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응답속도, GTG와 MPRT 중 뭐가 정확한가?

모니터 응답속도, GTG와 MPRT 중 뭐가 정확한가?
(자료 출처 : 스마트PC사랑)


네 줄 요약

  • 응답속도는 ‘색을 바꾸라는 명령에 얼마나 빨리 응답하는지’로 받아들이면 이해가 쉽다.
  • 응답속도 표기 기준으로 GTG, MPRT를 많이 사용한다.
  • GTG는 중간색이 다른 중간색으로 바뀌는 시간, MPRT는 화면의 움직이는 물체 윤곽선이 흐릿하게 표현되는 시간을 나타낸다.
  • GTG, MPRT는 모션 블러 리덕션, 오버드라이브 기술 등으로 인해 오염되기 쉽다. 이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응답속도, 색이 바뀌는 빠르기

디스플레이에서 색이 바뀌는 빠르기, 즉 응답속도는 성능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응답속도가 느리다(즉, 숫자가 크다)면 디스플레이의 색이 바뀌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뜻이라서 이미 사라졌어야 하는 색 정보가 모니터에 아직 남은 채 새로운 정보와 섞이게 된다. 이로 인해 잔상 현상이 생기고 눈은 쉽게 피로해지며 사용자 경험도 나빠진다.
그래서 현재 출시되는 디스플레이(특히 PC용 모니터) 대부분은 구매자를 위해 응답속도를 표시한다. 과거에는 LCD 모니터의 경우 어떤 패널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응답속도에 차이가 꽤 났지만, 요즘에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거의 평준화됐다. 게이밍 모니터의 이름을 달고 출시되는 모니터는 대부분 1ms(1000분의 1초)의 응답속도를 내세우고 있으며, 고급 제품은 0.5ms의 반응속도를 자랑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가 적정한 응답속도인지는 사실 주사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이에 대한 설명은 다음 기회에 다시 하겠다. 일단 응답속도가 1ms 이하면 준수하다고 생각하자.
응답속도를 ‘색이 바뀌는 빠르기’라고 앞서 설명하긴 했는데, 이 설명은 사실 그리 직관적이진 않다. ‘변색속도’나 ‘색전환 속도’라고 표기하는 편이 더 직관적일 것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응답속도’라는 명칭이 대중화된 것을. 팁을 하나 주자면, 응답속도를 ‘색을 바꾸라는 명령에 얼마나 빨리 응답하는지’로 살짝 바꿔보자. 이해가 훨씬 쉬울 것이다.
어쨌거나, 이 응답속도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측정되는 것일까? 응답속도를 나타내는 기준으로 GTG와 MPRT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 두 방법은 어떻게 다를까? 이번 기사를 통해 다루어보려 한다.

응답속도가 느리다면 이 사진처럼 화면에 잔상이 남게 된다. 당연히 사용자는 큰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진 출처 : https://www.bicycling.com/)

GTG, Grey to Grey

응답속도를 표기하는 기준 중 하나인 GTG는 회색(Grey)이 다시 회색으로 바뀔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 수치다. 하나 알아두어야 할 것은, 여기서 말하는 회색은 컬러로서의 회색이 아니라 모니터에서 표기하는 두 가지 극단적인 색, 즉 ‘검은색’과 ‘흰색’이 아닌 모든 중간색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즉, GTG는 중간색이 다른 중간색으로 바뀌는 시간, 다시 말해 검거나 희지 않은 색이 검거나 희지 않은 다른 색으로 바뀌는 시간을 말한다.

‘중간색’이 다른 ‘중간색’으로 바뀌는 시간을 측정해 표기한 것이 GTG다. (사진 출처 abolution.com)

왜 ‘중간색’이 ‘중간색’으로 바뀌는 시간을 기준으로 정했는지는 간단하다. 실제 모니터상에서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또는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바뀌는 극단적인 색 변화는 거의 일어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새하얗거나 새카만 색으로만 구성된 영상을 본 적이 있는가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모니터의 색 변화는 모두 ‘중간색’에서 ‘중간색’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또는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바뀔 때를 측정한 값은 중간색에서 중간색을 측정할 때보다 빠르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더 정확한 비교를 위해 중간색에서 중간색으로 바뀌는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다.
만약 모니터의 성능을 표기하는 곳에 ‘1ms(GTG)’처럼 GTG를 표기하고 있다면 정확하고 엄격하게 응답속도를 표기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게이밍 모니터는 빠른 화면 전환을 상정하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GTG는 중요한 성능으로 평가받는다. 1ms 이하의 GTG를 갖춘 게이밍 모니터라면 우수한 제품이라 할 수 있겠다.

