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목소리: 아리따’ 서체 전시 열어
아모레퍼시픽 전용 서체인 아리따 패밀리의 개발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목소리: 아리따>가 577돌 한글날을 기념하여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아모레 성수에서 10월 10일부터 10월 29일까지 열렸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서체 디자이너 이용제·한재준·류양희 씨 등에 의뢰, 개발하여 2006년 처음 선보인 아리따(Arita) 서체 패밀리는 ‘건강한 아름다움’을 개발 콘셉트로 한 대형 프로젝트다.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서체 런칭 후 17년간 한글과 한글 타이포그래피에 꾸준한 관심을 두고 관련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번 전시도 그런 활동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기업 공식 서체인 아리따는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 배포 중인 상태이며, 서체가 지닌 고유의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2016년 1월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인 독일의 ‘iF 디자인 어워드(International Forum Design Awards) 2016’ 에서 커뮤니케이션 부문 본상을 수상하였고 2015년 7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도 수상한 바 있다.
‘아모레 성수’ 2층에 마련한 전시 공간에서는 아리따의 탄생부터 제작 과정을 다룬 인터뷰 영상과 글꼴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자료 등을 통해 그간의 여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프로젝트를 위해 오간 메일과 일정표, 프레젠테이션 자료, 초창기 시안도 빼놓지 않고 전시하여 관련 업계 종사자나 지망생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장 한쪽 면에는 아리따 글꼴별 특징을 소개하고 생성형 AI를 활용한 낱말 영상 등의 흥미로운 콘텐츠도 선보였다. 국내 그래픽 디자인 업계의 거장 안상수 씨를 비롯해 아리따 한글 글꼴 개발에 참여한 한재준, 류양희 씨 등 7인의 작품과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필요한 것을 바로 볼 수 있도록 밀도 있고 단단하게 구성한 점이 돋보였다.
아리따 서체 중 가장 먼저 선보인 아리따 돋움은 품격 있는 말씨를 사회와 나누기 위해 처음으로 시도한 본문용 글꼴이다. 직선적이고 딱딱한 느낌의 기존 고딕을 탈피하여 부드러운 곡선을 곳곳에 적용, 기존 고딕과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새로운 표정의 글꼴을 제시했다. 긴 문장에 적합한 명조 계열 본문용 글꼴로 2014년 완성된 아리따 부리는 현대적인 여성의 단아하고 지적인 멋스러움을 담고 있다. 명조 계열로 분류되긴 하지만 획의 시작과 맺음을 도톰하고 현대적으로 마감하여 고전적인 명조와는 분명히 다른 글자 표정을 지닌다. 특히 국내에서 흔치 않은, 라이트(Light)보다 얇은 두께인 헤어라인(Hairline)을 포함하여 기업 서체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한 점을 높게 평가 받는다. 그 전까지 한글 서체들은 대부분 라이트가 가장 얇은 두께였는데 이런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이외에도 2012년 영문 서체인 아리따 산스, 2017년 중문 서체인 아리따 흑체를 선보여 또 다른 패밀리를 이루었다. 각각의 서체는 1종이 아니라 여러 두께로 구성하여 사용상의 편의를 도모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전시장 곳곳에 아리따 글꼴 따라 쓰기, 한글 자석 꾸미기, 아리따 문학 자판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전시에 직접 참여하며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방문 당일에도 한글 서체 디자인과 관련이 적어 보이는 커플이 이를 즐겁게 체험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방문객 전원에게 아리따 서체가 쓰인 봉투 2종을 무료로 증정하며 모양자와 티셔츠, 개발 과정 전체가 담긴 책 <아리따 글꼴 여정> 등의 굿즈도 판매했다. 시간이 지나면 하나하나 디자인 유산이 될 굿즈다.
기업 차원에서 전용서체를 개발한 사례는 많아도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지속적으로 다른 장르의 서체를 ‘아리따’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개발하며 발전시켜 온 사례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서체 자체를 중시하여 전시와 도서를 발간한 것도 아리따 서체 패밀리를 제외하면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비슷하게 서체 위주의 마케팅을 펼치는 배달의민족 서체의 경우엔 본문용으로 쓸 수 있는 서체가 없어 아리따와 직접 비교가 불가능하다. 전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아모레퍼시픽 크리에이티브센터 공식 웹사이트 ‘아모레퍼시픽 크리에이티브스’(Amorepacific Creatives)의 아리따 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