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걱정의 ‘Apple Intelligence’
Part.2
애플이 6월 10일(미국 시간 기준) 열린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2024(세계 개발자 회의, 이하 WWDC 2024)에서 새로운 AI 기능인 ‘Apple Intelligence’를 발표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지난 기사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했던 ‘Apple Intelligence’의 기능들과 함께 개인적인 기대와 걱정을 함께 정리해 보았다.
네 줄 요약
- ‘Apple Intelligence’는 이미지 생성 기능, 사진과 영상 검색 등 사용자 편의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 Siri에 ‘Apple Intelligence’가 통합되어 타사 앱에서도 Siri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 에지 컴퓨팅을 통한 개인 정보 보호, 데이터 보안은 ‘역시 애플’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 이어지는 관련 보도를 참고하면 ‘Apple Intelligence’의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이미지 생성 기능, ‘Image Playground’
생성형 AI의 대표적인 기능 중 하나가 이미지 생성 기능인데, ‘Apple Intelligence’는 사용자가 새로운 방식으로 의사소통하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Image Playground’를 통해 이 기능을 제공한다. 이용자는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스케치의 세 가지 스타일 중에서 고를 수 있고, ‘Image Playground’는 몇 초 내에 해당 스타일로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Image Playground’는 메시지를 비롯한 애플리케이션에 직접 통합되고 테마, 의상, 액세서리, 장소 등의 카테고리에서 다양한 콘셉트를 고를 수 있다. 이미지를 정확하게 생성할 수 있도록 설명을 입력하고, 이미지에 포함될 인물을 자신의 사진 라이브러리에서 고른 후 원하는 스타일을 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 ‘Photos’에 있는 친구의 사진을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이나 일러스트를 생성한 후 ‘Messages’를 통해 공유하는 등 커뮤니케이션에 'Image Playground’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모든 이미지는 기기 내에서 생성되고, 이미지 생성을 위해 사진 등의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업로드하지 않으므로 보안 면에서도 우수하다.
한편, ‘Image Playground’는 ‘Notes’ 애플리케이션에서 더 높은 활용법을 제공한다. 애플 펜슬의 도구 팔레트 내 ‘Image Wand’를 통해 ‘Notes’를 시각적으로 더 흥미롭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완성의 러프 스케치를 이미지로 변환할 수도 있고, 주위 환경을 자동으로 인식해 빈자리를 이미지로 채울 수도 있다. ‘Image Playground’는 Keynote, Freeform, Pages 등의 애플리케이션뿐만 아니라 Image Playground API를 사용하는 타사 제작 애플리케이션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을 개성 있게 표현하기 위해 오리지널 ‘Genemoji’를 만들 수도 있다. ‘Genemoji’는 ‘Emoji’와 ‘Generate’를 결합한 말로, 이 새로운 이모티콘 기능을 사용하여 독특한 문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모티콘과 마찬가지로 ‘Messages’ 텍스트 중간에 추가하거나 Tapback에서 스티커나 리액션으로 공유할 수 있다.
더 편리해진 사진 & 영상 검색
사진과 비디오 검색 및 스토리 생성에도 ‘Apple Intelligence’를 활용할 수 있다. 자연어를 통해 사진을 검색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마야가 타이다이 티셔츠를 입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진” 또는 “얼굴에 스티커를 붙인 케이티”처럼 사진을 설명하는 자연어를 검색에 사용할 수 있다.
영상 검색도 클립 내에서 특정한 순간을 찾는 기능이 강화되어 사용자는 해당 부분으로 직접 이동할 수 있다. 또한, 사진 배경에 있는 불필요한 객체를 지정해 제거하는 기능도 추가된다.
‘Memories’에서는 사용자가 설명을 입력하면 바로 원하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Apple Intelligence’는 설명을 기반으로 가장 적합한 사진과 비디오를 고르고, 사진에서 특정 주제에 맞게 분할된 챕터로 구성된 스토리를 생성한다. 그리고 이 스토리는 고유한 흐름을 갖는 오리지널 무비로 완성한다.
