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는 게임 말고 어디에 사용되나?

GPU는 게임 말고 어디에 사용되나?

지난 기사를 통해 GPU의 개념과 기원, CPU와의 차이(1회)와 시스템에 작용하는 형태에 따른 분류(2회)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기사에서는 GPU가 현재 실생활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원래는 그래픽 처리 장치였던 GPU가 이렇게까지 널리 보급된 건 높은 연산 능력뿐만 아니라 XR 기술이나 인공지능(AI)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네 줄 요약

  • GPU의 활용도가 대폭 높아진 건 GPGPU의 등장 덕분이다.
  • GPGPU는 CPU가 맡았던 응용 프로그램들의 계산에 GPU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 높은 연산 능력이 장점인 GPU는 수퍼 컴퓨터, XR 기술 구현 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생성형 AI의 딥 러닝에 GPU가 대량 사용되면서 IT 업계는 큰 변화를 맞고 있다.

GPU에 날개를 달아준 GPGPU의 등장

GPU는 그래픽 처리에 특화한 장치라고 앞서 소개한 바 있다. 이미지나 동영상을 높은 품질로 그려내는 용도로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높은 연산 능력이 주목을 받으면서 여러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래픽 처리에 필요한 연산 능력을 다른 분야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이 등장했으니, 그게 바로 ‘GPGPU’다. GPU의 전성기를 설명하기 위해선 ‘GPGPU’를 빼놓을 수가 없으므로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가 보자.
GPGPU(General-Purpose computing on Graphics Processing Units, GPU 상의 범용 계산)는 일반적으로 컴퓨터 그래픽스를 위한 계산만 맡았던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전통적으로 중앙 처리 장치(CPU)가 맡았던 응용 프로그램들의 계산에 사용하는 기술이다. (출처 : 위키백과)

2021년 공개된 인텔의 Xe-HPC GPGPU의 실물 사진. 8개의 컴퓨팅 코어와 8196개의 코어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기사에서 CPU와 GPU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CPU는 폭넓은 작업에 대응하며 각 작업을 집중해 처리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GPU는 작업은 한정적이지만 병렬 처리를 통해 단순 연산 능력이 뛰어나다고 언급한 바 있다. GPGPU는 바로 GPU의 높은 연산 능력을 그래픽이 아니라 데이터 처리에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양발을 이용하는 축구 경기에서 추가로 양손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GPGPU 기술이 어떤 원리를 통해 GPU에게 CPU 역할을 부담시키는지는 상당히 전문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므로 생략하고, GPGPU 덕분에 그래픽 처리를 위한 높은 연산 능력을 다른 분야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만 기억하자. 이런 GPGPU는 범용성이 아주 높아서 많은 분야로 확대됐다. 예를 들어 수퍼 컴퓨터의 데이터 분석뿐만 아니라 교통 인프라, 제조, 건축, 의료, 금융 등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다.

XR 기술의 발달

XR(eXtended Reality, 확장 현실)이 발전한 점도 GPU 보급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XR(VR, AR, MR 포함)은 기존의 이미지, 영상보다 훨씬 고도화된, 현실과 흡사한 영상 기술이 필요하므로 고성능 GPU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게임 영역에만 머물렀던 XR 기술은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물론이고,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원격 진료, 집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원격수업,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고장을 기술자가 멀리에서 대처하는 원격조작, 유명 해외 관광지를 방문한 듯 둘러볼 수 있는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넓은 분야로 고도화, 전문화되며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2년작,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가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투명 디스플레이를 조작하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사진 출처 : 드림웍스)
이제 더 이상 SF가 아닌 현실에서도 실현이 가능해졌다. (사진 출처 : https://www.solwey.com/)

AI 학습을 위한 딥 러닝에 적합

딥 러닝은 AI를 학습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머신 러닝의 방법 중 하나다. AI가 이미지, 동영상, 음성 등을 인식하고 판별하거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하려면 많은 기초 데이터를 보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데이터를 입력하는 과정이 딥 러닝이다. 즉, 딥 러닝을 거쳐야 AI는 스스로 데이터의 특징을 발견하는 등 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더 정확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으므로 딥 러닝에서는 대량의 데이터를 다루게 된다. 그래서 요구되는 게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높은 연산 능력이다. GPU는 원래 이미지를 묘사하기 위한 처리 장치라서 연산 처리 능력, 특히 병렬 처리 능력이 뛰어나다. 병렬 처리는 대량의 단순한 작업을 처리하기에 적합한 방식이므로 딥 러닝에 있어 GPU는 아주 좋은 파트너인 셈이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딥 러닝을 실행시킬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고성능 GPU와 고대역폭 메모리를 결합해 만든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A100」. chatGPT 서비스를 위해 이 「A100」이 1만 대 사용됐다고 한다. 참고로 대당 가격은 2,700~2,900만 원이다.

딥 러닝은 자동차의 자율 운전을 비롯해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다. AI의 발전은 향후 더욱 빨라질 전망이므로, 딥 러닝의 좋은 파트너인 GPU는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다. 반면, 이렇게 진화한 고성능의 GPU를 직접 구매해 딥 러닝에 사용하기 위해선 초기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클라우드로 GPU를 제공하는 통신사, 인터넷 프로바이더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요즘 많이 사용되고 있다.

KT의 클라우드 GPU 서비스 구성도

슈퍼 컴퓨터의 시뮬레이션

슈퍼 컴퓨터는 복잡하고 막대한 계산을 초고속으로 수행하는 대규모 컴퓨터를 말하는데, 이 계산을 가능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가 GPU다. 기상 예측이나 획기적인 치료법을 발견하기 위한 의료용 시뮬레이션, 지진 예측, 천체물리학, 분자동력학 등 우리 주변에는 우리 생각보다 더 많이 슈퍼 컴퓨터가 사용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 컴퓨터 대부분에는 GPU가 탑재되어 있다. 물론 이때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에도 GPU는 깊게 관여한다.

SK텔레콤의 AI 서비스 ‘에이닷’용 슈퍼컴퓨터 ‘타이탄’. 엔비디아의 A100이 1000대 이상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