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노트북의 역사: 매킨토시에서 맥북까지(2)

애플 노트북의 역사: 매킨토시에서 맥북까지(2)

1990년대 중반은 애플 디자인의 정체기이자 회색 파워북의 시기였다. 곡선이 가미되긴 했지만 기본적인 디자인 DNA는 80년대 쌓아둔 것을 약간 변형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90년대 말 스티브 잡스의 복귀와 함께 산업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가 전면에 나서면서 라이벌과 차별점이 부족했던 애플 디자인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1999년 선보인 아이북(iBook) G3 클램쉘(Clamshell)은 데스크톱에 이어 노트북 디자인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조개껍데기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형에 투명 폴리카보네이트 케이스에 탠저린(오렌지), 블루, 그라파이트(회색) 등의 컬러를 더해 1년 전 출시되어 화제를 몰고 온 아이맥 G3과 함께 컬트적인 인기를 누렸다. 힌지 부분에 달린 손잡이로 아이맥 G3과 룩을 맞췄다. 특유의 형상으로 인해 노트북을 펼치면 외부 베젤이 많이 남는 등 비효율적인 면도 있었지만 인기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아이북 G3은 국내에서도 일명 ‘조개북’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수집가들이 탐내는 품목 상위권에 올라 있다.

한동안 고급형 파워북과 보급형 아이북으로 이원화됐던 애플 노트북 라인업은 2006년 일대 전기를 맞는다. 모든 컴퓨터 라인업의 CPU를 PowerPC에서 인텔 칩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제품명은 지금까지 통용되는 ‘맥북’(Macbook)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고급형은 맥북 프로, 이후 출시된 보급형은 맥북으로 바뀌었다. 이 보급형 맥북은 블랙과 화이트 색상으로 나뉘어 아이북의 뒤를 잇게 된다. 이 모델은 설계 결함으로 인해 덮은 채로 오래 두면 팜레스트가 깨지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어 이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이 시기의 맥북은 힌지 부분에 크랙이 생기는 등 플라스틱 재질의 단점을 극명히 보여준 기종이기도 하지만, 램과 배터리, 하드디스크를 업그레이드하고 최소한의 문서 작업과 인터넷 서핑용으로 쓴다면 지금도 나름의 사용성을 지닌다는 평가다.

애플은 2008년 맥북의 하위 라인업이자 두께와 무게를 획기적으로 낮춘 신모델 맥북 에어를 선보이며 다시 한번 유행을 선도했다. 지금은 초경량・초박형 노트북이라는 콘셉트가 낯설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이는 새로운 것이었다. 신제품을 서류봉투에서 꺼내는 스티브 잡스의 강렬한 프레젠테이션은 지금도 많은 이의 뇌리에 깊게 남아있다.

2008년 이후 본체에 알루미늄을 밀링 머신으로 가공하여 케이스 소재로 활용 중인 맥북 시리즈의 디자인은 비슷해 보여도 세대별로 꾸준히 변했다. 라인업의 대표주자 맥북 프로를 예로 들면, 2010년대 초반에는 은색 본체가 주류였고 상판의 사과 모양 심벌을 반투명한 재질로 마감하여 노트북을 펼쳤을 때 내부의 빛으로 인하여 사과 심벌이 빛나도록 제작됐다. 소위 ‘사과에 불 들어오는’ 맥북이 이 시기의 모델이다.

2016년 풀 모델 체인지를 거친 맥북은 사과 심벌이 불투명해져 단지 매끄럽게 반사되도록 바뀌었고 키보드 상단에 터치바를 달았다. 길고 얇은 액정으로 조작에 따라 화면이 변하도록 만든 이 터치바는 다양한 동작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기존의 직관적인 키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터치바 자체의 내구성 문제도 발생했다. 이로 인해 2020년 모델 체인지된 맥북 프로(M1 칩)는 터치바가 삭제되고 다시 물리 펑션 키로 돌아갔다. 이 시기 애플이 저지른 또 다른 시행착오로는 키보드가 꼽힌다. 두께를 얇게 만들기 위해 기존 키보드와 구조가 다른 나비식 스위치를 채택했는데 이 스위치가 지닌 극악의 내구성으로 반발이 빗발친 것이다. 애플은 키보드의 지속적 개량에 나섰지만 결국 이를 포기하고 더 두껍지만 내구성이 좋은 방식으로 회귀했다.

그사이에 특이한 모델이 잠깐 나타났다 사라졌다. 2015~2017년 생산된 맥북이 그것이다. 라인업이 2011년 이후 맥북 프로와 에어로 정리되는가 했는데 뜬금없이 12인치 보급형 모델이 뒤에 아무 이름도 붙지 않은 ‘맥북’이라는 명칭을 달고 나왔다. 일명 ‘뉴 맥북’으로 불린 이 제품도 앞서 제기된 키보드 문제는 피하지 못했고 잠깐 생산되어 개체 수도 적다. 그러나 기존 맥북과 비교하면 미니어처에 가까울 만큼 작고 가벼워서 수집가라면 한 번쯤 가져볼 만하다. 사양이 높진 않지만 단순 문서 작업과 인터넷 서핑에 그친다면 불만을 찾기는 힘든 수준이다.

애플 노트북은 파워북, 아이북을 거쳐 맥북이라는 브랜드로 오랫동안 시판되고 있다. 애플이 생산하는 노트북에 관심 있는 마니아라면 그 계보를 살피는 것도 소소한 재미 요소가 될 것이다. 과거 탐구와 함께 미래 예측도 해볼 만 하다. 향후 불어올 인공지능(AI) 바람과 함께 맥북 자체의 폼팩터도 바뀔까? 바뀐다면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등의 문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