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는 소리를 넘어 보이는 소리로, final 「ZE8000 MK2」
가격
499,000원
성능
★★★★★
구매가치
★★★★
성향
밸런스
이런 사람에게 추천
완전 무선 이어폰으로 좋은 음원을 제대로 듣고 싶은 사람
좋은점
- 신선한 재료에 양념을 약간 더하고 깔끔하게 버무려 내놓은 듯한 소리
- 소프트웨어 튜닝으로 소리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실증
- 잡고 제대로 만든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활용도 상승
나쁜점
- 대중적이지 않은 외관 디자인
- 분실 위험성이 높은 완전 무선 이어폰으로서는 비싼 가격
- 애플리케이션이 영어와 일본어만 지원
독자적인 음향 이론에 기반한 우수한 사운드는 물론이고, 명확한 콘셉트를 지향하는 제품 디자인, 꼼꼼한 만듦새로 음향 마니아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일본의 음향기기 제조사 ‘final’.
원래 final은 하이파이 오디오 목적의 유선 이어폰을 중심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해왔는데, 최근에는 시대적 대세가 된 완전 무선 이어폰(TWS)과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등의 무선 제품뿐만 아니라 게임을 주목적으로 삼은 VR 시리즈까지 라인업을 크게 확대하며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편, 이런 움직임과는 별도로 final은 캐주얼한 제품 콘셉트의 프로듀싱 브랜드 ‘ag’, 자신만의 소리를 직접 만들어내는 DIY 이어폰, 독특한 사용자 이벤트를 개최하는 ‘REB’ 브랜드를 운영하는 등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오디오 브랜드와는 다르게 실험적인 시도를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런 final 브랜드의 플래그십 완전 무선 이어폰이 「ZE8000」이며, 이번에 출시된 「ZE8000 MK2」는 그런 「ZE8000」이 리뉴얼을 거쳐 재탄생한 제품이다.
음질 장점에 다양한 편의 기능을 갖춘 「ZE8000」
먼저 전작인 「ZE8000」에 대해서 잠깐 짚고 넘어가자. 「ZE8000」은 final 음향 연구팀의 성과인 ‘새로운 물리 특성 이론’을 기준으로 탄생한 플래그십 제품이다. 뛰어난 음질과 막대한 정보량으로 마치 8K 영상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고 현실적인 리스닝 체험’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8K SOUND’라는 홍보 문구를 내세우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과적인 감성으로는 ‘사운드’에 ‘8K’라는 표현을 붙이는 건 어불성설이라 생각하지만, 문과적인 감성으로는 홍보용으로는 썩 괜찮은 문구라고 생각한다.
「ZE8000」은 ‘8K 사운드’라는 음질 특성을 바탕으로 배터리 지속 시간보다 음질을 중시하는 모드를 추가하거나 음질을 중시하면서도 효과적이고 독자적인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제공하기도 하고, 오리지널 애플리케이션 시스템 기반으로 제작한 고정밀 EQ를 제공하는 한편 자신에게 맞는 볼륨을 설정함으로써 세밀한 볼륨 조정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이런 기능적인 특징들에 더해 「ZE8000」에는 개성적이고 고급스러운 외관 디자인 등등 사용자의 가려운 등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듯한, 사소하지만 꼼꼼한 요소들이 가득하다. 「ZE8000」을 기반으로 리뉴얼한 「ZE8000 MK2」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ZE8000」에서 개선할 부분이 있었던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ZE8000」은 완성도가 높았다.
크지 않은 외관적인 차이
「ZE8000 MK2」으로 바뀌면서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외관적인 차이는 이어 팁이다. 2개의 실드 핀이 달린 디자인으로 바뀌면서 장착성과 밀폐성이 개선됐고, 이로 인해 체감되는 음질과 ANC 효과도 높아졌다. 물론 ANC 성능에 실드 핀 효과만 더해진 건 아니다. 알고리즘이 강화되어 음질을 중시한 시스템이면서도 정밀하고 효과적으로 소음을 제거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바람이나 날숨이 마이크에 닿으면서 날카로운 고주파 소음을 내는 풍절음 노이즈에 대한 대책도 강화됐다.
눈에 띄는 부분은 아니지만, 음질 조정을 위해 내부 부품도 변경이 이루어졌다. 내부 구조의 재검토를 통해 공기 흐름을 조정하고 노즐 부분의 필터도 변경하는 등 ‘8K 사운드’를 더욱 확실하게 뒷받침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고 final은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전체 설계를 재조정함으로써 최대 음압이 5dB 향상되어 음량을 조절하기 쉬워졌다.
