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최적화한 영상 기술 HDR10+ GAMING

게임에 최적화한 영상 기술 HDR10+ GAMING

아무리 영상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이 직접 눈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건 아직 무리다. 4K를 넘어 8K, 16K 해상도를 지원해도, Adobe RGB, DCI-P3, sRGB 기준 색 영역을 높은 수준으로 만족시켜도 촬영한 이미지, 영상 데이터를 얼마나 잘 재현하느냐를 의미할 뿐, 실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기술은 아직 구현되지 않았다.

물론,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더 풍부한 명암과 색상 표현력을 지닌 고화질 디스플레이가 등장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HDR10+와 돌비 지전 등이 대표적인데, 이번 기사에서는 그런 기술 중 하나인 ‘HDR10+ GAMING’과 관련해 삼성전자가 소속 엔지니어인 ‘빈 만델’(Bill Mandel)과 스티브 라슨(Steve Larson)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삼성 리서치 아메리카 디지털 미디어 솔루션 담당 스티브 라슨 프로(왼쪽)와 빌 만델 상무(오른쪽).

세 줄 요약

  • HDR10+는 더 풍부한 명암과 색상 표현력을 제공하는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 HDR10+ GAMING은 HDR 기술을 게임에도 적용해 제작자가 의도한 화질을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돕고자 고안됐다.
  • HDR10+ GAMING에는 TV, 모니터 등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출력장치를 인식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HDR 설정을 자동으로 적용하는 원리가 적용됐다.

‘HDR10+’이란?

‘HDR10+ GAMING’을 설명하기 위해선 우선 ‘HDR10+’이 어떤 기술인지 알아야 한다.

‘HDR10+’은 기존의 디스플레이보다 더 풍부한 명암과 색상 표현력을 지닌 고성능 디스플레이가 등장하면서 이 디스플레이들을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 등장한 신규 기술, ‘HDR10’의 진화 버전이다. ‘HDR10’의 ‘HDR’은 High Dynamic Range, 즉 더 풍부한 명암을 뜻하며, ‘10’은 10bit의 색상 표현력을 뜻한다. 2015년 8월에 표준이 발표됐다.

표준이 발표되면 각 사업 주체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건 필연인 걸까? 영상을 제작하고 배포하는 단체, 디스플레이를 제조하는 단체들이 저마다 자사의 이익을 우선시한 끝에 여러 기술적 불일치가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같은 영상 소스라도 재생하는 기기에 따라 영상 품질에 큰 차이가 생기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는 디스플레이라면 같은 영상 품질을 제공하도록 연구된 뜻에 탄생하게 된 게 ‘HDR10+’이다.

HDR10+는 명암과 색 표현력을 높인 디스플레이 기술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HDR10+’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전파통신 분야에서 BT.2100 표준으로 지정한 국제 표준이며 삼성전자와 아마존 비디오가 개발을 주도했다. ‘HDR10+’ 관련 컨소시엄 연합인 ‘HDR10+ Technologies LLC’가 라이센싱과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어답터 계약만 맺으면 누구에게나 무료로 제공되는 로열티 프리 기술이다.

영상과 게임에서 HDR10+ 기술이 적용된 예를 설명하고 있는 HDR10+ 홈페이지 내용. (사진 출처 : hdr10plus.org)

‘HDR10+ GAMING’이란?

‘HDR10+ GAMING’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차세대 화질 기술로, 명암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HDR(High Dynamic Range) 기술을 게임에도 적용해 제작자가 의도한 화질을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돕고자 고안됐다. 최고의 시각적 효과를 선사함으로써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와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 모두를 매료시키는 것이 목표로, 이 기술이 대중화되면 TV에 이어 이제 게임 산업에서도 화질 혁명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6월, 삼성전자는 북미 최대 게임 쇼인 ‘서머 게임 페스트(Summer Game Fest)’에서 HDR10+ GAMING 기술이 적용된 게임 타이틀을 2024년형 오디세이 게이밍 모니터 신제품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전시에 활용된 사이버펑크 2077(Cyberpunk 2077), 레드 데드 리뎀션 2(Red Dead Redemption 2)에 이어 HDR10+ GAMING이 적용된 게임 타이틀은 점점 늘어나 게임 화질의 상향 평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머 게임 페스트에서 삼성전자 2024년형 모니터 원런칭 이벤트 참석자가 오디세이 OLED G9으로 ‘사이버펑크 2077’를 플레이하며 HDR10+GAMING 화질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개발자의 고민에서 시작

‘HDR10+ GAMING’은 게임 개발자의 고민에서 탄생했다. 최고의 게임을 최적의 그래픽으로 선보이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먼저 출력장치에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 화면 특성과 성질에 따라 색온도 및 색 균형 등을 일정한 표준으로 조절하는 색상 보정) 작업을 하는 등 번거로운 작업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캘리브레이션 작업은 사용자가 테스트 패턴이나 다이얼로 손수 작업해야 해서 게이머의 만족도를 낮추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빌 만델 상무는 “‘HDR10+ GAMING’은 게임 개발자의 고민에서 시작됐다”라고 운을 뗐다. “어떤 디스플레이에도 적용할 수 있는 자동 HDR 조정 기술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고, 게임은 영상과는 달리 HDR 표현을 위해 요구되는 것들이 달라 게임 전용 기술을 따로 설계했다”라고 시작 이유를 설명했다.

