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이 덜 느껴지게, 모션 블러 리덕션과 오버드라이브

잔상이 덜 느껴지게, 모션 블러 리덕션과 오버드라이브
사진출처:blurbusters.com

지난 기사, 「모니터 응답속도, GTG와 MPRT 중 뭐가 정확한가?」에서 GTG와 MPRT를 설명하면서 ‘모션 블러 리덕션’과 ‘오버드라이브’에 대해 잠깐 언급한 적이 있다. 이 두 가지 기술로 인해 GTG와 MPRT는 오염되기 쉬우므로 맹목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는데, ‘모션 블러 리덕션’과 ‘오버드라이브’가 어떤 기술인지 자세한 설명 없이 건너뛴 듯해서 따로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네 줄 요약

  •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영상으로 찍으면 피사체 주위에 잔상과 줄무늬가 발생하는데, 이걸 모션 블러라고 부른다.
  • 모션 블러 리덕션은 실제로 모션 블러를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잔상이 줄어든 것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이다.
  • 전압을 높게 걸면 액정 소자의 움직임이 활성화되어 응답속도가 빨라진다. 이를 오버드라이브라고 한다,
  • 오버드라이브가 과도해지면 원래 영상 정보보다 더 밝게, 또는 더 어둡게 표현될 때가 있는데 이를 오버슈트, 언더슈트라고 한다.

모션 블러 리덕션(Motion Blur Reduction)

모션 블러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화면을 통해 보는 동영상이나 애니메이션 등의 영상물은 우리가 실제 눈으로 바라보는 연속적인 아날로그 움직임이 아니라 정지된 화면을 빠르게 이어붙인 디지털적 결과물이다.

피사체를 영상으로 찍을 때 노출을 길게 잡거나 움직임이 빠를 때, 또는 프레임 하나를 촬영하는 동안 영상이 변화할 경우 해당 피사체 주위에는 잔상과 줄무늬가 발생하는데, 이를 모션 블러(motion blur)라고 부른다. 화면에 보이는 뿌연 잔상을 모션 블러라고 이해하면 된다.

모션 블러는 피사체의 움직임에 속도감을 더해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피사체 주변이 뿌옇게 보이므로 시각적 정보를 능동적이고 빠르게 파악해야 하는 게임 환경에서는 오히려 방해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이 모션 블러를 줄여주는 기술, 모션 블러 리덕션이 탄생한다.

모션 블러 효과를 더한 영상(왼쪽)과 더하지 않은 영상(오른쪽)을 비교한 애니메이션. 선명함은 오른쪽이 낫지만, 속도감은 왼쪽이 낫다. (Created by Niabot)

모션 블러를 줄이는 기술, 모션 블러 리덕션

모션 블러 리덕션을 한 마디로 간단하게 표현하면, ‘잔상을 줄이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잔상이 줄어든 것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둘의 차이가 느껴지는가? 그렇다. 실질적으로, 그리고 물리적으로 잔상을 줄이는 게 아니라, 사람이 줄어든 것처럼 느끼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어떻게 보면 눈속임 또는 조삼모사식 기술이지만, 사람의 눈은 참으로 간사해서 이게 의외로 효과가 좋다.

모션 블러 리덕션의 원리는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에 온통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프레임을 끼워 넣음으로써 프레임간 영상 차이를 줄임으로써 잔상이 덜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다. 모션 블러 리덕션 기술은 보통 모니터 제조사들이 모니터에 탑재하며, 제조사에 따라 여러 다른 이름으로 표현한다. BenQ는 DyAc, DyAC+라고 부르고, Nvidia는는 ULMB라고 부른다. Acer는 VRB, Pixio는 MPRT라고 표현하는 등 아주 다양하다.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에 검은 화면을 넣어 잔상이 줄어든 것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이 모션 블러 리덕션이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길 수 있다. ‘영상 프레임은 그래픽카드가 만들어낼 텐데, 어떻게 모니터 제조사가 저 사이사이에 검은색 프레임을 추가로 넣을 수 있을까?’ 그렇다. 모션 블러 리덕션을 위해 프레임 사이에 끼워 넣는 검은색 프레임은 진짜로 프레임을 추가한 게 아니라, 백라이트를 초고속으로 깜빡이게 만들어 검은색 프레임을 추가로 생성하는 기술이다. 그래서 모니터 제조사들이 다루는 것이다.

