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과 반비례하는 노트북 무게, 최선의 절충점은?

성능과 반비례하는 노트북 무게, 최선의 절충점은?

오랫동안 PC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PC의 폼팩터 선택지는 둘 중 하나였다. 성능과 가격을 중시한다면 데스크톱, 이동성과 편의성을 중시한다면 노트북이었다. 일부 최고급형 노트북은 데스크톱 못지않은 성능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비슷한 성능의 데스크톱과 비교해 가격이 3~4배 정도 비쌌고, 고성능 데스크톱과 비교하면 성능 면에서도 한계가 분명했다.

무게도 문제였다. 노트북의 성능이 높아질수록 LCD 화면도 커졌고, 이로 인해 노트북 무게도 무거워졌다. 필자는 2002년에 처음으로 노트북을 사용했는데, 당시 백만 원대 중반의 컴팩(COMPAQ) 노트북 무게는 3kg이 살짝 안 됐다. 사무실에서는 데스크톱으로 사용하고, 취재 시 노트북으로 사용할 용도라서 중상급 정도의 사양으로 제한했는데도 이 정도 무게였다. 조금 더 LCD 화면이 크고 상급 사양의 노트북은 3kg 중반까지 올라가곤 했다.

국내에서 일정 이상의 성능을 제공하면서 노트북이 획기적으로 가벼워진 시기는 10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LG전자가 초경량 노트북 시리즈인 ‘gram’(그램)을 출시하기 시작했던 바로 그때다. gram은 2013년 12월 31일에 13.3인치 화면에 1kg이 채 안 되는 첫 제품을 출시한 이후 2016년에는 15.6인치 화면인데도 FHD 사양에 8GB RAM, 180G(또는 256G)의 SSD까지 갖춘 1kg 미만 모델을 출시하는 등 고사양 & 경량 노트북의 대표 제품으로 지금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1kg 미만의 노트북’을 내세우며 등장한 LG의 gram. 지금은 1kg이 넘는 gram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전자제품은 크기가 작아질수록 비싸진다. 그리고 노트북은 성능과 무게가 반비례한다. 작아질수록 노트북의 정체성인 ‘휴대성’은 강화되지만, 가격과 성능 면에서는 불리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능과 무게를 조금씩 타협한 ‘최적의 절충점’은 어디쯤일까?

사람에 따라서 원하는 성능, 가격, 휴대성이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제시할 수는 없지만, 노트북의 무게와 성능, 휴대 시 고려해야 할 점 등을 꼼꼼히 고려해보면 내게 최적인 노트북의 무게와 성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세 줄 요약

  • 노트북의 무게와 성능, 가격과 크기는 반비례한다.
  • 준수한 성능과 편리한 휴대성을 함께 만족시키는 노트북의 무게 적정선은 1.5kg 내외를 추천한다.
  • 비슷한 화면 크기, 무게의 노트북이라도 세부 사양은 크게 다를 수 있다.

노트북 체감 무게와 대략적인 성능

뭉뚱그려 노트북이라고는 해도, 남자가 드느냐 여자가 드느냐, 등에 메는 백팩에 넣고 이동하느냐 한쪽 어깨에 메는 숄더백에 넣고 이동하느냐에 따라 사람이 느끼는 무게의 강도는 제각각 다르다. 이 부분들을 고려하면, 대략 1.5kg 이내의 무게라면 큰 불편함 없이 쾌적하게 휴대할 수 있는 무게가 아닐까 싶다.

1.5kg의 무게를 가장 체감하기 쉬운 예는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페트병에 담긴 음료수다. 물론 체감을 위해 손으로 잠깐 들어보는 정도와 가방에 넣고 한참을 걸어야 할 때의 부담은 다르다. 별것 아닌 듯한 페트병 음료수도 가방에 계속 넣고 다니면 피로가 느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게 부담은 한쪽 어깨로 메는 숄더백 타입의 가방보다는 등에 메는 백팩 타입 가방을 이용했을 때 덜 느껴지니, 노트북을 자주 휴대해야 한다면 백팩 가방을 권장한다.

1.5kg 무게를 체감하고 싶다면 1.5리터 콜라를 가방에 넣고 들어보자.