이를 위해 개발자의 피드백이나 요청을 철저히 반영했는데, 특정 조건이나 장치에 국한되지 않는 단순한 규격으로 만들어 모든 개발자가 부담 없이 쉽게 사용하고 게임 산업계 전체에 빠르게 퍼질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한다.

HDR10+ GAMING 기술을 소개하는 빌 만델 상무. 게임사들은 최적의 화질 기술을 쉽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했다.

출력장치와 게임 엔진의 상호 인식으로 완성

문제의 핵심은 ‘표준화’였다. 영상 출력장치에 어떤 색을 표현할지는 게임을 구동하는 게임 엔진 속 ‘컬러 매니지먼트 시스템(Color Management System)’이 결정하는데, 기존에는 정해진 표준이 없었다. TV와 모니터는 각기 사양이 달라 같은 게임을 하더라도 출력장치에 따라 색상이 달랐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HDR10의 큰 단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HDR10+ GAMING’ 기술에는 TV, 모니터 등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출력장치를 인식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HDR 설정을 자동으로 적용하여 최고의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원리가 적용됐다. 이를 통해 게이머는 정확한 컬러와 명암비, 밝기를 통해 더욱 실감 나는 게임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고, 게임 개발자는 구현하고자 하는 화질을 왜곡 없이 최고의 품질로 전달할 수 있다.

스티브 라슨 프로는 “지금까지는 출력장치와 게임 엔진이 서로를 인식할 수 없었지만, ‘HDR10+ GAMING’ 기술이 등장하며 둘 사이에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해졌다”라면서, “출력장치와 게임 엔진이 서로를 인식하고 자동으로 서로에 맞춰 각 게임에 최적화된 HDR 화질을 제공함으로써 게이머는 손쉽게 더욱 아름다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HDR10+ GAMING’ 기술이 적용됐을 때의 화질 차이. (사진 출처 : hdr10plus.org)

최적화된 HDR 화질을 간편하게 경험

게이머가 ‘HDR10+ GAMING’ 관련해서 가장 반길만한 사실은 게임 화질을 높이기 위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HDR10+ GAMING’을 지원하는 모니터에서 해당 기술을 적용한 게임을 실행하면 게이머는 세팅 값을 조절하지 않아도 모니터가 알아서 해당 게임에 최적화된 HDR 화질을 제공한다.

스티브 라슨 프로는 또 다른 장점으로 게이머를 위한 ‘일관성’을 강조했다. “HDR10+ GAMING 기술은 TV와 모니터 구분 없이 작동하기 때문에 게이머는 어느 디스플레이로 게임을 즐기든 별도의 설정 없이도 일관된 시각적 경험을 즐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개발자가 가장 반길만한 사실도 게이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로 ‘편의성’이다. 스티브 라슨 프로는 개발자들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임을 강조하면서, 개발자가 게이머가 손쉽게 게임을 즐기길 원했듯, 우리는 개발자가 손쉽게 우리 기술을 사용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빌 만델 상무는 “게임 제작사는 천문학적인 비용이나 오랜 훈련 과정 없이도 간단하게 HDR10+GAMING을 적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번 게임 엔진에 적용하면 같은 엔진을 쓰는 다른 게임에도 이 기술을 쉽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개발 작업 도중에 언제든 HDR10+ GAMING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건 더욱 큰 장점이다.

게임사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넥슨(NEXON)은 신작 게임 ‘퍼스트 디센던트(The First Descendant)‘에 HDR10+ GAMING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이에 대해 빌 만델 상무는 “넥슨의 개발팀과 협업하며 HDR10+ GAMING의 효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 고무적이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The First Descendant)는 ‘HDR10+ GAMING’이 최초로 적용된 게임이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2,500만 장 이상 판매된 인기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의 개발사인 CD 프로젝트 레드(CD Projekt Red)와의 생생한 협업 후기도 전했다. 그는 “게임 개발자들이 HDR10+ GAMING은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이 빠르고 쉬워 예상보다 더 이른 일정에 완료할 수 있어 놀라워했다”라며, “CD 프로젝트 레드는 HDR10+ GAMING이야말로 자신들이 찾고 있는 기술이고, 덕분에 개발자들이 생각한 나이트 시티(Night City)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라고 말했다.

HDR10+ GAMING이 적용된 사이버펑크 2077을 실제로 플레이하고 있는 스티븐 라슨 프로(좌)와 빌 만델 상무(우).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이 기술의 큰 장점이다.

사진, 자료 제공 : 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