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용 PC를 업무용으로 사용한다면? Good VS Bad

게임용 PC를 업무용으로 사용한다면? Good VS Bad

PC를 구매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이냐다. 문서 작성과 인터넷, 유튜브 감상 정도가 목적인 PC에 50만 원이 넘는 CPU를 사용하는 건 그야말로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쓰는 꼴’, 더 와닿게 표현하자면 ‘돈×랄’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정해서 대략적인 필요 성능 가이드라인을 잡고, 그 기준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지갑 사정을 고려해 세부 사양을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소비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용도가 한 가지가 아니라면 어떨까? 일반적인 업무용 용도 외에 필요할 때는 게임용으로도 빡세게 굴리고 싶다면? 설마 게임용, 업무용으로 PC를 각각 구매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거야말로 ‘돈지×’이다.

2인 이상이 동시에 사용할 게 아니라면 두 가지 용도로 두루 사용할 수 있는, ‘게임용 PC’를 기준으로 사양을 결정하는 게 정답일 것이다. 업무용 PC로 고사양 게임을 돌리기는 불가능하지만, 게임용 PC를 업무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 문제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사양이 높은 만큼 더 쾌적해질 것이다.

그런데, 얼핏 생각해보면 장점만 있을 것 같은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게임용 PC’가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가? 이번 기사에서는 게임용 PC를 업무용으로 사용했을 때의 좋은 점과 함께 나쁜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네 줄 요약

  • 게임용 PC는 업무용 PC보다 사양이 좋으므로 각종 작업을 할 때 훨씬 쾌적하다.
  • 게임용 PC를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성능상 단점은 자괴감이 든다는 것 말고는 없다.
  • 게임용 PC는 게임 다운로드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업무용 PC보다 높으니 주의하자.
  • 바이러스 감염, 부품 고장 등으로 인한 업무 지장을 방지하기 위해 백업, 복구 방법을 미리 준비하자.

게임용 PC를 업무용으로 쓰면 좋은 점

1. CPU가 고성능

게임용 PC는 복잡하고 정보량이 많은 게임을 원활히 구동해야 하므로 고성능 CPU를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CPU 성능이 높다는 말은 PC의 성능이 높다는 말로 이어지고, PC 성능이 높으면 업무용으로 사용할 때 PC를 작동시키거나 각종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속도가 빨라지는 등 여러 부분에서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어느 정도를 고성능 CPU로 분류하는지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 Intel이라면 Core i5 시리즈 이상, AMD라면 Ryzen 5 시리즈 이상이라면 게임용 고성능 CPU라고 생각한다.

2. RAM 용량이 넉넉

게임용 PC는 CPU뿐만 아니라 RAM에서도 유리하다. 게임은 일정 수준 이상의 메모리를 요구하므로 게임용 PC는 대용량 메모리를 장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16GB 이상은 기본으로 장착하고 자신이 플레이하는 게임을 스트리밍 등으로 중계하는 사람은 64GB 이상의 RAM을 탑재하기도 한다.

메모리가 넉넉하다는 건 동시에 할 수 있는 작업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업무에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동시에 여럿 기동시키거나 자료 조사를 위해 인터넷 브라우저 탭을 여러 개 열어두고 일하는 사람이라면 넉넉한 RAM 용량이 얼마나 사람을 안심시키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RAM 용량 부족으로 작업하는 프로그램이 갑자기 종료되거나 오류가 발생할 때의 그 절망감을 게임용 PC로 작업하면 맛볼 일이 없을 것이다.

3. 저장 공간이 대용량

저장 공간도 중요하다. 최근에 출시되는 대작 게임은 수십 GB, 간혹 100GB가 넘을 정도로 데이터 용량이 큰 경우가 많은데, 게임용 PC는 이런 대용량 게임을 저장하기 위해 업무용 PC보다 훨씬 용량이 큰 HDD나 SSD를 탑재하곤 한다. 특히 최근에는 SSD의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고, 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PC를 작동할 때 HDD보다 더 빠른 속도를 제공하므로 게임용 PC라면 1TB 이상의 대용량 SSD를 권장하는 편이다.

저장 공간이 크면 고해상도 이미지나 3D CG, 고화질 동영상처럼 용량이 큰 데이터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으므로 영상 관련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게임용 PC는 큰 도움이 된다.

4. GPU의 존재

게임용 PC와 업무용 PC의 가장 큰 차이를 하나만 고르라면 그래픽카드(GPU)의 존재 여부가 아닐까 싶다. 일반적인 업무용 PC라면 CPU에 내장된 그래픽 성능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지만, 영상과 관련한 대용량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선 내장 그래픽으로 대응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잡한 게임 영상을 묘사하기 위해 필수적인 부품인 그래픽카드는 업무용 PC와 게임용 PC를 구분 짓는 가장 확실한 기준이라 생각한다.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게임용 PC는 게임뿐만 아니라 3D CG를 제작하거나 AI 기능을 이용해 일러스트를 그리는 작업 등 이미지, 영상 작업 시 ‘혁명적인’ 차이를 체감하게 해준다. 최근에는 ‘윈도’에서도 Copilot 기능을 통해 AI를 이용할 수 있어서 그래픽카드 탑재의 유용성능 더욱 높아졌다.

