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퍼런스와 비레퍼런스, 재밌는 그래픽카드 이야기

레퍼런스와 비레퍼런스, 재밌는 그래픽카드 이야기

PC로 그래픽 작업을 하거나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에게 그래픽카드는 아주 중요한 부품이다. 제대로 된 성능을 내지 못하면 업무 효율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풀려 하는 게임에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래픽카드는 여러 제조사를 통해 출시되고 있어서 구매를 고려할 때 어떤 제조사의 그래픽카드를 사용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워지기 일쑤다.

우선 복습부터 해보자. 지난 기사를 통해 그래픽카드와 GPU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설명했다. GPU는 그래픽 관련 연산을 담당하는 싱글 칩이고, 그래픽카드는 컴퓨터 메인 보드의 특정 위치에 장착하는 애드인 보드(Add-in Board)로 GPU를 비롯해 비디오 메모리용 VRAM, HDMI나 DisplayPort 등의 포트, 냉각 부품 등 GPU의 성능을 온전히 활용하기 위한 장치들을 하나로 모은, 일종의 ‘모듈’이라 생각하면 된다.

PC용 그래픽카드에서 GPU를 공급하는 회사로는 NVIDIA, AMD, INTEL이 있다. 즉, 그래픽카드는 GPU 회사가 공급하는 GPU 칩을 기반으로 회로를 설계하고 VRAM, 포트, 냉각 부품 등을 조합해 완성한 ‘모듈’이고, 이 과정을 담당하는 곳이 그래픽카드 제조사다. 대표적인 그래픽카드 제조사로는 MSI, GIGABYTE, ASUS, ZOTAC, SAPPHIRE 등이 있다.

회로를 어떻게 설계하고 다른 부품을 어떻게 조합해서 GPU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만드느냐는 그래픽카드 제조사의 기술력에 달려있다. 그래서 그래픽카드를 고를 때 고민이 생기는 것이다.

같은 RTX 4070 Ti SUPER GPU를 사용하더라도 제조사에 따라 다양한 그래픽카드가 출시된다.

세 줄 요약

  • GPU 제조사가 직접 회로까지 설계해 출시한 그래픽카드를 레퍼런스 모델, GPU만 가져와 제조사가 독자적으로 설계해 출시한 그래픽카드가 비레퍼런스 모델이다.
  • 레퍼런스 모델은 오버클로킹이 제한되어 비레퍼런스 모델보다 성능에서는 뒤지지만, 먼저 출시된다는 장점이 있다.
  • 비레퍼런스 모델은 성능은 레퍼런스보다 우수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제조사마다 가격 차이도 있다.

레퍼런스와 비레퍼런스

그래픽카드를 구분하는 기준은 여럿이 있겠지만, 어디서 만드느냐에 따라 ‘레퍼런스’와 ‘비레퍼런스’로 나눌 수 있다.

‘레퍼런스’는 GPU를 만든 회사가 직접 그래픽카드 설계까지 맡아 완성품으로 내놓은 모델이다. ‘우리가 이런 GPU를 만들었는데, 이 GPU를 이용해서 그래픽카드를 만들면 이 정도 성능을 낼 수 있어’의 느낌이랄까? 성능의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용도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덧붙여서 복잡하게 만들지 않고 딱 보여주고 싶은 성능만 보여준다 생각하면 된다. 레퍼런스 모델은 GPU 회사가 만들었다는 뜻에서 ‘Founders Edition’(FE)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CES 2024에서 경품으로 제공된, NVIDIA의 CEO인 젠슨 황의 사인이 담긴 「RTX 4080 Super Founder’s Edition」

반면 리레퍼런스 모델은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이 GPU만 가져다 자기들의 기술력을 통해 만든 제품이다. 레퍼런스 모델과 똑같이 만들면 차별화가 힘들기에(차이가 없다면 ‘순정’이라고 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택할 테니까) 자신만의 기술을 더해 만들고, 이로 인해 같은 GPU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각 제조사가 만든 비레퍼런스 모델의 벤치마크를 돌려보면 성능이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 성능 차이는 가격에 영향을 미쳐, 같은 GPU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벤치마크가 낮으면 더 저렴하게 판매되기도 한다. 비레퍼런스 모델은 각 그래픽카드 제조사가 자신만의 기술로 만들었다 해서 ‘오리지널’ 모델로 부르기도 한다.

레퍼런스와 비레퍼런스의 차이

레퍼런스 모델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서 GPU의 성능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이므로 안정적으로 동작하도록 설계가 이루어졌다. 그래서 성능을 가장 단적으로 나타내는 ‘동작 클록’이 비레퍼런스 제품보다 낮게 설정되어 있다.

GPU를 만드는 회사가 만들다 보니 비레퍼런스 모델보다 먼저 출시되고, 그래서 최신 그래픽카드를 먼저 체험하고 싶은 사람에겐 레퍼런스 모델이 매력적이다. 이것저것 붙여서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으므로 그래픽카드의 크기도 작다. GPU의 오버클록을 막아놓아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제품 수명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동작 클록이 낮게 설정되어 있어 냉각 시스템을 추가해야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한편, 비레퍼런스 모델은 다양한 부분에서 레퍼런스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성능 향상이다. 그래픽카드 제조사는 독자적인 기술을 통해 그래픽카드를 설계함으로써 원래 GPU가 가진 성능보다 더 높은 성능을 구현하는데, 이때 성능에 제한을 걸어둔 GPU의 제한을 풀어 더 높은 성능을 내도록 만드는 과정이 오버클록이다. 오버클록된 GPU는 더 높은 성능을 내지만 그만큼 발열이 많아지므로 이를 식히기 위해 대형 또는 추가 냉각 팬, 히트 싱크 등을 통해 냉각 성능을 강화하곤 한다.

팬의 크기와 개수를 늘리는 물리적인 방법 외에 저소음과 연계하는 기술 등 제조사의 독자적인 기술이 비레퍼런스 모델에 적용된다. 사진은 이엠텍의 「RTX 4070 Ti SUPER BLACK STORM OC D6X 16GB」 설명 중 일부.

성능 향상 외에 투명 케이스나 빛을 내는 LED 등을 더하는 등 독자적인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꾀하기도 한다. 레퍼런스 모델보다 나중에 나오긴 하지만, 여러 제조사가 제품을 출시하는 만큼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제품은 레퍼런스보다 비레퍼런스에 있을 확률이 높다.

레퍼런스 모델과 비레퍼런스 모델의 차이점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