기능적으로는 처음부터 멀티 포인트 연결에 대응하는 점을 제외하곤(전작은 업데이트를 통해 가능해졌다) 전작과 같이 코덱은 SBC와 AAC에 더해 aptX Adaptive를 지원하고 방수 성능은 IPX4 등급을 갖췄다. 연속 재생 시간도 최대 5시간(54mAh 배터리)으로 전작과 같다(케이스 포함하면 최대 15시간).
이율배반적인 소리
그럼 소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선 이어 팁이 바뀌면서 착용감이 향상된 점은 확실히 체감됐다. 「ZE8000」의 이어 팁도 나쁘진 않았지만, 「ZE8000 MK2」의 이어 팁은 더 자연스럽게, 그리고 많은 이용자가 이상적이라고 할 만한 곳에 이어 버드가 자리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가이드 음성도 목소리 톤이 더 높아져서 야외에서도 더 잘 들리게끔 변경됐다. final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소리는 정확한 공간 묘사를 아낌없이 만끽할 수 있게 해주는 ‘8K 사운드’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음장이 앞뒤 좌우로 넓어졌다. 그리고 이와 함께 한층 정확해진 정위감이 느껴졌다. final은 「ZE8000 MK2」를 ‘오케스트라에 몰입할 수 있는 이어폰’이라 설명하고 있는데, 딱 맞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어 팁 변경 덕분인지 차음성도 향상되어 같은 볼륨으로 들어도 소리가 더 커진 것처럼 느껴졌다.
음질은 정량적인 개선도 물론 이루어졌지만, 이보다 소리 표현이 더 생생하고 자연스럽게 바뀌었다는 정성적인 개선에 더 주목하고 싶다. 전체적으로는 드라이한 음색 경향을 지녔으면서도 악기와 노랫소리는 윤기 있고 생생하게 묘사하는, 이율배반적인 소리로 새롭게 태어났다고 할까?
음질의 정량적인 향상 폭은 크지 않지만, 효과는 매우 분명하다. 「ZE8000」은 치밀하고 생생한 소리가 아주 매력적이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음색이 멀게 느껴지고 저음이 과하게 느껴져서 호불호를 타기도 했다. 그러나 「ZE8000 MK2」는 저음이 과하지 않고, 작지만 매우 단단하다. 매끈매끈 잘 깎인 강가의 차돌 같다고 할까?
그리고 「ZE8000」에서도 호평받았던 자연스러운 보컬은 더욱 선명해지고 밀도감과 안정감이 더해졌다. 육성이 그대로 이어폰을 통해 나오는 느낌이랄까? 사라 브라이트만처럼 맑고 청명한 여성 보컬의 노래를 들으면 그야말로 막힌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악기 음색도 생생하다. 특히 어쿠스틱 악기의 음색이 놀라운데 바이올린, 첼로, 금관악기도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소리를 들려준다. 이런 악기 음색에다 음장도 더 넓어져서 오케스트라 장르와 궁합이 아주 좋다. 이어폰으로 듣는 웅장하고도 현장감 넘치는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궁금하다면 「ZE8000 MK2」가 제격이다.
의외로 하드 록도 나쁘지 않다. 집중도 높은 드럼과 베이스 등의 리듬 파트 덕분에 일렉트릭 기타 소리가 너무 굵지도, 너무 가늘지도 않게 적절함을 유지해서, 그루브 가득한 연주를 즐길 수 있다.
부끄럽지 않은 8K 사운드
이처럼 「ZE8000 MK2」의 사운드는 세부적인 개량을 통해 「ZE8000」보다 더 우수한 사운드로 진화했다. 「ZE8000」이 ‘8K 사운드’를 대중에게 선보이기 위해 final이 선보인 ‘프로토타입’ 제품이었다면, 「ZE8000 MK2」는 프로토타입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와 사용자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8K 사운드’라는 표현이 부끄럽지 않게 탄생시킨 ‘완성품’이라 할 수 있겠다.
이어폰, 그것도 완전 무선 이어폰(TWS)에서 이 정도의 음질을 재현해냈다는 점에서 「ZE8000 MK2」는 향후 무선 이어폰의 음질을 이야기할 때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 감히 추측해본다. 다소 돈을 투자해도 음질 좋은 무선 이어폰을 원한다면 꼭 체험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