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UTEX 2024로 미루어보는 AMD의 ‘Copilot+ PC’ 전략

COMPUTEX 2024로 미루어보는 AMD의 ‘Copilot+ PC’ 전략
[사진출처 : https://news.microsoft.com]

6월 4일부터 7일까지 대만에서 열린 ‘COMPUTEX 2024’의 관련 기사를 3차례에 걸쳐 소개한 바 있다. 엔비디아, AMD, 인텔의 기조연설에서 공개된 내용을 정리한 기사였는데, 기사들을 자세히 읽어본 사람은 눈치챘겠지만 3사는 공교롭게도 두 가지를 공통으로 강조했다.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와 AI PC였다.

[COMPUTEX 2024에서 엔비디아의 기조 강연 둘러보기]

[AMD의 COMPUTEX 2024 기조 강연 둘러보기]

[인텔의 COMPUTEX 2024 기조 강연 둘러보기]

그렇다. COMPUTEX 2024에서 가장 큰 주제는 ‘AI(인공지능)’이었다. NVIDIA의 CEO인 젠슨 황은 개막 이틀 전에 별도로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지난 3월에 발표한 차세대 AI 가속기(GPU) 「Blackwell」을 다시 소개했고, Arm의 CEO인 르네 하스와 퀄컴의 CEO인 크리스티아노 하몬은 Arm 버전 Windows 및 Snapdragon X 시리즈 탑재 Copilot+ PC에 대해 언급했다. AMD의 CEO인 리사 수와 인텔의 CE인 팻 겔싱어 역시 긴 시간을 들여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한 ‘Copilot+ PC’를 지원할 새로운 SoC인 「Ryzen AI 300」과 「Lunar Lake」를 각각 소개했다.

PC의 핵심 부품이라 할 수 있는 CPU와 GPU를 만드는 회사들이 기조 강연에서 AI PC(정확히는 Copilot+ PC)에 큰 비중을 두고 설명했다는 사실에서 이제 생성형 AI는 특정 직군만 이용하는 첨단 기술이 아니라 PC를 이용하는 일반 사용자들로까지 대상을 확대한 ‘일반 기술’이 됐다는 실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들 3사가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Copilot+ PC’에 어떤 접근법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궁금증은 ASUS가 공개한 Copilot+ PC 라인업의 주의사항에 적힌 한 문구로 인해 더 증폭됐다. 바로 ‘Free update to Copilot+ PC experiences when available.’이라는 문구였다. 기사는 이런 궁금증으로 시작됐다.

ASUS는 자체 행사 외에 AMD, 인텔의 행사에도 등장해 ‘Copilot+ PC’ 제품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네 줄 요약

  • AI PC(Copilot+ PC)는 메이저 반도체 회사들이 가장 주력하는 분야 중 하나다.
  • AMD는 「Ryzen AI 300」를 서둘러 공개하며 퀄컴의 시장 선점을 막고자 했다.
  • 「Snapdragon X Elite」를 탑재한 PC가 아니라면 현재 ‘Copilot+ PC’ 기능을 쓸 수 없다.
  • AMD와 인텔의 ‘Copilot+ PC’ 기능은 연말 이후 가능해질 전망이다.

시작하기 전에

참고로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하자면, AI PC는 PC의 필수적인 부품인 CPU, GPU 이외에 NPU(신경망 처리 장치) 프로세서를 별도로 갖춰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이용해 생성형 AI를 작동할 수 있는 PC를 말하고, Copilot+ PC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정의한 AI PC의 이름으로 일정 이상의 NPU 성능을 갖춘 윈도 PC를 말한다.

윈도에 탑재된 Copilot 기능(마이크로소프트의 대화형 AI)을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는 윈도 PC를 ‘Copilot+ PC’라고 이해하면 된다. 개념상으로는 AI PC가 ‘Copilot+ PC’보다 더 포괄적이다. 이어질 기사에서 AI PC, ‘Copilot+ PC’가 언급되면 참고하기 바란다.

Free update to Copilot+ PC experiences when available

단순하게 번역하자면, ‘사용이 가능해지면 ‘Copilot+ PC’ 기능을 무료로 업데이트한다’라는 뜻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공지에 불과할 텐데, 왜 이 문구가 이목을 끌었을까?

