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을 위한 핵심 기술, 3차원 집적 기술

HBM을 위한 핵심 기술, 3차원 집적 기술

우수한 생성형 AI 개발을 위해 높은 연산 능력을 지닌 GPU와 대량의 연산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메모리가 필요해지면서, HBM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HBM은 High Bandwidth Memory의 약자로 보통 ‘고대역폭 메모리’라 부르는데, 매우 넓은 대역폭(=매우 빠른 전송속도)을 가진 DDR 메모리라 이해하면 된다. 복수의 DDR 메모리를 수직 방향으로 쌓고, 다양한 반도체 기술을 접목해 탄생한, 그야말로 ‘생성형 AI 시대의 총아’라고 할 수 있겠다.

높은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고사양의 기술이 필요하다. 반도체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HBM과 같은 첨단 반도체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그리고 혁신적인 기술이 투입되는데 그중에서 반도체 성능을 크게 좌우하는 두 가지 기술에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바로 공정 미세화 기술과 3차원 집적 기술이다.

SK하이닉스의 4D NAND 기술 설명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물리적인 크기를 줄일 수 있다. (사진 출처 : SK하이닉스)

공정 미세화 기술은 그나마 좀 친숙할 것이다. CPU나 GPU의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회사에서 반도체를 만들 때 몇 나노 공정을 이용해 만든다’는 보도를 많이 접해봤을 것이니 말이다. 공정을 미세화한다는 말은 반도체에 그리는 회로를 더 가늘게 그릴 수 있다는 말로, 회로가 더 가늘어진다는 뜻은 칩의 크기가 작아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칩의 크기가 작다는 말은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칩을 넣을 수 있다는 소리이므로 성능 향상과도 직결된다.

물론 공정 미세화 기술이 회로를 가늘게 그리는 기술 하나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회로 사이의 거리가 짧아지므로 전기적인 간섭이나 저항이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등 다양한 관련 기술도 함께 적용되어야 공정 미세화 기술이 완성된다. 참고로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AP 제조 공정은 3나노 공정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3차원 집적 기술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알려지지 않았다기보다는 알 필요가 없어서 관심이 없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지난 ‘생성형 AI 시대의 숨은 주연 HBM’ 기사를 통해 HBM을 설명하면서, HBM의 3차원 구조를 간단하게나마 살펴보았는데 이번 기사에서는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 HBM 등의 첨단 반도체에 사용되는 ‘3차원 집적 기술’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네 줄 요약

  • HBM과 같은 첨단 반도체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3차원 집적 기술과 공정 미세화 기술은 필수적이다.
  • 3차원 집적 기술은 성능 향상, 비용 절감, 환경 공헌 등 많은 면에서 장점을 지닌다.
  • 수직 적층 기술과 반도체 칩을 같은 면에 배치하는 기술이 3차원 직접 기술의 핵심이다.
  • 첨단 반도체의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서 3차원 집적 기술은 계속 발전할 전망이다.

3차원 집적 기술은 왜 탄생했을까?

가까운 미래에 대중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AI, 자율주행, 메타버스 등은 지금과 비교해 막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과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반도체 공정 미세화는 속도가 더뎌지고 있고, 물리적인 미세화 한계도 가까워지고 있어 현재의 기술만으로는 미래의 높은 연산 능력 요구치를 충족하기가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환경적으로도 첨단 반도체의 제작 비용은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치솟고 있으며 제조에 사용되는 소비 전력도 늘어나고 있어 지속 가능한 환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따라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소비 전력 감소로 환경에도 공헌할 수 있으며, 첨단 반도체의 성능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됐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 3차원 집적 기술이다.

가까운 미래에 데이터 처리 요구량이 막대하게 늘어난다고 전망한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2022년 4월 발표). 가운데 표를 보면 일본 기준으로 2018년과 비교해 2030년에는 데이터센터의 계산 능력(단위, EFLOPS)이 약 20배 늘어난다고 예상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약 70배 늘어난다고 예상했다. (출처 : 일본 경제산업성 제 5회 반도체·디지털 산업 전략 검토회의)

3차원 집적을 위한 필요 기술

반도체 3차원 집적을 위해서는 크게 두 종류의 기술이 요구된다. 수직 방향으로의 적층 기술과 반도체 칩을 같은 면에 배치하는 기술이다.

적층 기술은 지난 기사에서 HBM을 설명하면서 잠깐 언급했는데, 반도체 칩을 수직 방향으로 쌓아 올려 서로 연결함으로써 고밀도로 집적화하는 기술이다. 옆으로 면적을 늘리지 않고 위로 쌓는 방식이라 반도체의 크기를 줄일 수 있으며, 완성품 기기의 성능 향상과 소비 전력 절감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도체 칩을 같은 면에 배치하는 기술은 인터포저 등을 거쳐 서로 연결되도록 만듦으로써 처리가 최적화되도록 하는 기술이다. 복수의 칩을 가로로 배치해 하나의 칩처럼 동작하도록 만들어 성능 향상을 꾀할 수 있다.

반도체 칩의 3차원 집적 형태 예시(측면도). (사진 출처 : https://www.global.dnp)

필요성이 높아지는 반도체 3차원 집적 기술

3차원 집적 기술이 적용된 첨단 반도체는 현재 주로 스마트폰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고성능화는 거의 한계에 도달한 상태라 스마트폰에서 첨단 반도체를 사용한다는 건 오버스펙이 되어가고 있다. 즉 ‘돼지 목에 진주’인 셈이다. 최근에는 더 높은 연산 능력이 요구되는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에 첨단 반도체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이어지리라 예상된다. 참고로 HPC는 막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연산하는 시스템을 부르는 말로 수퍼컴퓨터, 양자컴퓨터 등도 HPC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CPU, GPU, FPGA 등이 칩을 구성한다.

그리고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다양한 기기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고속 통신으로 실시간 데이터 통신이 가능해지면 데이터 통신량이 늘어나면서 고속 연산 처리가 추가로 필요해진다. 따라서 지금처럼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에 두고, 거기서 연산 처리해 결과를 내려보내는 방식은 효율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물인터넷이 보급되면 데이터 통신량이 늘어나면서 고속 연산이 필요해진다. 에지 컴퓨팅이 활약할 타이밍이다. (사진 출처 : 삼성전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일단 로컬 네트워크에서 정보를 처리하고, 그중에서 필요한 데이터만 클라우드 서버로 보내 연산 처리하는 방식이 제안되고 있다. 로컬 영역에서 정보를 연산 처리하는 방식, 즉 에지 컴퓨팅과 온디바이스(On-Device) 방식의 AI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도 첨단 반도체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3차원 집적 기술은 스마트폰부터 서버, 에지 컴퓨팅, 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실제로도 뛰어난 효과 덕분에 앞으로도 그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에지 디바이스 내에서 AI 기능을 수행하는 온디바이스 기술도 첨단 반도체의 수요를 높이고 있다. (사진 출처 : 삼성반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