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도와 주사율, 고화질을 위해선 무엇이 더 중요할까?
영상 출력 장치(display device)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화질(畵質, image quality)이다. 당연하다. 그런데, 화질은 구체적으로 어떤 개념일까? 색이 화사한 정도? 이미지가 선명한 정도? 일반적으로 해상도가 높으면 화질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즉, 해상도 = 화질이라는 개념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네 줄 요약
- 화질은 해상도나 주사율 같은 특정 성질이 아니라 종합적인 개념이다.
- 해상도가 높을수록, 주사율이 빠를수록 고화질로 이어진다.
- 높은 해상도, 빠른 주사율을 위해선 돈이 많이 들어간다.
- 둘 중 하나를 우선시해야 한다면, 자신의 사용 패턴에 맞는 요소에 우선 투자하자.
화질은 특정 성질이 아니라 ‘종합적인’ 개념
이해를 돕기 위해 화질의 개념을 설명한 글을 찾아보던 중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 두 레퍼런스를 소개할까 한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화질을 ‘텔레비전 따위에서 색조, 밝기 따위의 화상(畫像)의 질’이라 정의하고 있으며, 일진사가 출간한 광용어사전에서는 ‘화상을 주관적으로 평가했을 때의 총체적인 품질’이라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바로 ‘따위’라는 표현과 ‘총체적인’이라는 표현이다.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이해가 되는가? 바로 특정 성질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해서 내린 결론이 화질이라는 점이다. ‘따위’, ‘총체적인’이라는 표현이 이를 뒷받한다. 개인적으로 화질은 해상도뿐만 아니라 주사율, ppi, 색 재현도, 응답속도 등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반영되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화질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인 해상도와 주사율
하드웨어 커뮤니티, 게임 커뮤니티 등을 구경하다 보면 흔히 보게 되는 질문 중 하나가 ‘게임을 더 고화질로 즐기려면 해상도가 높은 모니터를 사는 게 좋은지, 주사율이 높은 모니터를 사면 좋은지’ 알려달라는 글이다. ‘4K 해상도 & 60Hz 주사율 지원 모니터’와 ‘QHD 해상도 & 144Hz 주사율 지원 모니터’ 중 어느 쪽이 좋은지 알려달라는 식이다.
해상도는 ‘화면(picture)을 구성하는 성분(element)’을 줄인 말인 ‘화소(pixel)’가 한 화면에 몇 개나 배치되어 있는지를 의미한다. 4K는 3840 × 2160, 즉 가로에 3840개의 픽셀이 배치되고 세로에 2160개의 픽셀이 배치되므로 총 829만 4,400개의 픽셀로 이루어져 있다. QHD는 보통 2560 × 1440으로 표시하므로 368만 6,400개의 픽셀이 사용된다. 4K 해상도에 사용되는 픽셀이 QHD보다 2.25배 많으므로 화질에 영향을 주는 다른 모든 기준이 같다면 4K 화질이 QHD보다 2.25배 더 좋다는 뜻이 된다.
한편, TV나 모니터, 영화 등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눈으로 보는 ‘아날로그’ 이미지와 달리 조금씩 다른 정지 화면을 연속으로 보여주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는 건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주사율은 이때 영상 출력 장치가 1초 동안 몇 장의 정지 화면을 연속으로 재생하는지를 의미한다. 단위는 Hz(헤르츠)를 쓴다.
60Hz는 1초에 60장의 정지 화면을 연속으로 보여준다는 뜻이고, 144Hz는 144장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1초에 사용되는 정지 화면이 많을수록 부드럽고 매끈하게 연결된다고 느껴진다. 화질에 영향을 주는 다른 모든 기준이 같다면 144Hz는 60Hz보다 화질이 2.4배 더 좋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주사율 차이가 어떻게 체감되는지 엔비디아에서 올린 동영상이 있다. 주사율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니, 그럼 굳이 4K & 60Hz, QHD & 144Hz 중에서 고르지 말고 더 좋은 것끼리 묶은 4K & 144Hz 제품을 고르면 되지 않을까? ‘이론상’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많다. 바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그래픽 처리 능력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바로 돈이랑 직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해상도, 주사율 사양은 돈과 직결된다
이해하기 쉽게 앞서 언급했던 4K & 60Hz, QHD & 144Hz를 예로 들어보겠다. 4K의 화면은 829만 4,400개의 픽셀로 구성되는데, 60Hz라면 이 화면을 1초에 60번 보여준다는 뜻이다. 즉 4K & 60Hz에서는 최소 1초에 829만 4,400개 × 60인 4억 9766만 4,000개의 픽셀을 그래픽 카드가 만들어야 한다.