사실, 이 문구에는 많은 내용이 숨겨져 있다. 센스 있는 사람이라면, 이 문구를 통해 아직은 ‘Copilot+ PC’ 기능이 업데이트되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걸 눈치챌 수 있을 테고, 한 걸음 더 들어가면 AI PC의 CPU를 제조하는 3사(AMD, 인텔, 퀄컴)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음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단의 문구에 주목하자. 공개된 라인업은 ‘Copilot+ PC’에 대응하는 제품이지, ‘현재’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는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Copilot+ PC’ 경쟁에서 한발 앞선 퀄컴

chatGPT 등장 이후 IT 관련 전시회, 개발자 회의의 주제는 신기하게도 ‘AI’로 통일(?)됐다. COMPUTEX 2024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가 뭐래도 핵심 키워드는 ‘AI’였다. 데이터센터에서의 AI에 초점을 맞췄던 엔비디아를 제외하면, AMD, 인텔, 퀄컴의 기조연설은 모두 AI PC 및 Copilot+ PC 관련 설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퀄컴에 Arm ISA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공급하는 Arm도 Arm 버전 Windows를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Copilot+ PC’와 관련해 가장 속도를 내는 곳은 퀄컴(Qualcomm)이다. 퀄컴은 작년 1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 ‘Snapdragon Summit 2023’에서 PC용 SoC 칩인 「Snapdragon X Elite」를 공개했는데, 현재 「Snapdragon X」 시리즈(Elite, Plus)만이 ‘Copilot+ PC’의 요구 조건인 40TOPS의 NPU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PC용 SoC 칩을 공개하며 AI PC 분야를 선점하기 시작한 퀄컴.

이로 인해 6월 18일에 출시된 삼성의 「Galaxy Book 4 Edge」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의 「Surface Pro」 및 「Surface Laptop」, HP의 「Omnibook 14x」, ASUS의 「Vivibook S15 OLED」, Dell의 「XPS 13」, 레노버의 「Yoga Slim 7x」, 에이서의 「Swift 14 AI」 등등 글로벌 OEM 제조업체가 판매하는 모든 ‘Copilot+ PC’ 대응 제품은 CPU로 「Snapdragon X」를 사용하고 있다. 만약 대응이 늦어져서 이대로 퀄컴이 ‘Copilot+ PC’ 시장에서 치고 나간다면 AMD와 인텔로서는 여간 부담되는 일이 아닐 수 없을 터, 어떻게든 대응이 필요했을 것이다.

[AI의 시대, 퀄컴은 무엇을 꿈꾸고 계획하는가?]

견제가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서 뭔가 변화의 조짐이 생겨났다. 시기는 바로 COMPUTEX 2024, 그리고 주체는 AMD와 인텔이었다.

6월 3일 열린 AMD의 기조 강연에서 CEO인 리사 수는 ‘Strix Point’라는 코드네임으로 불린 차세대 노트북용 CPU, 「Ryzen AI 300」 시리즈를 정식으로 공개했다.

「Ryzen AI 300」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재 발표된 ‘Copilot+ PC’ 대응 SoC 중에서 최고 성능의 NPU(50TOPS)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XDNA 2’라고 불리는 NPU는 원래 AMD가 인수한 Xilinx 제품에 탑재된 NPU를 발전시킨 것인데, 기존 Ryzen 7040/8040에 탑재된 초기 버전 XDNA의 성능인 10TOPS/16TOPS보다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Copilot+ PC’에 대응하기 위한 AMD의 반격, 「Ryzen AI 300」 시리즈

AMD는 이미 「Ryzen AI 300」 글로벌 OEM 제조업체에 납품하고 있으며, ASUS가 7월에 이를 탑재한 PC를 출시할 예정임을 현장에서 발표했다. 그리고 이에 호응하듯이 ASUS도 AMD의 기조 강연 이후 발표회를 열어 「Ryzen AI 300」 탑재 PC를 정식으로 발표했다.

예의 문구는 ASUS의 정식 발표에서, 그리고 현장 부스에서 발견됐다. 그리고 의문이 생겼다. 7월에 ‘Copilot+ PC’ 대응 제품이 출시된다고 했는데, 정작 해당 기능은 ‘가능해질 때’ 업데이트한다고? 그렇다면 출시될 때는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인가?

「Ryzen AI 300」의 마케팅 담당이자 제품 책임자인 라케시 아니군디는 이 부분을 질문한 해외 미디어에 “7월 출시 시점에서는 ‘Copilot+ PC’ 기능을 사용할 수 없고. 나중에 그 기능이 활성화되면 자동 업그레이드를 통해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7월에 ‘Copilot+ PC’ 대응 「Ryzen AI 300」이 탑재된 노트북이 출시되더라도 당장에는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COMPUTEX 2024 ASUS 부스의 시연대에는 이런 안내가 붙어있었다.

