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PC의 동반자, 쿨러 part.1

고성능 PC의 동반자, 쿨러 part.1

전기로 작동하는 전자제품은 필연적으로 발열을 수반한다. 전기 회로에 사용되는, 전기가 아무리 잘 흐르는 도체라도 기본적으로 전류가 흐르는 것을 방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성질을 ‘저항’(resistance)이라고 하며, ‘R’로 표기한다. 다만, 저항은 길이, 크기, 단면적 등 도체의 형태에 따라 값이 달라지므로 형태에 따라 달라지는 값이 아니라 물질의 특성으로 정해진 값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한데, 이를 비저항(resistivity)이라고 한다.

여기서 더 들어가면 물리학의 영역이니, 다시 주제로 돌아오자. 컴퓨터 관련 부품은 전기로 작동하고, 이 과정에서 열을 발산한다. 그리고 일부 부품은 사용하는 전기의 양이 늘어나면 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대신 더 많은 열을 발산한다.

제대로 발산되지 않은 열은 물질의 변형을 초래하고, 이는 제품의 성능 저하, 수명 단축으로 이어진다. 즉, 별로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발열 대책’은 온전한 성능 발휘뿐만 아니라 제품의 내구성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중요 고려 요소인 것이다.

PC 케이스 내의 모습을 열감지 카메라로 찍은 모습. 빨간색일수록 온도가 높은 상태(과열된 상태)다. (사진 출처 : pugetsystems.com)

따라서 고성능 PC를 고려하는 사람들은 고성능을 위한 부품 선택뿐만 아니라 이들이 온전히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바탕을 튼튼히 준비해두는 것에도 신경을 쓴다. 열이 잘 발산되도록 부품을 최적의 배치로 유도하는 메인 보드, 원활한 공기 흐름을 유도하는 PC 케이스, 과열되기 쉬운 부품을 집중적으로 식혀주는 쿨러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돋보이는 역할은 아니지만 고성능 PC를 든든하게 뒷받침해주는 동반자, 쿨러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세 줄 요약

  • 간과하기 쉽지만, 쿨러는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해주는 중요한 부품 중 하나다.
  • 쿨러는 열을 낮추는 냉매로 바람을 이용하냐, 냉각액을 이용하냐에 따라 공랭식, 수랭식으로 나룰 수 있다.
  • 바람을 위에서 아래로 보내는 톱 플로우 방식은 메인 보드의 열도 낮출 수 있고, 바람을 옆으로 보내는 사이드 플로우 방식은 집중 냉각에 효과적이다.

CPU 쿨러의 중요성

CPU는 OS,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등 부하가 걸리면 특히나 열을 많이 발생시키는 부품이다. 그래서 PC에서 ‘쿨러’를 말하면, 보통 CPU 쿨러를 의미한다. 장시간, 고성능이 요구되는 작업으로 부하가 많이 걸리면 90℃ 가까이 올라가기도 하는데, 인터넷 서핑처럼 간단한 작업 시에는 40℃ 정도, 사무용이나 부하가 적은 작업의 경우 50~60℃ 정도가 일반적이다.

CPU가 앞서 말한 90℃ 가까이 올라가는 건 흔하지 않은 경우다. 고사양 게임이나 동영상 편집처럼 하드웨어 리소스를 많이 차지하는 작업을 장시간 실행했을 때나 가능한데, 제대로 된 냉각 과정 없이 이대로 사용을 계속하면 PC는 열폭주 현상에 빠져 CPU와 메인 보드가 손상되거나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CPU 쿨러에 의한 냉각은 허투루 볼 수 없는 부분이다.

