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서플라이 고르기 뭣이 중한디? 중한 건 ‘정격’과 ‘효율’

파워 서플라이 고르기 뭣이 중한디? 중한 건 ‘정격’과 ‘효율’

지난 기사, [조립 PC를 위한 파워 서플라이 고르기]에서 시스템 고성능화에 따라 중요성이 더더욱 높아진 파워 서플라이의 ‘규격’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좀 더 실무적인 부분으로 들어가서, 파워 서플라이의 실질적인 성능과 관계된 ‘정격 출력’, ‘부하율’, ‘변환 효율’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세 줄 요약

  • 파워 서플라이에서는 정격 출력, 변환 효율이 가장 중요하다.
  • CPU와 그래픽카드를 제외하면 일반 데스크톱 PC의 소비 전력은 약 60W 정도다.
  • 부하율을 고려해 시스템 전체 필요 전력보다 약 2배의 정격 출력을 갖춘 파워 서플라이를 추천한다.

가장 중요한 건 ‘정격 출력’

파워 서플라이는 PC 부품들이 동작하도록 전력을 공급해주는 부품이다. 물론, 파워 서플라이가 발전기처럼 스스로 움직여서 전력을 만들어내는 건 아니다. 정확히는 ‘가정용으로 공급되는 교류 전력을 PC 부품이 사용하는 직류 전력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맡으며, 이때 어느 정도의 전력까지 공급할 수 있는지, 그리고 바꾸는 과정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가 파워 서플라이의 핵심 성능으로 평가된다. 전자가 ‘정격 출력’, 후자가 ‘변환 효율’이다. 정격 출려과 관련해 주의해야 할 점은 ‘최대 출력’과 ‘정격 출력’을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최대 출력’은 파워 서플라이가 젖먹던 힘까지 최대한 짜낼 때 낼 수 있는 출력을 의미한다. 당연히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고,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CPU나 그래픽카드의 벤치마크를 한계까지 돌릴 때 등 한정적인 상황에서만 사용되므로 일반 사용자로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과거에 소위 ‘뻥출력’이라 불리는 이 최대 출력을 파워 서플라이의 성능처럼 호도하며 팔던 시기가 있었기에 참고로 설명해보았다.

정격 출력은 파워 서플라이가 장시간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수 있는 출력으로 ‘정격 출력’이야말로 진짜 출력이다. 이 정격 출력이 PC 시스템의 총 필요 전력보다 높아야 PC가 안정적으로 제 성능을 발휘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무용이나 일반 사용 PC는 500W, 게임용 PC는 800W, CG 작업이나 초고성능 게임용 PC는 800W 이상의 정격 출력을 갖춘 파워 서플라이를 준비하면 충분했지만, CPU와 그래픽카드의 전력 소비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지금은 좀 더 신중하게 파워 서플라이를 고를 필요가 생겼다.

다나와에서 600W~899W 용량의 ATX 규격 파워 서플라이를 검색한 결과. 모델명에 적힌 와트(W) 표시는 모두 정격 출력을 의미한다. 사실 요즘에는 최대 출력을 찾아보기가 더 힘들다.

변환 효율은 ‘80PLUS’ 인증을 확인

변환 효율은 정격 출력과 함께 파워 서플라이에서 중요한 성능 중 하나다. 교류로 들어오는 전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직류로 바꿔주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낮으면 같은 정격 출력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실제 소비하는 전력의 양이 커진다.

예를 들어 정격 출력은 800W로 같고, 변환 효율이 80%인 A 제품과 70%인 B 제품이 있다고 하자. A 제품은 800W를 만들어내기 위해 1000W 전력을 사용하게 되고(변환 효율이 80%), B 제품은 800W를 만들어내기 위해 1143W(변환 효율이 70%) 전력을 사용하게 된다. 즉, B 제품은 14.3%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해야 A 제품과 같은 정격 출력을 낼 수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사용자는 14.3% 전기료를 더 부담해야 한다.

80PLUS 인증의 종류. 오른쪽으로 갈수록 변환 효율이 높으며, 이에 따라 가격도 비싸진다.

그래서 파워 서플라이 제품 중에 ‘변환 효율’이 우수한, 구체적으로 80% 이상의 변환 효율을 갖춘 제품을 보증하는 ‘80PLUS’(에이티 플러스) 인증이 탄생했다. 80% 이상이라고 해도 너무 범위가 넓고, 변환 효율이 높아질수록 효율을 조금만 올리려고 해도 많은 기술과 비용이 들어가므로 세부적으로 등급을 나누는 시도가 더해지면서 STANDARD, BRONZE, SILVER, GOLD, PLATINUM, TITANIUM 등급이 생겨났다. 어느 등급이 어느 정도의 변환 효율을 나타내는지는 아래의 표를 참고하자.

부하율이 다르면 같은 등급이라도 변환 효율은 조금씩 다르다. 부하율에 대해서는 다시 설명하겠다.

