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전자제품의 열관리 첨병, 히트 싱크
PC나 스마트폰 등의 전자제품은 고부하로 장시간 사용하면 본체가 뜨거워지기 쉽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CPU나 SSD 등은 고성능인 만큼 발열량도 많은데, 기기가 많은 열을 가지고 있으면 성능이 저하될 우려가 있으므로 필요에 따라 열을 방출해야 한다. 이때 열을 방출하는 냉각용 부품으로 전자기기에 널리 사용되는 것이 방열판이라고도 불리는 히트 싱크다.
지난 기사에서 액체, 또는 기체 냉매를 이용해 냉각해줌으로써 고성능 PC의 안정성을 유지해주는 부품인 쿨러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 쿨러와 함께 시스템의 발열 제어에 큰 역할을 하는 히트 싱크의 원리, 히트 싱크가 필요한 이유, 사용할 때의 주의점 등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네 줄 요약
- 히트 싱크는 넓은 범위에서는 열을 공기 또는 유체에 전달해 냉각 작용을 수행하는 부품 전체를 말한다.
- 세부적으로는 열을 공기 중으로 내보내면 ‘히트 싱크’, 열 교환용 유체를 통해 열을 내보내면 ‘라디에이터’라 부른다.
- 히트 싱크는 ‘열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이동한다’라는 열역학 제2법칙을 응용한 것이다.
- 우수한 히트 싱크를 고르려면 ‘열저항’이 낮은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히트 싱크란?
히트 싱크(Heat sink)는 열(heat)을 모아서(sink) 공기 중으로 발산(방열)하거나 히트 싱크 속을 흐르는 유체(물, 냉매)에 열을 전달함으로써 냉각 작용을 수행하는 부품을 말한다. 보통 열의 전도, 복사 원리를 이용해 공기 또는 진공 중으로 열을 내보내면 ‘히트 싱크’, 히트 싱크 내에 열교환용 유체가 흐르고 있어서 전도, 복사 외에 추가로 대류 원리가 적용되면 ‘라디에이터’라 부른다.
히트 싱크는 방열판, 방열 핀이나 냉각 핀이라고도 불리며, CPU를 냉각하는 ‘CPU 쿨러’나 ‘M.2 SSD’ 등에 부착되어 있다. 원리상 열전도율이 높고 가공성이 우수한 알루미늄이나, 가격은 좀 비싸도 알루미늄보다 열전도율이 높은 구리가 많이 사용되는데, 최근에는 세라믹을 사용한 히트 싱크도 출시되고 있다.
히트 싱크가 열을 내보내는 원리
일반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고등학교 과정 물리학 과목에서 꼭 배우는 법칙이 있다. 바로 열역학 법칙이다. 이 법칙은 온도, 에너지, 엔트로피 등 열역학적 계(system)를 설명하는 기본 물리량을 이용해 계의 상태와 변화 조건을 나타내는 법칙인데, 히트 싱크는 ‘고립된 계에서 엔트로피(무질서도)는 계속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라는, 알기 쉽게 설명하면 ‘외부에서 힘을 가하지 않는 닫힌 상황에서, 열은 반드시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이동한다’라는 ‘열역학 제2법칙’에 근거를 두고 있다.
히트 싱크를 열원에 부착하면, 기기의 열은 열전도를 통해 히트 싱크로 전달된다. 흡수된 열은 히트 싱크의 표면에서 주변 공기로 빠져나가고, 결과적으로 열원의 온도는 내려간다. 히트 싱크의 온도가 올라가면 주변 공기가 따뜻해져 대류가 발생하기 때문에, 히트 싱크는 다시 자연스럽게 냉각된다.
이 원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히트 싱크는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이 넓을수록 방열 효율이 높아진다. 따라서 많은 히트 싱크는 방열하는 부분을 울퉁불퉁하게 하거나, 주름 모양으로 가공하여 표면적을 늘린 ‘핀’ 구조를 택하고 있다. 냉각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공랭 팬 등과 조합하여 사용되기도 한다.
단순한 원리이기 때문에 고장이 생길 가능성이 작고, 동작 소음도 발생하지 않는 점이 히트 싱크의 장점이다. 또한, 주변 온도보다 온도가 낮아지는 일도 없으므로 결로 발생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전자제품에 히트 싱크가 필요한 이유
CPU나 SSD 등 전자기기의 본체에 내장되는 부품은 성능이 높아질수록 전력을 많이 소비하고, 발열량도 늘어난다. 즉, 고부하의 동작에 대응하는 고성능 부품일수록 온도가 상승하기 쉬운 것이다.
부품 온도가 너무 상승하면, 열폭주로 인해 오작동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계속해서 이런 발열이 반복되면 성능이 저하되거나 고장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열폭주로 인한 기기의 오작동이나 고장을 방지하려면 내부에 갇힌 열을 외부로 방출해야 하는데, 열이 많이 생기는 히트 싱크를 부착하여 냉각 성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히트 싱크는 CPU나 SSD와 같은 컴퓨터, 전자제품 외에도 자동차의 라디에이터, 냉장고, 에어컨, 스마트폰 등에서도 사용된다.
히트 싱크의 핵심은 열저항
히트 싱크를 사용할 때는 방열성의 지표가 되는 ‘열저항’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열저항은 열전달을 방해하는 성질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값이 작을수록 열이 잘 전달되어 공기 중으로 방열하는 열량이 증가하므로 열저항이 작은 히트 싱크가 우수한 히트 싱크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히트 싱크의 표면적이 넓을수록 열저항도 낮아진다.
히트 싱크처럼 부품의 냉각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아이템으로 ‘방열 시트’(열전도 시트)가 있다. 방열 시트는 열전도 성질을 가진 실리콘 고무를 가공한 것으로, 발열하는 부품과 히트 싱크 사이에 끼워서 사용하는 아이템이다.
방열 시트를 사용하면 열저항을 낮출 수 있어 히트 싱크에 열을 전달하기 쉬워지고, 방열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 특히 M.2 SSD처럼 발열이 많은 부품을 사용할 때는 히트 싱크와 방열 시트를 병용하면 더 효과적으로 냉각시킬 수 있다. 단, 방열 시트는 어디까지나 히트 싱크에 열을 쉽게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 방열 시트만 단독으로 사용하면 방열 효과는 기대할 수 없으니 주의하자.
사용할 때의 주의사항
앞서 설명한 것처럼, 히트 싱크는 주변 온도보다 기기의 온도를 낮출 수 없다. 효율적으로 방열하기 위해서는 통풍구나 팬을 배치하여 주변 공기를 순환시키거나, 열원과 히트 싱크를 밀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기기의 냉각을 위해 사용하는 히트 싱크는 전기의 힘 등을 사용해 냉각하는 것이 아니라, 열을 공기 중에 발산하여 자연 냉각으로 온도 상승을 방지하는 원리를 따른다. 따라서 수랭 쿨러나 히트펌프 등과는 달리 특정 부분을 주변 온도보다 낮게 만들 수는 없다.
주변 온도가 너무 높다면 히트 싱크를 장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열 효율이 올라가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히트 싱크를 사용할 때는 주변의 열 대책도 꼼꼼히 세워야 한다. 또한, 히트 싱크나 방열 시트는 올바르게 부착하지 않으면 적절한 방열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반드시 올바른 방법으로 장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