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키보드의 원리와 특징

기계식 키보드의 원리와 특징

네줄 요약

  • 각 키가 독립적으로 기능하며, 키를 누르면 내부 부품이 움직이며 접점을 만들어내고 신호를 입력하는 원리가 적용됐다.
  • 스위치와 스프링 종류에 따라 누를 때의 느낌과 소리가 제각각이다.
  • 누를 때의 느낌과 소리를 ‘청축’, ‘갈축’, ‘흑축’ 등으로 분류해 사용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 게임용, 가정용으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오염에 취약하고 손목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기계식 키보드의 원리

기계식 키보드는 멤브레인 키보드처럼 접점과 회로가 인쇄된 얇은 플라스틱 필름(멤브레인)을 이용하지 않고 키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키보드로, 금속으로 만든 스프링이 받치고 있는 키를 누르면 내부에 설치된 전극 등이 만나 신호가 통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기계식 키보드의 원리. 키를 누르면 떨어져 있던 접점이 만나면서 신호가 입력된다. (사진 출처 : Nikkei Business Publications, Inc.)

각 키가 이런 ‘기계적인 장치’를 갖추어 독립적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키 하나가 망가지거나 고장 나도 해당 부품만 교체할 수 있으므로 내구성이 뛰어나고 수리도 가능하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개인화도 할 수 있다.

스프링이 지지하는 키를 깊게 눌러야 하므로 특유의 타이핑 느낌이 발생하는데, 이 느낌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기계식 키보드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대신 구조가 다른 방식의 키보드보다 복잡해서 가격이 대체로 비싼 편이다.

스위치의 종류

기계식 키보드에서 각 키가 갖춘 ‘기계적인 장치’를 스위치라 부른다. 보통 내부 부품을 보호하는 동시에 실제 손가락으로 누르는 부분(하우징), 상부 하우징과 연결되어 힘을 받아 위아래로 움직이는 부분(스템), 스템의 상하 운동을 전기 신호로 바꿔주는 접점과 반발력을 통해 스템을 원위치시키는 스프링으로 이루어진다.

Cherry Blue 스위치의 구성. 맨 위의 상부 하우징을 누르면 스템이 내려가 접점을 작동시키고, 하부 하우징에 고정된 스프링이 반발력을 만들어내면서 스템이 다시 원위치로 돌아온다.

스위치와 스프링 종류에 따라서 키를 눌러야 하는 깊이, 키를 누를 때의 반발력이 달라진다. 독일의 기계식 키보드 제조사이자 기계식 키보드에서 많이 채용되는 Cherry 스위치를 공급하는 Cherry사는 이런 특징을 사용자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스위치의 스템 부분을 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기계식 키보드의 ‘청축’, ‘갈축’, ‘흑축’ 등으로 부르는 게 바로 그것이다.

위 사진의 부품이 하나로 합쳐진 모습. 이걸 스위치라 부른다.

키보드 스위치는 눌렀을 때 키가 입력됐다는 피드백을 사용자에게 어떻게 전달하는지에 따라 소리로 전달하면 클릭(Click), 촉각으로 전달하면 택타일(Tactile), 전달하는 느낌이 거의 없으면 리니어(Linear)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기계식 스위치에서는 청축이 클릭, 갈축이 택타일, 흑축이 리니어 방식에 속한다. 체리 스위치의 청축, 갈축, 흑측 분류와 피드백 방식에 따른 스위치 분류는 별도의 기사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겠다.

Cherry사의 적축 스위치를 채택한 키보드. 키 캡을 벗겨내면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다.

기계식 키보드의 특징

여러 키를 동시에 입력할 수 있는 ‘키 롤오버 기능’, 특정 키를 눌렀을 때 원치 않는 키가 작동하는 걸 방지하는 ‘안티 고스트 기능’, 끝까지 키를 누르지 않아도 키 입력을 인식하는 ‘오버트래블 기능’ 등이 멤브레인 방식 키보드와 차별되는 기계식 키보드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키가 독립적으로 작용하므로 사용하다가 특정 키가 고장 또는 파손될 경우 해당 키만 교체하면 되고, 기판의 회로가 고장 났다면 와이어 등으로 연결하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다만, 직접 수리할 경우 어느 정도의 전문지식과 솜씨가 필요하므로 고가의 제품이라 직접 수리가 부담된다면 공식 A/S나 사설 수리점에 의뢰하면 된다.

기계식 키보드의 스위치는 대부분 Cherry 스위치와 호환되므로 크기와 모양이 어느 정도 규격화되어 있다. 따라서 1인칭 슈팅 게임을 좋아한다면 많이 사용하는 키인 ‘A, S, D, F’ 키를 다른 색의 키 캡으로 교체해서 쉽게 구분할 수 있게 만드는 등 다양한 개인화가 가능하다.

사용자가 개인화할 수 있도록 자주 사용하는 키 캡의 색을 별도로 제공하는 제품도 있다.

기계식 키보드라고 해도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우선 기계식 키보드의 구조, 원리상 오염에 취약하다. 물리적인 접점과 전기가 통하는 성질인 전도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므로 이들을 산화시키는 액체와 먼지는 절대 피해야 한다. 내용물이 채워져 이는 컵은 절대 주위에 두지 말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커버 또는 최소한 수건으로라도 덮어두는 게 좋다. 물론 정기적인 청소도 필수다.

기계식 키보드의 스위치는 구조상 멤브레인 키보드보다 높이가 아주 높다. 여기에 기판, 키보드 하부 지지대까지 더해지면 높이는 더욱 높아진다. 따라서 타이핑할 때 손목이 상당히 위로 들리는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손목터널증후군처럼 손목 건강에 무리를 초래할 수 있다. 키보드 하단에 배치해 손목 위치를 높여주는 ‘팜 레스트’를 사용하는 게 좋다.

이밖에 구조상, 그리고 묵직한 타이핑 느낌을 위해 기계식 키보드는 대체로 무거운 편이다. 집이나 사무실 등 같은 자리에서 계속 사용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휴대하거나 배치를 바꿀 시에는 불편함으로 작용한다. 또한, 기계식 키보드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는 소음이 발생하기 쉽다. 저소음 방식을 택한 기계식 키보드도 있지만, 그래도 기계식은 기계식이다. 사무실 등에서 사용할 때는 피하는 게 좋다.

일부 기계식 키보드는 방수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방진 스위치와 PCB에 나노 코팅을 적용함으로써 완전 방수를 구현했다는 CROAD 마린 K38 키보드는 IPX8 등급 인증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