‘부하율’까지 고려하면 완벽

파워 서플라이를 고를 때 ‘부하율’까지 고려하면 더욱 완벽해진다. ‘부하율’은 PC 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전력 총량과 파워 서플라이의 정격 출력을 비교한 수치로, 파워 서플라이가 얼마나 열심히 일해야 PC 시스템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지로 이해하면 된다. 예를 들어 PC 시스템에 필요한 정격 출력이 600W이고, 파워 서플라이의 정격 출력이 1000W라면 해당 파워 서플라이의 부하율은 60%인 셈이다. 이 부하율이 왜 중요한지는 부하율에 따라서 변환 효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파워 서플라이의 80PLUS 인증별 변환 효율’을 보면 가로 항목에 부하율이 있고, 50% 항목의 수치는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빨간 수치는 20%일 때, 80%일 때보다 높다. 즉, 부하율이 20%, 80%일 때보다 50%일 때 가장 변환 효율이 높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수치를 비교해보면 STANDARD를 제외하고 최소 2%, 최대 4%까지 높은데, 이는 등급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한 등급 이상 차이나는 수치다. 50% 부하율로 PLATINUM 제품을 사용하면(변환 효율 92%) 20%나 80%로 TITANIUM 제품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다는 뜻이고, 50% 부하율로 SILVER 제품을 사용하면(변환 효율 88%) 20%나 80%로 GOLD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보다 오히려 효율이 높다.

물론 부하율을 50%로 유지하려면 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전력 총량보다 2배 정도 높은 정격 출력을 보유한 파워 서플라이가 필요하므로, 전기료를 아낄 수 있는 대신 파워 서플라이 가격이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부하율을 50%로 유지할 수 있는, 즉 정격 출력에 여유가 있는 파워 서플라이를 이용하는 장점은 변환 효율 외에도 더 있다.

마이크로닉스의 파워 서플라이 「CLASSIC Ⅱ FULL CHANGE 700W」 제품의 설명 페이지 중 일부. ‘50% Load’라고 적힌 부분은 부하율 50%일 때를 의미한다. 부하율에 따라 변환 효율이 달라지므로 이렇게 표기해주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부하율 50%의 장점

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전력 총량과 비슷하게 파워 서플라이의 정격 출력을 고르지 않고 부하율이 약 50%가 되도록 정격 출력이 넉넉한 파워 서플라이를 고르는 장점은 다음과 같다.

향후 업그레이드를 대비

PC를 다년간 사용하다 보면, 성능 부족을 체감하며 업그레이드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필요한 부품만 상위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기도 하고, SSD나 RAM을 추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위 제품은 당연히 전력 소모도 많아지는 법. 파워 서플라이 용량에 여유가 없다면, 부분적인 업그레이드, 부품 추가를 위해서 파워 서플라이까지 새로 구매해야 할 수도 있다. 정격 출력에 여유가 있다면 추가 비용을 막을 수 있다.

파워 서플라이의 노후화를 대비

항상 성능을 최대로 발휘해 전력을 공급하는 파워 서플라이와 절반 정도만 발휘해 전력을 공급하는 파워 서플라이 중 어느 쪽이 노후화가 빨리 진행될까? 당연히 전자일 것이다. 정격 출력에 여유가 있는 파워 서플라이를 사용하면 제품 노후화가 더뎌지고, 시간 경과에 따라 정격 출력 용량이 조금씩 줄어들어도 여유 있게 시스템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즉, 파워 서플라이 자체의 수명을 늘리는 효과로 이어지는 셈이다.

전력 변환 효율이 높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전력 변환 효율은 부하율이 50%일 때 가장 높다. 왜 50%일 때 가장 높을까? 파워 서플라이는 50%로 출력할 때(부하율이 50%일 때) 전력 변환 효율이 가장 높도록 애초에 설계됐기 때문이다. 변환 효율이 높으면 전력을 덜 사용해도 되고, 이는 전기요금 인하와 친환경으로도 이어진다.

내 PC 시스템에 맞는 정격 출력은?

개인용 PC 시스템에서 가장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부품은 CPU와 그래픽카드다. 이 부품들은 사양에 따라 사용 전력의 편차가 매우 크지만, 다행히 설명 페이지에서 얼마인지 확인하기 쉬우니 필요 전력 총량을 계산하기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외에 HDD, SSD, ODD, RAM, 메인보드 등의 부품은 얼마나 전력이 필요한지 빠져 있거나 찾아보기 힘들 수 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HDD, NVMe SSD, ODD 등은 25W 정도로 계산하고, 메모리와 FAN, SATA 방식 SSD는 개당 약 5W, 메인보드는 약 10W 정도로 계산하면 시스템에 필요한 전력을 대략 추정할 수 있다. 요즘은 HDD와 ODD를 거의 안 쓰니, CPU + 그래픽카드 + SSD와 NVMe SSD를 1개씩 + RAM 2개 + FAN 1개 + 메인보드로 구성한다고 가정하면 CPU와 그래픽카드의 소비 전력에 약 60W를 더하면 시스템의 필요 전력이 된다.

따라서 부하율 50%에 맞춰서 파워 서플라이를 구매한다면, (CPU 소비 전력 + 그래픽카드 소비 전력 + 60W) × 2로 고르면 된다.

CPU와 그래픽카드의 소비 전력을 따로 찾아보고 계산해도 되지만, 이처럼 CPU와 그래픽카드 조합에 따라 권장되는 파워 서플라이 용량을 보고 결정해도 된다. 단, 사용자의 시스템 구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표에 적힌 해당 용량 이상의 파워 서플라이를 사용하길 권장한다는 걸 잊지 말자(자료 제공 : 한미마이크로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