이 사실을 통해 또 하나 알 수 있는 사실은, 6월 18일(「Snapdragon X Elite」를 탑재한 Copilot+ PC가 출시된 시점) 기준으로 제공되는 최신 Windows 버전(24H2)에는 실행 환경인 Windows Copilot Runtime을 비롯하여 Recall, Cocreator, Windows Studio Effects, Live Captions 등 ‘Copilot+ PC’의 주요 기능을 작동하기 위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로컬 AI 애플리케이션이 Arm 버전만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분명 조만간 업데이트를 통해 x86 버전의 Windows Copilot Runtime 및 AI 애플리케이션이 제공되겠지만, 그 시점까지는 「Ryzen AI 300」 시리즈를 탑재한 노트북 PC를 사도 강력한 NPU를 탑재한 AI PC로 다양한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을 작동시킬 수는 있지만, Copilot+ PC 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

ASUS가 ‘Copilot+ PC’ 대응 제품으로 현장에서 전시한 제품 역시 생성형 AI를 이용한 일반 애플리케이션만 체험해볼 수 있었고 Copilot+ PC 애플리케이션 대응 제품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마도 마이크로소프트가 해당 x86 버전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왜 지금 발표했을까?

COMPUTEX 2024에서의 「Ryzen AI 300」 시리즈 발표, 이와 호응하듯 이뤄진 ASUS의 「Ryzen AI 300」 탑재 노트북 PC 출시 계획. 그러나 다른 글로벌 OEM 제조업체는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는 했지만 참고 전시만 진행했거나 AMD의 기조 강연에서 제품을 간단히 소개하는 데 그쳤다.

이 부분을 고려하면, AMD의 「Ryzen AI 300」 시리즈 공개와 납품은 상당히 서둘러 진행된 거라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하다. 「Ryzen AI 300」 시리즈 라인업이 2개뿐이라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ASUS를 제외한 다른 OEM 제조업체들이 조기 출시라는 일정 변경을 수용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공개를 서두르느라 납품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ASUS에만 납품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AMD와 ASUS는 「Ryzen AI 300」 탑재 노트북 PC의 조기 출시를 결정했을까? 우선 ASUS는 전 세계의 주목이 집중되는 국제적인 이벤트에서 새 제품을 대대적으로 발표할 수 있다는 이득이 있다.

「Ryzen AI 300」 시리즈를 탑재한 최초의 제품, ASUS의 「Zenbook S16」이 7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 AMD로서는 「Ryzen AI 300」의 조기 공개와 대응 제품 조기 출시는 7월에 Copilot+ PC의 기능을 제공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지만, 사용자가 더는 퀄컴으로 쏠리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 즉, 경쟁사인 퀄컴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라는 분명한 답안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텔이 「Lunar Lake」를 발표하는 타이밍과 겹치면 발표의 주목도가 분산되게 되므로 이를 피하기 위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ASUS의 이득과 AMD의 요구가 일치해 6월에 발표, 7월에 출시하기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AMD와 인텔의 ‘Copilot+ PC’ 대응은 언제쯤?

그렇다면 「Ryzen AI 300」 탑재 PC는 언제쯤 ‘Copilot+ PC’으로 업데이트될까? 앞서 언급했듯이 이는 x86 버전의 Copilot+ PC(소프트웨어)를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해야 한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인텔의 기조 강연에서 한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인텔은 기조 강연에서 「Lunar Lake」의 공식 발표는 3분기 중이라고 밝혔지만, 해당 시스템은 연말 시즌에 출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Lunar Lake」가 탑재된 ‘Copilot+ PC’ 역시 x86 버전의 로컬 AI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하므로 이때쯤(연말)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x86 버전 로컬 AI 애플리케이션이 배포될 예정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Copilot+ PC’ 대응 PC를 하루라도 빨리 체험해보고 싶다면 「Snapdragon X Elite」가 탑재된 제품을, 당장은 일반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Copilot+ PC’ 대응은 천천히 해도 괜찮다 생각하면 「Ryzen AI 300」 또는 「Lunar Lake」 탑재 제품을 고르면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한, ‘Copilot+ PC’ 제품의 요구 사양을 정리해 보았다.

  • MS가 인증한 CPU 또는 SoC
  • 40TOPS 이상의 NPU
  • 16GB 이상의 DDT5 또는 LPDDR 규격의 RAM
  • 256GB 이상의 HDD 또는 SSD 저장 공간
  • Microsoft Copilot에 대응
  • Copilot 키를 탑재
‘Copilot+ PC’는 Copilot 키를 탑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