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식 무접점 방식 키보드의 원리와 특징

정전식 무접점 방식 키보드의 원리와 특징

네줄 요약

  • 정전식 무접점 키보드에는 키를 눌렀을 때 정전용량의 변화를 감지해 키를 인식하는 원리가 적용됐다.
  • 보통 ‘무접점’ 키보드라고 표현하나, 접점이 없는 다른 방식의 키보드도 ‘무접점’이라 부를 수 있으니 구분할 필요가 있다.
  • 타이핑 시 소음이 적고 접점 산화가 생기지 않으며, 액추에이션 포인트 조절로 복수 키 입력도 가능하다. 가격은 비싼 편.
  • 자력 변화를 감지하는 자석식, 레이저 신호를 수신으로 감지하는 광센서 방식도 물리적인 접점이 없다.

지난 기사에서 대략적으로 키보드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그리고 이용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키보드 방식 중 멤브레인 방식 키보드(팬터그래프 포함), 기계식 키보드의 원리와 특징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정전식 무접점 키보드의 원리와 특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정전식 무접점 키보드의 원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멤브레인(팬터그래프 포함), 기계식 방식과 달리 전극이 서로 만나지 않는 ‘무접점’ 상태에서 입력 신호가 인식된다. 키를 눌렀을 때 전극이 서로 일정 거리까지 가까워지면 정전용량이 달라지는데, 이 변화를 탐지해 신호를 인식하는 원리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핵심 원리는 ‘무접점’보다 ‘정전용량의 변화’이므로 줄여서 부른다면 정전식(정전용량) 키보드가 정확한 표현이지만, 단어의 명확성이나 대표성으로 인해 ‘무접점’을 이해하기가 편하므로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무접점’이라고 표현한다. 다만, 이 표현이 원래 정전식 무접점 키보드를 의미하는 표현이라는 점을 잊고 ‘무접점’을 단순히 접점이 없는 키보드라고 받아들이면, 광센서 키보드도 무접점 키보드라 혼동할 수 있으니 구분할 필요가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별다른 표현 없이 ‘무접점’ 키보드라고 말하면, ‘정전식(정전용량)’ 키보드를 의미한다.

정전식(정전용량) 무접점 방식 키보드는 기계식과 마찬가지로 각 키가 독립되어 기능하는 키보드의 일종이다. 각 키가 독립되어 있으므로 청소나 보수유지도 기계식처럼 가능하다.

일반적인 정전식 무접점 키보드의 키 인식 원리. 키를 누르면 원뿔형 스프링이 압력을 받으며 하강하는데, 이때 생기는 정전용량(보유한 전하의 양)의 변화를 탐지해 입력 신호로 인식한다. (사진 출처 : Nikkei Business Publications)

이 말은 누르지 않았을 때와 구분되는 정전용량을 탐지하면 키가 인식된다는 것인데, 이를 응용하면 하나의 키에서 키를 누르는 정도를 달리함에 따라 서로 다른 키 입력을 인식하게 만들 수도 있다(이를 액추에이션 포인트에 따른 복수 입력이라 표현한다). 예를 들어 A키를 절반 정도만 누르면 소문자 ‘a’로 인식하고, 끝까지 누르면 대문자 ‘A’로 인식하는 것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다만, 이 원리가 실제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익숙해져야 하는데, 이 과정이 어렵고 불편해서 실제로 적용된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 REALFORCE사가 사용하는 정전식 무접점 키보드의 스위치 구성. Conic Ring이 눌리면서 정전용량이 변화하고, 이를 파악해 키 입력을 인식한다. (사진 출처 : REALFORCE)

정전식 무접점 키보드의 특징

스위치를 누를 때의 정전용량 변화를 감지해 키 입력을 인식하므로 일반적인 키보드처럼 키를 끝까지 누를 필요가 없다. 끝까지 키를 누를 필요(또는 세게 누를 필요)가 없으므로 타이핑할 때 생기는 소리를 줄일 수 있어 사무실처럼 조용한 장소에서도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키보드 구조상 물리적인 접점이 없으므로 전극의 접촉으로 인해 생기는 산화 현상이 생기지 않아 내구성이 뛰어나다. 또한, 물리적인 접점이 없으므로 ‘A’를 1회 눌렀는데 ‘AAA’가 입력되는 것처럼 키를 누르거나 떼는 순간 의도치 않게 키가 입력되는 ‘채터링’ 현상도 잘 안 생긴다. 그래서 프로그래밍이나 게임을 할 때처럼 빠르게 타이핑할 때도 오입력을 걱정하지 않고 안심하며 사용할 수 있다.

REALFORCE는 정전식 스위치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TOPRE(東プレ)가 자체적으로 설립한 브랜드다. 사진은 REALFORCE의 프리미엄 라인인 「R3」. 한화로 대략 40만 원 정도다.

정전용량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가 스위치에 탑재되므로 부품 원가가 다른 방식 키보드와 비교해 전반적으로 높다. 스위치 제조사의 기술 비용과 작은 시장 규모, 수입 비용, 프리미엄화 전략 등이 더해지며 가격대가 높이 형성된다. 최근에는 중국제 정전식 스위치를 탑재한 모델이 국내에 출시되며 보급형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앱코의 정전식 무접점 키보드인 「KN10」. 약 11만 원에 살 수 있다.

번외편. 광학식 키보드와 자석식 키보드

정전식 무접점 방식과 원리는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활용이 다른 방식도 있다. 키에 자석을 장착하는 것인데, 키를 누를 때의 자력 변화를 ‘홀 센서(자기장을 감지하는 대표적인 기술인 홀 효과를 이용한 센서)’가 감지해 전기 신호로 바꿔주는 방식이다. 정전식 무접점 방식처럼 액추에이션 포인트를 조정할 수 있다. SteelSeries의 「OmniPoint 2.0」 키보드가 대표적이다.

「OmniPoint 2.0」은 키 입력 범위를 0.1mm에서 4.0mm 사이에서 조절할 수 있다. 자력 변화를 감지해 키 입력을 인식한다. (사진 출처 : steelseries.com)
OmniPoint 2.0을 탑재한 SteelSeries의 「APEX PRO Wireless」 텐키리스 모델.

기계식 키보드처럼 물리적인 접점은 없지만, 같은 원리에 의해 작동하는 광학식 스위치를 탑재한 키보드도 있다. 키를 누르면 스위치 내부에서 유지되는 레이저 신호가 차단되는데, 이 상태 변화를 입력 신호로 인식하는 원리가 적용됐다. 키에서 손을 떼면 스프링에 의해 키가 원위치로 복귀하는 건 기계식 키보드와 같으므로 키를 누르는 느낌은 기계식 키보드와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무접점 광축이라 부르는데, 빛을 감지해 입력을 인식한다는 원리와 부합하는 ‘광센서 키보드’가 더 적합한 표현이다.

키 입력의 딜레이가 적고, 물리적인 접점이 없으므로 고장이 발생하거나 사용에 따른(산화) 기능 저하가 일어날 위험성은 낮지만, PC에 전원이 들어온 상태라면 레이저 센서가 항상 작동하고 있으므로 키를 누르지 않아도 서서히 수명은 줄어들게 된다.

광센서 키보드의 원리. 평소에는 레이저가 가로막혀 있다가 키를 누르면 길이 열리며 센서가 레이저를 인식한다. 이때 신호가 인식된다. (사진 출처 : raz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