그래픽 카드가 1초에 만들어내는 화면을 의미하는 frame per second-fps와 모니터가 표시하는 능력인 주사율은 정확히 말하면 다른 개념이지만, fps가 주사율보다 높아야 모니터의 주사율이 최대 성능을 발휘할 수 있으므로 여기서는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겠다. 같은 원리로 QHD × 144Hz에서는 368만 6,400개 × 144인 5억 3084만 1,600개의 픽셀을 그래픽 카드가 만들어야 한다. 둘 사이의 차이는 10%를 넘지는 않는다.
그런데 4K & 144Hz라면 어떨까? 11억 9439만 3,600개의 화소를 만들어야 한다. 4K & 60Hz의 2.4배, QHD × 144의 2.25배에 해당한다. 이 말은 모니터 성능도 성능이지만, 그래픽 카드의 성능(정확히는 CPU와 RAM 등을 포함한 전체적인 성능)도 그만큼 더 높아져야 한다는 뜻이다. 대응하는 모니터를 포함해 CPU와 그래픽 카드, RAM 등 시스템의 전체적인 성능을 끌어올리려면 얼마를 더 투자해야 할까? 쉽지 않은 금액임은 분명하다. 돈이랑 직결되는 문제라고 표현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4K & 60Hz, QHD & 144Hz 중에서 무엇을 골라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앞서 모니터 가격에서 봤던 것처럼 가성비를 높게 챙길 수 있는 사양과 가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은?
결론부터 말하면 해상도, 주사율 모두 높은 게 최선이지만, 둘 중 하나를 우선시해야 한다면 자신의 상황에 맞게 결정하는 게 좋습니다.
선택 1. FPS나 액션 게임을 선호하면 주사율
자신이 1인칭 슈팅 게임(FPS)이나 소울라이크 장르처럼 움직임이 격렬한 액션 게임을 자주 플레이하고 좋아한다면 주사율을 우선하길 권한다. 조금이라도 상대를 더 빨리 파악해야 하고 프레임 단위의 조작(패링이나 튕기기)이 필요한 게임에서 주사율이 느리다는 건 승패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래픽 카드의 fps보다 주사율이 떨어지는 모니터의 경우 화면 찢김(테어링) 현상이 생길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장르의 게임이 아니더라도 인물이나 사물의 움직임이 더 부드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주사율 우선이 좋다.
선택 2. LOL이나 게임 영상, 유튜브를 선호하면 해상도
반면에 영화나 OTT 등의 동영상 콘텐츠를 많이 보거나 문명 시리즈처럼 정적인 게임(움직임이 많지 않은 게임), 롤이나 스타크래프트처럼 넓은 시야를 확보해야 하는 게임을 좋아한다면 해상도를 우선하길 권한다. 동영상 콘텐츠의 프레임은 제한되어 있고, 이런 게임들에선 주사율 차이가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TIP 하나 더
주사율 변화는 해상도 변화보다 상대적으로 체감 정도가 떨어진다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한다. 특히 120Hz 이상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하드웨어 스펙 변화(=비용) 대비 주사율 변화를 체감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반면, 주사율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해상도 변화는 더 크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165Hz, 240Hz를 지원하는 게임도 아직은 많지 않다.
따라서 자금 사정이 ‘매우매우’ 넉넉하지 않다면, 주사율은 144Hz를 넘기지 말고 대신 해상도를 높이는 편이 고화질을 즐기기에 좋다. 개인적으로 향후 몇 년을 고려해 가장 가격 대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모니터 사양은 QHD & 144Hz, 조금 더 욕심내면 4K & 120Hz가 한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때 사용하는 입출력 케이블은 HDMI는 2.1 이상, DP는 1.4 이상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