그리고 노트북의 무게가 2kg을 넘는다면 애초에 휴대를 위한 제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피치 못할 일이 아니라면 휴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애초에 휴대를 고려한다면 최소한 2kg 미만의 제품을 고르자.

성능 면에서는 1.5kg 내외의 모델에 성능과 무게를 적절하게 타협한 제품이 많다. 1kg이 안 되는 제품은 문서 작업이나 사무용 용도라면 몰라도, 게임이나 동영상 작업으로는 성능이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물론 일부 고가의 제품 중에는 예외도 있다).

조금 더 사양을 높이고 싶다면 1.5kg이 넘고 2kg이 안 되는 제품 중에서 골라보자. 외장 그래픽카드와 대화면 디스플레이 등을 갖춰 2kg이 넘는 고사양 노트북은 휴대용이라기보다는 실내에서 작업 공간을 바꿀 때 사용하는 정도로 사용하길 권한다.

1.0~1.7kg 노트북 중 다나와 기준 1위 인기상품인 「갤럭시북 4 NT750XGR-A51A」 모델. 단, 노트북은 같은 화면 크기, 비슷한 무게라도 세부 사양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지므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노트북 무게와 대략적인 성능 관계.

가벼운 노트북의 단점, 장점

단점 1. 성능이 만족스럽지 않다.

가벼운 노트북은 크기가 무게에 제한이 있어서 고성능 부품을 사용하기 어렵다. PC 관련 부품은 성능이 높을수록 부품의 크기가 커지고, 냉각을 위해 여유 공간이나 추가 부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벼운 노트북은 슬림한 모양, 즉 얇은 형태를 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내부에 저장 공간이나 메모리를 탑재할 공간이 줄어든다는 뜻이고, 냉각을 위한 여유 공간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CPU는 성능이 높아질수록 발열이 많아지므로 가벼운 노트북에서는 고성능 CPU를 탑재하기 어려워 성능에 부족함을 느끼기 쉽다. 또한, 측면에 자리하는 각종 외부 연결 단자도 부족해져서 확장성도 떨어진다.

단점 2. 작동 시간이 줄어든다.

노트북 본체의 여유 공간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배터리 크기도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배터리 용량 저하, 즉 작동 시간 감소로 이어진다. 디스플레이 밝기 조절, 저전력 설계 등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작동 시간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배터리 용량 확장이므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저전력 CPU를 내세우는 제품도 있지만, CPU는 기본적으로 성능과 소비 전력이 비례하므로 성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단점 3. 안정성, 내구성에 불안

노트북은 가벼울수록 안정성과 내구성에 불안이 높아진다. 워낙 얇은 탓에 약간의 충격에도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이 손상될 위험이 생기며, 바닥에 놓고 사용할 때 조금만 힘을 줘도 미끄러진다거나 타이핑할 때 본체가 흔들리는 등 안정성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파손 보험이나 별도의 보호용 파우치 등으로 감싼 후 가방에 수납하는 것이 좋다.

장점

무슨 말이 필요한가. 휴대하기가 편하다. 정말 편하다.

무거운 노트북의 장점, 단점

무거운 노트북의 장점은 가벼운 노트북의 단점과 정반대라 할 수 있다. 높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고, 배터리 용량이 넉넉해 작동 시간에도 여유가 있다. 안정성, 내구성도 가벼운 노트북보다 뛰어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꼽을 수 있는 장점은 디스플레이를 대화면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트북에서 디스플레이는 부품 중 가장 무게를 많이 차지하는데, 가벼운 노트북에서는 필연적으로 이를 줄일 수밖에 없지만, 무거운 노트북은 이 제약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데스크톱용 모니터처럼 무작정 크게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만, 13인치와 16인치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2016년에 출시된 LG gram. 15.6인치 디스플레이를 채택했음에도 1kg이 채 안 되는 무게를 달성했고, 두께도 15mm에 불과하다. 성능도 준수했다.

단점은 두말할 것 없이 휴대가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체력에 자신이 있어서 2~3kg 정도의 무게는 개의치 않는다면 성능을 중시해 무거운 노트북을 골라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