기본 쿨러로는 부족하기 쉽다

인텔이나 AMD CPU를 벌크 제품이 아니라 박스 제품으로 구매할 경우 기본 쿨러(리테일 쿨러)가 포함되어 있다. 별도로 CPU 쿨러를 구매하지 않아도 되고, CPU 제조사가 해당 CPU의 성능에 맞게 제작해 제공하는 제품인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성도 보장되므로 가성비가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가정용, 사무용 용도라면 리테일 쿨러로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인텔의 12세대용 리테일 쿨러, 「M23901-001」. 대략 만 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게임을 즐기거나 동영상 편집, 렌더링 작업 등 부하가 많이 걸리는 작업을 장시간 실행 시 리테일 쿨러로는 CPU를 충분히 냉각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부하가 많이 걸리면 팬 소리가 커져서 야간에는 귀에 거슬릴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리테일 쿨러가 아니라 쿨러 전문 제조사가 만든 별도 쿨러는 검토해보는 것이 좋다.

윈도의 ‘퍼포먼스 모니터’나 Core Temp, Open Hardware Monitor 등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CPU의 현재 온도 변화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윈도의 ‘퍼포먼스 모니터’를 통해 ‘Processor Time’을 표시한 모습. 유휴 상태가 아닌 스레드를 실행했을 때 걸리는 시간을 나타낸 것으로 ‘CPU 사용률’이라 이해하면 된다. %가 작을수록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CPU 쿨러의 종류

CPU 쿨러는 크게 나누어 선풍기 원리처럼 작은 팬을 돌려 공기를 주입함으로써 공기가 닿는 부위의 온도를 낮추는 ‘공랭식’과 냉각액을 이용해 열을 흡수하는 ‘수랭식’의 두 가지가 있다.

공랭식

회전하는 팬의 송풍 기능을 이용해 CPU의 온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구조가 간단해서 잘 망가지지 않고, 가격도 저렴해서 구매하기에 부담이 없다. 그래서 시중에 판매되는 데스크톱 PC의 대부분은 이 공랭식 쿨러를 사용한다. 바람을 보내는 방향에 따라 톱 플로우와 사이드 플로우로 구분할 수 있다.

톱 플로우(Top Flow)는 제조사의 리테일 쿨러가 대부분 채택한 방식이기도 한데, 위쪽에서 아래 방향으로 바람을 보내는 타입이다. CPU의 열을 히트 싱크(방열판)이 흡수하고, 뜨거워진 히트 싱크에 바람을 보내 냉각하는 원리가 적용됐으며, 위쪽에서 바람을 쏴주므로 CPU뿐만 아니라 메인 보드의 온도를 낮춰주는 효과도 있다. 온도 상승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게 특징이다.

사이드 플로우(Side Flow)는 옆쪽에서 바람을 보내는 방식이다. PC 케이스의 앞→뒤로 바람을 보내는 것이 대표적인 사이드 플로우 방식이며 케이스 내의 공기를 효율적으로 순환시키기 위해 사용된다. 제품 구성은 톱 플로우와 같지만, 사이드 플로우 쪽이 팬을 대형화하기 쉬워 냉각 효율도 높다. 그래픽 카드처럼 특정 부분을 집중적으로 냉각시킬 필요가 있을 때 적합하다.

사이드 플로우 방식 쿨러와 탑 플로우 방식 쿨러를 함께 장착할 수 있는 「NZXT H9 Flow」 케이스. 해당 사진은 「NZXT H9 Flow」를 이용해 Paradox Customs가 커스터마이징한 모습이다. (사진 출처 : brparadox.com)

수랭식

시판용 제품에는 거의 채용되지 않는 방식으로 마니아들의 일부 자작 PC나 주문생산용 제품에 사용된다. 공랭식과 비교해 열전도율이 몇 배나 더 높은 냉각액을 이용해 열을 흡수한 후 배출하는 원리가 적용됐으며, 그만큼 냉각 효율은 훨씬 우수하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내구성이 약하며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오버클로킹 등 고성능 환경이 필요하다면 장착을 고려해도 좋지만, 내구성이 약하므로 보증기간이 끝나면 교체하는 것이 좋다.

NZXT의 「KRAKEN 360 RGB」 수랭식 쿨러. 참고로 6년 보증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