로 사용 가능한 모바일 AI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즉, 사용자 중심의 접근 방식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올 초 선보인 갤럭시 AI는 이미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술”이라며, “2024년 한 해 동안 약 2억 대의 모바일 기기에 갤럭시 AI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경영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글로벌 학술연구 결과도 들을 수 있었다. 연구소 최고혁신책임자 크리스 브라우어 박사는 “소비자의 삶의 질과 AI의 연관성을 고찰하기 위해 기업이 나서서 학구적인 분석을 수행한 것은 삼성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 박사는 “연구에 따르면, 모바일 AI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삶의 질을 높게 평가할 확률이 높다”라며, “이는 AI를 단순 도구의 역할로 생각지 않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잠재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별로 AI의 성숙 속도가 상이하다는 점도 눈에 띄는데, 예를 들어 영국은 AI를 자주 사용하는 인구가 9%였지만, 한국은 25%로 조사 국가 중 가장 높았다”라고 말했다.
모바일 AI가 창의성과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어졌다. 삼성리서치 글로벌 AI 센터장 김대현 부사장은 AI 사용 빈도가 높은 사용자들이 창의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가능성이 두 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 결과를 근거로 그는 “AI 기술은 그저 좋은 기술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유의미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퀄컴의 CMO 돈 맥과이어 부사장은 AI가 기존의 ‘신기한’ 기능에서 이젠 유용하고 ‘필수적인 도구’로 전환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삼성과 같은 파트너사가 이미 잘하고 있듯, 사용자의 일상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AI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모바일 AI의 완성에는 열린 협력이 필수
행사의 또 다른 화두는 ‘협력’이었다.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 등 업계 파트너사와 개방형 협업을 통해 최첨단 AI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구글의 제미나이 UX 담당 제니 블랙번 부사장은 “갤럭시 S24 시리즈의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 기능은 구글과 삼성이 긴밀한 한 팀으로 협력해 온 훌륭한 사례”라면서, “우리는 AI 모델이 다양한 기기에서 잘 작동하고, 사용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적화 과정을 만드는 데 함께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제니 블랙번 부사장에 따르면 서클 투 서치 도입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기가 다 다른데 어떻게 하면 가장 쉽고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결과 어떤 기기에 가장 먼저 탑재할 것인지를 계속 논의하고 조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갤럭시 AI가 채택한 ‘하이브리드 AI’ 접근법에도 관심이 쏠렸다. 김대현 부사장은 “하이브리드 AI는 온디바이스 AI의 빠른 대응성과 클라우드 기반 AI의 폭넓은 경험이 결합된 것”이라며, “가까운 미래에는 하이브리드 접근 방식이 모바일 AI의 유일한 접근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삼성 고유의 생성형 AI 모델을 신중하게 개발해 왔고, 인간 중심의 AI를 개발하기 위한 공동의 목표 아래 기술 개발과 협력에 힘쓰고 있다”면서, 삼성전자가 기술 혁신에 있어 협업을 주축으로 삼고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퀄컴의 돈 맥과이어 부사장 또한 “AI가 실용성뿐만 아니라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하이브리드 접근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라면서, “그렇기에 삼성, 구글과 같은 파트너사가 함께 강력한 퍼포먼스 기반의 온디바이스 AI와 클라우드 기반 AI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안전하고 신뢰 가능한 모바일 AI
마지막 주제로 참가자들은 안전하고 포용적인 AI 개발과 책임 있는 혁신이 무엇인지 의견을 나눴다. OECD 디지털경제정책부 AI 경제학자인 루시아 루소는 “AI 규제가 혁신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 중이며 모든 AI 규제는 개인정보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대현 부사장도 개인정보보호가 초연결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임에 공감했다. 그는 “공정성, 투명성, 책임성이라는 세 가지 핵심 원칙에 따라 혁신과 안전을 제공하려 한다”라면서, “갤럭시 AI 대시보드로 클라우드의 모든 데이터를 전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라고 사용자의 통제 권한을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가까운 미래에는 AI가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다양한 유형의 입력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 모달(multi-modal)’과 상황이나 맥락을 파악하는 ‘컨텍스추얼(contextual)’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사용자에게 선택과 통제 권한을 제공하는 것은 모바일 AI의 혁신에 있어 계속해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자료 제공 : 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