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수면으로 피로 회복, 업무 효율 높이는 ‘수면 포드’ 등장
건축 자재, 목제 소품 등을 만드는 일본 코요주 합판 주식회사가 약 20분간의 짧은 수면으로 피로 회복과 업무 효율 향상을 꾀할 수 있는 간이수면용 포드 「giraffenap」을 선보였다. giraffenap은 기린처럼 서서 잠깐 잠을 잔다는 뜻으로 사용자가 「giraffenap」을 이용할 때 취하는 자세가 기린과 같다는 의미에서 명명됐다.
제품의 개발 배경
이 제품은 이토키사가 보유한 개방 특허(특허권자가 라이선스 계약이나 양도 등의 의사가 있는 특허), ‘인체수납용 구조체 및 수면용 케이스(人体収納用構造体及び睡眠用筐体)를 이용해 개발됐다.
홋카이도에 자리한 호쿠요 은행은 최근 대기업이 보유한 특허와 홋카이도 내에 자리한 제조 기업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 비즈니스 매칭‘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도쿄에 자리한 이토키사와 홋카이도에 자리한 코요주 합판 사이에 라이선스 계약이 체결되도록 주선한 끝에 사무실 근무자 등의 업무 능력 향상을 목표로 「giraffenap」이 탄생한 것.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과 일본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조사할 때마다 앞다투어 꼴찌를 기록할 정도로 매우 열악하다. 2021년 조사 결과를 보면 OECD 가입국 30국의 평균 수면 시간은 8시간 24분인데, 한국인과 일본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이보다 약 1시간 정도 모자란다.
수면이 부족하면 일상생활 중에 때때로 졸음이 오고 무력감을 느끼게 되며, 집중력과 이해도도 떨어진다. 김성균 보험연구원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수면 부족의 사회, 경제적 손실’ 보고서에 따르면, 열악한 수면 시간과 수면의 질로 인해 발생하는 수면 부족으로 연간 경제적 손실이 GDP 대비 최소 0.85% ~ 최대 2.92%까지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이는 2022년 대한민국의 명목 GDP를 기준으로 하면 최소 18조 4천억 ~ 최대 63조 1천억에 이를 정도로 막대한 비용이다.
이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짧은 시간이라도 낮잠을 자는 것인데,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사회 분위기상 업무 시간 중에(법적으로 보장된 자유 시간인 점심시간이라도 해도) 잠을 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코요주 합판이 선보인 「giraffenap」은 공중전화 부스 정도의 크기에 한 명의 사람이 들어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간이수면용 포드다. 콘셉트는 ‘Sleep Well While Standing’으로 ‘선 채로도 최고의 휴식을’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임시수면에 집중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을 확보하게끔 개발되어서 설계안에서 문을 닫으면 외부와 완전히 격리되어 눈치가 보일 걱정도 없다. 코요주 합판은 회사 내 사무실뿐만 아니라 공항이나 병원, 간호 시설, 역사 등의 공공장소를 비롯해 카페, 서점, 쇼핑몰 등의 상업 공간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공간을 절약하기 위해 선 채로 잔다
사람이 기린도 아닌데 어떻게 서서 잘 수 있을까? 「giraffenap」의 내부 구조를 보면 답이 나온다. 기린처럼 똑바로 서서 자는 게 아니라 무릎을 약간 구부린 채 양팔을 가슴 부위의 지지대에 올리고 상체를 거기에 기대는 방식이다.
포드 내부에는 사람의 머리, 엉덩이, 정강이, 발바닥과 맞닿아 고정해주는 패드가 배치되어 있는데, 여기에 해당 부위를 밀착시키면 무게 중심이 분산되어 잠들어도 몸이 흘러내리지 않고 편히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giraffenap」의 시연 영상을 보면 사용자는 ①발바닥을 아래쪽 패드에 붙이고, ②정강이와 무릎을 패드에 댄 다음, ③엉덩이 부분을 고정하는 패드의 위치를 상하 스위치로 조정한다. ④출입을 위해 위쪽으로 접혀있던 암 패드를 내려서 높이를 조정하고 여기에 양팔과 머리 부분을 올린 상태(엎드린 상태)로 잠자게 된다.
코요주 합판이 배포한 자료를 보면 패드는 발수성 높은 소재로 만들어져 있으며, 내부 조명은 밝기 조절이 가능하며 스마트폰 등 소형기기의 충전도 가능하도록 준비되어 있다.
어느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홋카이도 대학과 타이완의 국립 쳉공 대학(国立成功大学)이 공동으로 실증한 실험에 따르면 「giraffenap」 내에서 선 채로 잠들었을 경우 ‘논렘 수면’ 중에 가볍게 숨을 몰아쉬는 ‘수면 단계 2’의 상태를 유지했다고 한다. 코요주 합판은 “임시수면으로 가장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시간은 15~20분으로 이보다 수면이 더 길어지면 숙면 상태로 돌입한다.”라면서, “20분 정도 「giraffenap」 내에서 수면하면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NASA의 연구에 따르면 26분의 임시수면을 가진 조종사는 주의력이 34%, 반응시간이 16% 개선됐다고 한다. 즉, 피로 회복이나 스트레스 감소, 집중력 향상, 인지력과 기억력 향상, 아이디어와 창조성 향상, 기분 좋은 상태 유지 등을 20분 정도의 임시수면을 통해 거둘 수 있다는 게 코요주 합판의 설명이다.
코요주 합판과 홋카이도 대학, 타이완 국립 쳉공 대학은 「giraffenap」와 관련해 2023년 10월 10일부터 13일까지 일본 나라에서 열린 ‘2023 IEEE 12th Global Conference on Consumer Electronics(GCCE)’에서 ‘Sleep Assessment Trial in a High Air-Quality Nap-Box based on Clean Unit System Platform’라는 공동연구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GCCE는 국제전기전자학회(IEEE)가 소비자 기술 학회(Consumer Technology Society)가 주최하는 행사로 가정용 전자제품 관련해 폭넓은 분야의 논문을 발표하는 자리다.
부피는 약 3.7㎥, 스페이시아와 포레스트 타입이 준비
「giraffenap」은 1200W × 2577H × 1200Dm의 크기에 외관 디자인은 근현대적 디자인의 스페이시아(Spacia) 타입과 전통 느낌을 살린 포레스트(Forest) 타입의 2종이 준비되어 있다. 정식 출시 시기는 2023년 12월에서 2024년 1월 사이로 예정되어 있으며 정확한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개발자가 현지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약 300만 엔 정도로 책정될 듯하다.
지금은 종료됐지만, 일본에서는 네스카페와의 협업을 통해 카페 매장 내에 「giraffenap」을 설치하고 카페 방문객이 이용하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별도의 이용 금액은 책정되지 않았지만, 네스카페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예약할 수 있었고 ‘커피값 + 30분 이용’에 825엔(약 7,300원)의 요금제가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