추억과 어울리는 음악을 Apple Music으로부터 추천받을 수도 있다. 물론 ‘Apple Intelligence’의 다른 기능과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사진과 영상은 기기 내에서 개인 정보로 보호되며, Apple이나 다른 회사와 공유되지 않는다.
더 똑똑해진 시리(Siri)
전 세계에 음성 인식 기능을 이용한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열풍을 일으켰던 Siri에 Apple Intelligence의 능력이 더해지며 기능이 크게 개선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Siri의 언어 이해 능력이 향상되어 더 자연스러워지고 상황에 맞게, 그리고 더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로 인해 일상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Siri는 이제 문맥도 이해한다. 사용자가 말을 더듬어도 Siri는 화제를 계속 유지하고, 다음 요청에서 그다음 요청까지 문맥을 계속 유지한다. 음성뿐만 아니라 텍스트로도 입력할 수 있으며, 중간에 텍스트와 입력을 전환해도 Siri와 계속해서 소통할 수 있다.
Siri는 활성화됐을 경우 화면 가장자리를 우아한 빛으로 감싸듯 표시하는 새로운 디자인을 채택했다. 또한, 사용자가 어디를 가든 iPhone, iPad, Mac 등을 통해 기능을 지원하고, 메일 앱에서 이메일 예약 발송부터 Light Mode에서 Dark Mode로 전환하는 방법 등 사용자가 궁금해하는 수천 가지의 직업 관련 질문에 답해준다.
애플리케이션과의 통합도 강화됐다. 예를 들어 친구가 메시지로 새 주소를 보냈을 때, 수신자가 “이 주소를 그의 연락처 카드에 추가해”라고 말하면 바로 연락처에 등록할 수 있다. 이건 통합의 한 예이고, 애플은 “Apple 및 타사 앱을 통해 수백 가지 새로운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한다.
ChatGPT는 애플 플랫폼에 통합
애플이 채용한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ChatGPT(GPT-4o)는 애플 플랫폼에 통합된다. iOS 18, iPadOS 18, macOS Sequoia를 통해 ChatGPT에 접속할 수 있는데, 사용자는 질문이 ChatGPT로 전송되기 전에 이미지와 문서를 물어보게 되며 Siri는 직접 답변을 제시한다. 그리고 ChatGPT는 사용자가 작성하는 콘텐츠의 생성을 돕는 Writing Tools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ChatGPT는 2024년 중으로 iOS 18, iPadOS 18, macOS Sequoia에서 사용이 가능해질 예정이다(GPT-4o). 사용자는 별도의 계정을 만들지 않고 무료로 ChatGPT를 사용할 수 있고, 만약 ChatGPT의 유료 사용자라면 자신의 계정과 연동하여 유료 기능에 직접 액세스할 수 있다.
강화된 개인 정보 보호, 에지 컴퓨팅
‘Apple Intelligence’ 관련 내용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사용자의 개인 정보 보호 부분이었다. 그야말로 에지 컴퓨팅의 모범 사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문제 발생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현재까지 공개된 방법 중에는 최상의 솔루션으로 보인다.
‘Apple Intelligence’는 기본적으로 기기 내에서 처리되는 것이 원칙이며, 실제로 제외한 기능 대부분은 완전히 기기 내에서 실행된다. 어쩔 수 없이, 즉 더 많은 처리 능력이 필요하거나 복잡한 요청을 실행해야 하는 경우 Apple Intelligence는 계산 용량을 유연하게 조절하고 더 복잡한 요청에 대해서만 Private Cloud Compute를 통해 대형 서버 기반 모델을 활용한다.
