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품 PC vs 중고 PC, 신품이 좋다편
대화면, 고해상도, 높은 주사율 등 더 좋은 PC 사용 경험을 위해 CPU와 그래픽카드의 요구 성능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고성능 CPU와 그래픽카드를 갖추려면 당연히 지출 비용도 늘어나는 법. 필자의 경험을 기준으로 10년 전만 해도 중상급 사양의 조립 PC 시스템(모니터 제외)을 구성하려면 80만 원 정도 들었는데, 4년 전에는 120만 원이 들었고 지금은 150만 원에 육박한다.
최대한 비용을 낮추기 위해 조립 PC를 구매한다고 해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다 보니, 조립 PC를 사려는 사람은 보통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지금 사용하는 옛날 PC를 꾹 참고 더 사용하면서 돈을 모아 신형 PC를 사거나, 더는 옛날 PC를 사용하지 못하겠다면 원하는 사양을 낮춰 저렴하게 시스템을 구성하거나,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물로 나온 중고 PC를 구매하는 방법이다.
사실, 노트북이나 태블릿, 스마트폰 등은 중고거래가 꽤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와 달리 조립 PC는 아무래도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조립, 분해가 쉽다 보니 판매자가 ‘장난질’을 치기 쉽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구매자가 상당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간혹 중고거래 플랫폼 등을 통해 꽤 괜찮은 매물이 나오다 보니, 아예 중고 PC 거래를 무시하기도 아깝다. 그래서 신품 PC, 중고 PC를 구매할 때 좋은 점과 나쁜 점, 그리고 각 타입에 어울리는 사람을 함께 정리해 보았다. 첫 번째 시간은 ‘신품이 좋다’편이다.
세 줄 요약
- 새 부품으로 구성된 신품 PC는 제조사 보증, 성능 보장, 부품 수명 연한 등을 최대로 누릴 수 있다.
- 비슷한 성능의 중고 PC를 구매할 때보다 가격이 비싸고, 자칫 불필요하게 고성능 사양을 고를 수 있다.
- 지갑에 여유가 있고 보증을 중시한다면, 그리고 PC 부품에 대한 제반지식이 해박하지 않다면 신품 PC를 사는 게 좋다.
신품 PC로 구매할 때 좋은 점
① 제조사 보증을 받을 수 있다
PC에 사용되는 부품은 대부분 해당 제조사가 품질을 보증한다. 어떤 부품인지에 따라, 그리고 같은 종류의 부품이라도 제조사가 어디인지에 따라 품질을 보증하는 기간은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고장, 불량에 대해 1년 이상 무상으로 수리 또는 신제품 교환 서비스를 제공한다. PC에 사용되는 부품은 사용자가 개인적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고도의 전자제품이 대부분이므로 이 보증은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확실한 안전장치로 작용한다.
또한, 부품 제조사가 아니더라도 조립 PC 판매점이나 완제품 PC 판매점이 부품 제조사와는 별도로 독자적인 보증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보증은 무상으로 제공할 수도 있고, 유상으로 제공할 수도 있으니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② 성능을 보장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신품 PC에 사용되는 부품은 이전에 사용된 적 없는 신품이기에 제조사가 처음에 공개한 규정 성능을 충실히 재현한다. 여기서 성능이란 클록 수, 처리 속도뿐만 아니라 냉각 성능, 팬의 회전 속도 등 세부적인 내용도 포함한다.
중고 PC의 부품은 처음 사용 당시에는 제 성능을 냈더라도 사용에 따른 열화로 인해 초기 성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로 구동시켜 측정 프로그램을 돌려보지 않으면 알 수 없으므로 보증 여부와 더불어 중고 PC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가상화폐 붐이 진정되던 2022년에는 가상화폐 채굴이 사용됐던 그래픽카드가 다수 중고시장에 풀리면서 제조사가 A/S 제한, 교환 불가 등을 밝히는 등 많은 이슈가 생기기도 했다.
③ 스토리지가 신품이다
SSD, HDD 등의 스토리지는 사용할 수 있는 수명이 있고, PC를 작동시킨 이상 확실히 수명이 줄어든다. 물론, 1~2년 사이에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건 아니고, 약 10년 정도는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사용 상황, 작동 시간에 따라 크게 줄어들 수도, 거의 평생 정도로 늘어날 수도 있다).
사실, SSD와 HDD는 사용에 따른 수명 감소보다 물리적 또는 전기적인 충격으로 인해 고장 나는 경우가 더 많다. 신품 PC를 사용한다는 건 수명이 길다는 장점도 있지만, 사실 물리적 또는 전기적 충격을 받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신품 PC로 구매할 때 나쁜 점
① 비싸다
PC는 사양이 좋아지면 당연히 비싸진다. 여기서 비싸다는 말은 비슷한 사양의 중고 PC보다 비싸다는 뜻이다. 사실 중고 PC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2~3년 전에는 암호화폐 채굴에 GPU가 사용되면서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정가보다 훨씬 올라갔으며, 최근에는 GPU 성능이 크게 높아지면서 가격이 상당히 비싸졌다. 이로 인해 전체적인 PC 시스템 비용도 올라갔다.
② 필요 사양보다 오버 스펙이 될 수 있다
별 생각 없이 신품 PC를 고르다 보면, 내게 필요한 사양보다 고사양을 고를 수 있다. 판매 업체들은 되도록 최신 부품으로 구성된 신품 PC를 권하다 보니, 내가 원하는 사양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다면 미처 성능을 다 사용하지 못하는 고사양 부품의 PC를 덜컥 고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에서 오피스나 인터넷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면 14세대 인텔 CPU 또는 라이젠 7000 시리즈를 고집할 필요는 전혀 없고, 영상이나 사진을 백업하거나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면 스토리지도 굳이 클 필요가 없다.
이런 사람이라면 신품 PC가 좋다
①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
원하는 사양의 PC를 살 수 있고, 그 비용에 크게 부담이 없다면 굳이 부담을 무릅쓰고 중고 PC를 살 이유가 없다.
② 보증이 필요한 사람
신품 PC의 첫 번째 장점에서 언급한 것처럼 PC 사용된 부품은 제조사가 품질을 보증한다. 얼마나 오래 보증하는지는 제조사에 따라, 부품에 따라 다르지만, 정품등록을 하거나 설문 조사에 응답하는 등 별도의 절차를 거치면 보증을 연장해주는 곳도 있으니 이런 경우라면 놓치지 말자.
특히 PC 부품은 특성상 수리비가 비싼 경우가 많으므로 무상 보증 기간이 끝난 후 부품이 고장 나면 크게 부담이 된다. 부품 제조사 이외에 조립 PC 판매처가 보증을 해주기도 하므로 꼼꼼하게 살펴보자.
③ PC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
PC 하드웨어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지 않다면, 신품 PC를 고르는 편이 좋다. 제반 지식이 부족하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중고로 사려고 했을 때 판매자의 ‘장난질’ 때문에 큰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난질’이 아니더라도, 중고라면 구매 후 사용하다가 문제가 발생한 경우 소프트웨어적으로 해결하거나 부품을 아예 교체하는 등 내가 직접 수리해야 하는데, 지식이 없다면 이 방법은 불가능해진다. 혼자 해결하겠다고 용쓰다가 만약 잘못 분해해서 보증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면 그야말로 본말전도가 아닐 수 없다. PC 관련 지식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얌전히 신품 PC를 고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