모션 블러 리덕션을 작동하지 않았을 때와 약하게 작동했을 때, 강하게 작동했을 때를 비교한 영상

위의 영상을 보면 모션 블러 리덕션의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BenQ의 모션 블러 리덕션 ‘DyAC+’를 작동시켰을 때와 시키지 않았을 때를 비교할 수 있는데, 작동시켰을 때는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에 온통 검은색 프레임이 들어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검은색 프레임이 들어가 있을 때가 연속 화면으로 봤을 때 잔상이 덜 느껴진다.

모션 블러 리덕션의 장점, 단점

이처럼 모션 블러 리덕션이 추가되면 영상이 또렷하고 매끄럽게 표시되므로 게임, 특히 FPS나 TPS처럼 화면 전환이 빠른 게임에서는 상대방과 사물의 움직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잘 겨냥할 수 있게 된다. 즉, 승률을 높일 수 있어 상당히 인기 있는 기능이다.

하지만 모션 블러 리덕션의 단점도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백라이트를 초고속으로 깜빡이게 만들어 검은색 프레임을 추가로 생성하는 원리라서 항상 백라이트가 켜져 있는 미적용 상태보다 휘도가 떨어진다. 즉, 미적용 상태보다 화면이 어두워지는 것이다. 모니터 설정을 변경해 휘도를 최대로 조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래도 어둡다고 느껴질 수 있으니 시연대나 영상 리뷰 등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ASUS ROG SWIFT PG259QNR 모니터의 설명 페이지 중 일부. 영상이 또렷하고 매끄럽게 표시된다.

모션 블러 리덕션을 위해 백라이트가 깜빡이는 속도는 워낙 빨라서 사람 눈으로는 인식할 수 없다. 하지만, 눈에 가해지는 피로는 꾸준히 축적되어 모션 블러 리덕션을 적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사람에 따라서는 어지러워지거나 속이 메스꺼워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아주 근소한 차이이긴 해도, 원래 없는 프레임을 만들어 넣다 보니 지연이 생긴다. 일반 사용자라면 차이를 못 느끼겠지만, 1~2프레임에 사활을 거는 헤비 게이머는 이 지연 때문에 모션 블러 리덕션을 사용하지 않기도 한다.

참고로 모션 블러 리덕션 기술이라고 하나로 뭉뚱그리긴 해도, 모니터 제조사마다 기술이 다르므로 휘도 변화, 눈의 피로해지는 정도, 지연 등은 제각각이다. 그리고 같은 기술이 적용된 같은 브랜드라고 해도, 모델에 따라 성능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모션 블러 리덕션을 지원하는 모니터를 고를 때는 이 부분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오버드라이브

모니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LCD 모니터는 소재 특성상 입력하는 신호의 전압 차이가 클수록 액정 소자의 움직임이 활성화되어 색 변환이 빨라지는, 즉 잔상이 빨리 사라지는 특징이 있는데, 순간적으로 표준 전압보다 큰 전압을 가함으로써 잔상이 빨리 사라지게 만드는 기술이 오버드라이브(overdrive) 기술이다. CPU의 오버클록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 오버드라이브 기술 덕분에 구조 원리상 응답속도가 느린 IPS 패널, VA 패널 등도 다른 패널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응답속도가 빨라졌다.

하지만, 오버드라이브 기술에도 구조상 약점이 있다. 액정 소자에 과도한 전압이 가해짐으로써 본래의 영상 소스에 없는 색이 피사체 외각에 표시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색 계조가 50에서 100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과전압 때문에 순간적으로 100이 넘는 계조가 화면에 표시되는 식이다. 이 현상을 오버슈트, 언더슈트라고 부른다. 오버슈트는 원래보다 더 밝게 표시되는 현상, 언더슈트는 원래보다 더 어둡게 표시되는 현상을 말한다.

흑백 문자열 샘플 동영상을 재생하고 저속으로 스크롤되는 모습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 이상하게 주변보다 밝게 표시된 부분이 오버슈트된 부분이다. (사진 출처 : eizo.co.jp)

오버드라이브를 최대로 작동하면 응답속도는 빨라지지만, 오버슈트/언더슈트로 인한 잔상이 강해진다. 잔상을 줄이기 위한 기술이 또 다른 잔상을 만든다는 게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오버슈트/언더슈트를 최대한 줄인 채 응답속도를 높이는, 오버드라이브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모니터 제조사의 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