이런 과정은 Apple 실리콘으로 구동되는 서버에서 실행되므로 데이터가 절대로 보존되거나 노출되지 않도록 기반을 제공한다. 독립적인 전문가는 Apple 실리콘 서버에서 실행되는 코드를 검사하여 개인 정보 보호를 확인할 수 있고, Private Cloud Compute는 iPhone, iPad 및 Mac의 소프트웨어가 공개적인 검사를 위해 로그에 기록하지 않는 한 서버와 통신하지 않도록 암호화한다.
ChatGPT 역시 개인 정보 보호가 적용되어 사용자의 IP 주소는 익명화되고 OpenAI는 사용자의 요청 내용을 저장하지 않는다.
혁신은 있었다? 없었다?
‘Apple Intelligence’의 공개에 즈음해 대중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충격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실생활에 큰 도움이 될 내용이었다’와 ‘설명은 길었지만, 혁신적인 내용은 없었다’로 요약할 수 있겠다.
전자의 반응은 충분히 타당하다. 새로운 기기가 출시될 때 하드웨어 사양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하드웨어 사양으로 흥행 여부가 결정되는 건 아니다. 과거 게임계에서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운 게임기의 하드웨어 사양으로 치열하게 서로를 어필했지만, 결국 승자는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게임기라는 콘셉트로 하드웨어 사양은 떨어지지만 독특한 컨트롤러와 이에 대응하는 게임으로 닌텐도의 위(Wii)가 경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즉, 인공지능의 성능으로 뭘 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서비스와 어떻게 결합해 사용자에게 실제로 어떤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Apple Intelligence’가 제시한 다양한 기능은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후자도 일리가 있다. 인공지능 열풍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던 것처럼 소극적이었던 애플이 주주들의 요구에 마치 등 떠밀린 듯 결과물을 준비하느라 애플다움을 보여주지 못한, 부실한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애플은 ‘Apple Intelligence’는 2024년 여름부터 ‘영어’로 테스트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영어를 제외한 다국어 지원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으며 테스트 기간으로 얼마를 예정하고 있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이 두 가지 이유로 인해 과연 여름부터 시작될 테스트가 진짜 ‘Apple Intelligence’의 최종 조정용 테스트인지, 아니면 이번의 발표는 구현할 목표이고 관련 데이터를 이제부터 수집할 예정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Apple Silicon에 최적화된 것이라면서 대상 기기도 iPhone 15 Pro 이상 및 M1 이상의 iPad, Mac으로 한정한 부분도 의아하다. 테스트를 위해선 최대한 많은 데이터의 수집이 필수인데, 사양을 핑계로 일부러 제한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 하드웨어 사양으로 인해 어쩔 수 없다면, 몇몇 기능을 제외하고 하드웨어 사양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일부 기능이라도 데이터를 모으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WWDC 2024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Apple Intelligence’와 관련해 우려되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AI 기술 불확실성과 사내 인프라 구축을 위해 테스트 기간을 길게 예정하고 있으며, 특히 많은 데이터를 축적한 영어와 달리 다른 언어는 훈련 시간이 부족해 서비스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애플 직원의 말을 빌려 ‘발표된 기능은 현재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새로 출시될 아이폰 신모델에서도 제대로 구현되지 않을 것이고 2025년이 되어야 일부 기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WWDC 2024에서 발표한 자연어 명령 기능, 화면 인식, Siri의 개인화된 서비스 제공 등은 2025년 이후에야 영어로 제공될 것이라는 전망은 애플이 ‘Apple Intelligence’를 급하게 공개한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를 더해준다.
그리고 애플은 ‘Apple Intelligence’를 비롯해 아이폰의 스크린 미러링, 셰어플레이 기능 등을 유럽에서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유럽연합에서 3월부터 시행된 디지털 시장법(DMA)을 이유로 들었는데, DMA에 포함된 상호운용성 요건으로 인해 사용자의 개인 정보와 보안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DMA 규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아예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 애플의 입장이다. 이 방침은 유럽연합과의 협상을 통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 별도의 출처 표기가 없는 사진은 ‘apple.com’으로부터 제공받은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