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의 상징, 초창기 애플 마우스의 디자인 변천사
클릭을 통해 명령을 실행시킬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도구인 마우스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는 만큼, 사용자 친화적 인터페이스를 주요 강점으로 내세워 온 애플 제품군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입력장치다. 명령어 기반 인터페이스를 채택한 애플 II나 III만 해도 마우스의 역할을 하는 장치는 필요 없었지만, GUI를 채택한 리사가 데뷔하면서 마우스의 중요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후 마우스는 야심작 매킨토시(1984)의 출시를 계기로 필수적인 입력 장치로 완전히 자리 잡는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애플은 GUI의 발명자가 아니다. GUI의 기원은 1970년대 후반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제록스의 팰로앨토 연구센터(PARC, Palo Alto Research Center)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연구소는 재직자에게 폭넓은 연구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GUI뿐만 아니라 마우스, 레이저프린터, 이더넷,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 등 IT 역사에서 빼놓고 말하기 어려운 수많은 원천 기술의 산실이 된 곳이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청년 사업가 스티브 잡스는 1979년 방문한 PARC에서 GUI가 적용된 제록스 알토의 시제품을 보고 히트를 직감했다. 잡스는 곧 1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통해 GUI 관련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태어난 애플 최초의 마우스가 첫 GUI 탑재 PC인 리사(1983) 마우스와 매킨토시(1984) 마우스다. 리사는 선진적인 개념을 하드웨어 성능이 받쳐주지 못했고 가격도 지나치게 비싸서 상업적으로 실패한 비운의 기종이다. 그러나 실사용 상의 이런저런 단점을 제외한다면 역사적인 가치는 충분하다. 그 가치에는 본체 옆에 놓인 투박한 모양의 원 버튼 마우스도 포함된다. 다만 최초의 단점이라 해야 할까? 한눈에 보기에도 인체공학적 디자인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1년 후 데뷔한 매킨토시 마우스는 디자인에서 크게 차이는 없었지만, 모서리를 깎고 버튼 크기를 키워 더욱 쾌적한 포인팅 환경을 제공했다.
소소한 개량만 거듭하던 마우스 디자인에 변화가 일어난 것은 1986년. 애플은 II의 새로운 모델 IIGS를 내놓았고 새로운 단자 규격인 ADB(Apple Desktop Bus)를 도입하면서 주요 주변기기의 디자인도 바꿨다. 애플 데스크톱 버스(ADB) 마우스로 불리는, 1990년대 초까지 애플 데스크톱의 표준 구성품으로 군림한 이 모델은 투박한 직사각형 대신 장치를 쥐는 손의 각도를 반영하여 앞뒤로 깎음으로써 오늘날의 마우스와 더욱 비슷해졌다. 그러나 애플 특유의 원 버튼 디자인과 베이지 컬러는 그대로 유지됐다. ADB 마우스는 1993년 보다 슬림해진 유선형의 ADB 마우스 II로 바뀌어 90년대 중반까지 활약했다. 이때가 되면 IBM 호환기종 진영을 포함한 대부분의 마우스는 왼쪽/오른쪽 투 버튼 디자인으로 정착되지만 애플은 고집스러울 만큼 원 버튼을 고집했다.
90년대 후반 외도 아닌 외도를 마치고 애플로 돌아온 스티브 잡스와 조나단 아이브의 조합은 오리지널 매킨토시 이후 오랜만에 애플 특유의 미를 느낄 수 있는 아이코닉한 일체형 PC, 아이맥 G3(1998)을 탄생시켰다. 새롭게 단장한 아이맥에 맞춰 마우스도 새롭게 바뀌었다. 단자는 USB 규격을 지원했고 반투명 플라스틱을 주조로 컬러를 더한 모습은 완전히 새롭게 출시된 아이맥 G3과 멋진 조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보기에만 좋은 이 마우스는 완전한 원형으로 만들어져 실제 조작이 불편했다. 대부분의 사용자와 매체는 이 ‘하키 퍽’ 마우스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현재 애플 데스크톱과 랩톱에 제공되는 매직 마우스는 버튼 클릭뿐 아니라 모션까지 인식 가능한 형태를 지니고 있어 멀티터치가 가능한 다기능 마우스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이면이 있는 법. 손목을 수평으로 완전히 꺾어야 하는 플랫 디자인은 장기 사용 시 손목 통증을 유발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며, 멀티터치를 위해 앞부분 휠을 없앴기에 휠이 필요한 특정 프로그램에서는 쓰기가 어렵다. 특히 본체 아랫부분에 위치하여 충전과 사용을 동시에 할 수 없게 만드는 충전 단자의 괴상한 배치는 잘못된 디자인의 예시로 자주 인용된다.
애플 마우스의 다음 진화는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질까? 근본적인 변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맥북이 그랬던 것처럼 기존 모델보다 사각형에 보다 가까운 폼팩터로 돌아가는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 인체공학 디자인과 최적화된 성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새 애플 마우스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