알파스캔 「AOC 27G4」 게이밍 모니터의 설명 페이지 중 일부. GTG 기준 1ms의 응답속도임을 표기하고 있다.

MPRT, Moving Picture Response Time

모니터의 응답속도를 측정하는 기준 중 하나인 MPRT는 Moving Picture Response Time의 약자로 영상 속 물체의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그 윤곽 부분이 얼마나 오랫동안 흐릿하게 표현되는지를 측정한 수치다. 사람은 움직이는 물체에 자연스럽게 눈길을 주기 때문에 MPRT 쪽이 GTG보다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잔상감을 더 잘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움직이는 물체의 윤곽 부분이 얼마나 오랫동안 흐릿하게 표현되는지를 측정한 값이 MPRT다. (사진 출처 abolution.com)

다만 MPRT를 측정할 때 대부분의 모니터 제조사는 프레임이 바뀔 때 검은색으로만 이루어진 화면을 아주 짧게 집어넣어 잔상감을 줄이는 기술인 ‘모션 블러 리덕션’ 기술을 적용한 채 진행하기 때문에 측정에 왜곡이 생겨, GTG로 표기할 때는 어느 정도의 응답속도인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게이밍 모니터의 응답속도를 중요시한다면, GTG를 1차로 살펴본 후 MPRT를 추가로 알 수 있다면 참조하는 것이 좋다.

어떤 제조사의 27인치 모니터 기본 스펙. 응답속도가 GTG 기준일 때는 4ms, MPRT 기준일 때는 0.5ms로 표기되어 있다. 어느 한쪽만 봐서는 정확하지 않은 이유다.

GTG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있는가?

지금까지 GTG와 MPRT는 어떤 요소를 기준으로 응답속도를 표시하는지 살펴보았다. 그럼 모니터의 응답속도를 판단할 때 GTG를 기준으로 하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사실 그렇지 않다. GTG 역시 문제점을 갖고 있기에 모니터의 응답속도를 판단할 때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대표적인 경우가 오버드라이브를 이용한 뻥스펙을 마치 본래 스펙처럼 표기하는 문제다.
모니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LCD 모니터는 소재 특성상 입력하는 신호의 전압 차이가 클수록 잔상이 빨리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이를 이용해 순간적으로 표준 전압보다 큰 전압을 가함으로써 잔상이 빨리 사라지게 만드는 기술이 오버드라이브 기술이다. CPU의 오버클록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크로스오버의 「279QA9」 모니터의 설명 페이지 중 일부. 응답속도가 오버드라이브 상태에서 측정한 값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잔상을 줄이는 기술이니 꽤 유용하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오버드라이브 기술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인풋랙이 생기거나 역잔상(일반적인 잔상과는 다른 형태의 잔상) 현상이 생기는 등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하고, 무엇보다 높은 전압을 과도하게 가하다 보니 모니터 수명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다만, 수준을 잘 조절하면 큰 부작용은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어느 정도가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정도인지는 제조사의 노하우다보니 공개되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 오버드라이브 기술은 효과가 좋아 모니터 제조사들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다. 즉, 기술 자체는 사도의 기술이 아닌데, 모니터 응답속도를 표시할 때 오버드라이브를 사용한 상태에서 측정한 값을 별도의 표기 없이 GTG로만 표기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양심적인 제조사는 ‘1(od)ms GTG’처럼 오버드라이브 상태에서 측정한 값인지 표기하지만, 오버드라이브 사용 여부를 표기하지 않는 제조사도 있다.
그럼 오버드라이브를 가하면 응답속도는 얼마나 빨라질까? 어느 정도로 오버드라이브를 가하는지는 제조사마다 다를 테니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오버드라이브를 최대로 가한 상태에서 1ms의 GTG 응답속도가 나왔다면 오버드라이브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라면 3ms~5ms의 GTG 응답속도일 확률이 높다.

LG전자의 「ULTRAGEAR 24GN60」 모니터의 설명 페이지 중 일부. 응답속도를 빠르게, 매우 빠르게 등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말은 ‘오버드라이브 기능’을 단계별로 조절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며, 평균 응답속도가 1.76ms(GTG)라는 말은 오버드라이브를 실행하지 않았을 때는 응답속도가 더 느려진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