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 PC를 위한 파워 서플라이 고르기

조립 PC를 위한 파워 서플라이 고르기

CPU와 그래픽카드는 PC 성능에서 워낙 중요한 부품이라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많지만, 필수 부품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중요성을 놓치기 쉬운 부품들이 있다. 파워 서플라이가 가장 대표적이다.

CPU와 그래픽카드가 고성능화되면서 사용하는 전력이 많아짐에 따라 시스템에 안정된 전력을 공급해주는 ‘파워 서플라이’의 중요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클록 속도, IPC, 코어의 수로 대표되는 CPU 성능이나 TOPS(정수 처리 연산 단위), FLOPS(부동 소수점 연산 단위)로 대표되는 그래픽카드 성능과는 다르게 눈에 딱 들어오는 수치가 없으므로 중요성이 덜 강조되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이번 기사에서는 그런 파워 서플라이와 관련해 첫 번째로 규격에 대해서 살펴보려 한다.


네 줄 요약

  • PC가 안정적이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전력을 공급해주는 파워 서플라이는 주목도는 덜하지만 중요한 부품이다.
  • 파워 서플라이는 원리에 따라서 ‘리니어’ 방식과 SMPS 방식으로 크게 나뉘는데, 현재는 SMPS 방식이 주류다.
  • PC 부품의 규격화가 진행되면서 파워 서플라이도 크기에 따라 ATX, EPS, SFX/SFX-L 등의 규격으로 나눌 수 있다.
  • ATX는 일반 데스크톱용, EPS는 서버나 워크 스테이션용 고성능 PC, SFX/SFX-L는 미니 또는 슬림 PC용이라 생각하면 된다.

파워 서플라이의 분류

파워 서플라이는 주로 전류를 받아 정확한 전압과 전류 및 주파수 등으로 변환하여 전력을 필요로 하는 장치에 공급 및 부하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전기 장치를 말한다. 한글로는 ‘전력 변환기’라고도 부르는데, PC 부품과 관련해서는 보통 ‘파워 서플라이’, 또는 줄여서 ‘파워’라고 부르는 게 보통이다.

파워 서플라이는 원리에 따라서 ‘리니어’ 방식과 SMPS(Switching Mode Power Suppl) 방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현재 판매되는 대부분의 파워 서플라이는 SMPS 방식이라 생각하면 된다. 트랜지스터를 이용해 교류 전압을 바꿀 수 있어서 고주파 스위칭이 가능하므로 트랜스 크기를 줄일 수 있고, 이로 인해 리니어 방식보다 변환 효율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전류가 ON/OFF 되므로 고주파음이 나온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는 제조사 기술력으로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

파워 서플라이의 원리에 따른 구분보다 일반적인 PC 사용자들에겐 규격과 크기에 따른 구분이 더 익숙할 것이다. 파워 서플라이는 크게 ‘ATX’, ‘EPS’, ‘SFX/SFX-L’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ATX

ATX는 Advanced Technology Extended의 약자로 인텔이 1995년에 만든 폼 팩터 규격이다. ATX 규격의 파워 서플라이라면 ATX 규격의 메인보드에 사용할 수 있는 표준적인 파워 서플라이 규격이라 생각하면 된다.

일반적인 데스크톱 PC에 사용되는 규격으로 세 가지 규격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규격이다. 가장 큰 PC 케이스인 풀 타워, 중간 정도인 미들 타워, 작은 미니 타워 등 대부분의 PC 케이스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범용성이 높고 종류도 많다. 가격대 역시 다양해서 저렴하고 용량이 작은 엔트리 클래스부터 비싸고 대용량인 하이엔드 클래스까지 고루 갖춰져 있으니 자신의 목적, 용도에 맞게 고를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ATX 규격의 파워 서플라이. 크기는 조금 다를 수 있어도 대부분 이런 모양을 하고 있다. 사진은 마이크로닉스의 「Classic Ⅱ 850W 80PLUS GOLD FULL MODULAR」 제품.

EPS

EPS는 Extended Power Supply의 약자로 ATX 규격보다 전원 공급 능력을 더 강화한 규격이다. 기본적으로는 ATX와 같은 크기지만, 최근 EPS 규격의 제품은 ATX보다 크기가 커지는 경향이라 미들 타워나 미니 타워 케이스에는 탑재되지 않을 수 있으니 자신이 사용하는 케이스에 EPS 규격의 파워 서플라이를 사용할 거라면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데스크톱 PC라면 ATX나 SFX/SFX-L 규격의 파워 서플라이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으므로 전원 공급 능력을 더 강화한 EPS 규격은 잘 사용되지 않는다. 일부 하이엔드 PC나 서버, 워크 스테이션처럼 고성능 PC는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안정적으로 많은 전력을 공급할 필요가 있으므로 EPS처럼 더 강화된 파워 서플라이를 많이 채용한다.

ATX와 같은 규격의 EPS도 있지만, 이 제품처럼 전혀 다른 모양의 EPS 제품도 있다. 사진은 Dell의 「EPS-470」으로 서버용 파워 서플라이 제품이다.

SFX/SFX-L

PC를 조립할 때 모든 사람이 같은 모양의 PC를 선호하진 않는다. 내 취향에 맞게 아기자기한 PC 케이스를 선호하거나, 책상 위(desktop)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작은 PC 케이스를 원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걸 위한 폼 팩터 규격이 mini-ITX 또는 Micro ATX 규격인데, 여기에 ATX나 EPS 규격의 파워 서플라이는 크기 때문에 사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SFX와 SFX-L 규격의 파워 서플라이다.

SFX 규격의 파워 서플라이는 보통 125W × 63.5H × 100Dmm의 크기를 채택하고 있다. 크기가 작으므로 ATX 규격 제품보다는 공급 파워가 낮은 편이지만, 그래도 최근에는 800W가 넘는 제품도 나오는 등 중상급 사양 이상의 PC 시스템을 구성하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사실, mini-ITX 또는 Micro ATX 규격으로 최고급 사양을 꾸미는 사람 자체가 드물다.

CORSAIR의 SFX 규격 파워 서플라이 「SF600」. 100mm에 주목하자.
CORSAIR의 SFX-L 규격 파워 서플라이 「SF850L」. 100mm가 130mm로 30mm 만큼 커졌다.

SFX-L은 보통 125W × 63.5H × 130Dmm(또는 125mm)의 크기를 채택하고 있다. SFX보다 30mm 정도 크지만, Micro-ATX 규격에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없다. ATX 규격보다는 작고 SFX 규격보다는 크다고 생각하면 된다.

SFX와 SFX-L 규격의 파워 서플라이는 공간을 절약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보통 모듈 또는 반 모듈식을 택하고 있다. 덕분에 필요한 케이블만 사용할 수 있어서 중구난방식의 복잡한 케이블 정리 없이 깔끔한 PC를 구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