게임용 PC를 업무용으로 쓰면 나쁜 점

사실 앞서 좋은 점을 설명했을 때와는 달리 게임용 PC를 업무용으로 썼을 때 성능상 불편한 점은 딱히 없다. 굳이 하나 꼽자면 ‘내가 이러려고 비싼 돈 들여가며 게임용 PC를 샀나’라면서 자괴감이 든다는 정도? 워드 프로그램이나 엑셀, 파워포인트 정도의 업무용 프로그램은 그래픽 내장 CPU와 적은 RAM, 저장 공간으로도 충분히 구동할 수 있으니 게임용 PC의 고사양은 오버 스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래픽 작업, 영상 작업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면 게임용 고사양 PC가 더할 나위 없겠지만.

게임용 PC를 업무용으로 쓸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은 성능에서가 아니라 환경에서 기인한다. 바로 바이러스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PC로 게임을 할 때는 클라이언트를 공식 제작사(게임사) 또는 유통 플랫폼(스팀 등)을 통해서 다운로드해서 설치한다. 예전에는 CD나 DVD 형태의 물리 매체를 통해 제품을 판매했지만, 이제는 아예 DVD-ROM을 PC 구성에서 빼버릴 정도로 이런 경우는 드물어졌으니 논외로 치자.

어쨌거나 게임은 주로 다운로드한 후 PC에 설치해 플레이하게 되는데, 간혹 정식 출시되지 않은 게임을 먼저 해보고 싶거나 돈을 아낀다는 이유로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게임을 다운로드하는 사람이 있다. 만약 이런 경로를 통해 다운로드한 게임에 바이러스가 포함되어있다면 사용자의 PC는 그대로 감염되고 만다.

대표적인 불법적 경로 중 하나. 요즘은 스팀 덕분에 게임의 불법적인 다운로드는 많이 줄었다.

게임용 PC를 업무에 사용한다면 회사의 자산(작업 결과물, 중요 내부 정보)뿐만 아니라 고객의 개인정보 등도 업무상 취급하게 되는데,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이런 중요한 정보들이 외부에 누설되어 회사의 이미지 타격은 물론이고 고객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이런 사고를 미리 막기 위해 유료 백신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방법도 추천되고 있는데, ‘윈도’ 사용자라면 기본으로 제공하는 ‘Window Defender’로도 바이러스를 99.9% 이상 탐지해주므로 어지간히 불법적인 경로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Window Defender’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백신 프로그램의 비교 테스트, 리뷰를 제공하는 AV-Comparatives가 여러 백신 프로그램이 바이러스를 얼마나 잘 탐지하는지 조사한 결과(2022년 3월). ‘Window Defender’는 쟁쟁한 유료 백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AV-Comparatives.org)

게임용 PC를 업무용으로 사용할 때 주의점

문제점이라기보다 주의할 점을 두 가지 정도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게임용 PC의 디자인이 업무 환경에 적합하느냐다.

게임용 PC는 디자인이 화려한 경우가 많다. 특정 색상으로 깔맞춤을 한다든지, 내부 부품과 키보드, 마우스 등 주변기기에 RGB 색상을 화려하게 뿜는 모델을 고르는 등 사용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디자인을 결정한다. 그런데 이런 PC는 재택근무 환경이라면 상관없겠지만, 회사 사무실에서 사용할 경우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민폐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사무실에서 게임용 PC로 업무를 한다면, 튀지 않게 무난한 디자인으로 정하자.

이렇게 RGB에 진심인 게이밍 PC는 아무래도 사무실에서 사용하기 좀 곤란하다.

두 번째는 내구성에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다. 게임은 PC의 성능을 한계 가까이 작동시키기 때문에 본체 내부에 열이 쌓이기 쉽다. 그리고 이렇게 생긴 열은 부품의 수명에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CPU와 그래픽카드는 열에 약하므로 방열판이나 팬 등 쿨링 장치를 넉넉히 달아주는 것이 좋다.

게임용 PC로 사용할 때는 개인 목적이라서 혹시나 부품에 고장이 나거나 해서 데이터가 손실된다고 해도 혼자서 불편함을 감당하면 될 일이지만, 만약 업무용 데이터나 고객 정보 등이 담겨 있는 게임용 PC가 갑자기 고장이 난다면 업무가 마비될 수도 있다. 아무리 쿨링 장치에 신경 써도 의외의 사태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데이터는 주기적으로 클라우드에 보존하거나 별도의 백업 장치를 마련하는 등 데이터 손실을 대비하는 편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