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시원하고 저렴하게, 여름철 에어컨의 올바른 사용법
세기의 발명품, 에어컨
무더운 여름, 이맘때만 되면 우리는 세기의 위인을 떠올리는 동시에 무한한 존경을 그분께 바치곤 한다. 냉매의 증기압축식 공기 조화 장치, 간단히 말해 ‘에어컨’을 발명한 바로 그분, ‘윌리스 하빌랜드 캐리어’에게 말이다.
캐리어의 업적은 단순히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게끔 만든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공기 조화 장치, 즉 공조 장치는 식품의 운송, 건물의 대형화, 교통과 물류 인프라, 데이터 서버 안정화, 의학 연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게다가 인류가 살기 힘든 아열대, 열대에 대도시가 들어설 수 있도록 공헌하는 등 인류 문명 발전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캐리어의 업적이 본 기사의 목적은 아니니 여기서 이만 줄이고, 다시 에어컨으로 이야기를 돌리자.
이토록 유용한 에어컨이지만, 실제로 만족스럽게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전기료 때문이다. 에어컨 구조상 전력을 워낙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 최근 전기 요금 인상이 계속되면서 에어컨 작동하기가 두려워졌다. 그래도 더위로 인한 짜증으로 인해 심신이 피폐해지는 것보다 에어컨을 작동하는 게 낫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의외로 잘 모르는 에어컨 사용법
에어컨과 관련해 흥미로운 조사를 발견했다. 일본의 다이킨공업주식회사라는 곳에서 20세~59세의 남녀 고객 527명을 대상(응답 510명)으로 ‘에어컨의 절전과 관련된 실태 조사’라는 앙케트를 실시한 것. 참고로 다이킨공업주식회사는 불소화학, 유압기기, IT 솔루션 등의 B2B 사업과 에어컨, 공기청정기, 냉난방 등의 B2C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앙케트를 들여다보면 현대 생활의 필수품이 됐다 할 수 있는 에어컨에 대해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절전에 방해가 되는 방법을 절전에 도움이 된다고 잘못 생각한 사람이 60%에 달했을 정도였다. 대표적인 예가 “절전을 위해 에어컨 바람을 ‘약’으로 조절한다.”라는 설문인데, 이 내용이 ‘맞다’라고 고른 사람이 25%가 넘었다.
우리나라 소비자 역시 일본 소비자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에어컨 관련해서 잘못 알고 있을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해 에어컨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해 보았다. 이 방법을 잘 지킨다면 더 시원하고 더 저렴하게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Tip 1. 공기 통로를 막지 않는다
에어컨의 작동 원리부터 간단히 살펴보자. 원래는 과정 중간중간에 증발, 압축, 응축 등이 일어나면서 공학적인 원리가 적용되지만, 대략적인 원리는 이 정도만 이해하면 충분할 것이다.
① 실내기는 뜨거운 공기를 냉매에 실어 배관을 통해 압축기(컴프레서)로 보낸다.
② 압축기를 지난 냉매는 응축기를 지나면서 열을 밖으로 방출한다. 이 열은 팬을 통해 집 밖으로 내보낸다.
③ 응축기에서 나온 냉매는 배관을 통해 실내기의 증발기로 이동한다.
④ 증발기에서 냉매는 열을 흡수하며 주변 공기는 차가워진다. 팬이 이 차가워진 공기를 실내로 내보낸다(이후 ①부터 다시 반복).
이 과정을 보면 알겠지만, 에어컨의 작동 원리에서 공기(정확히는 열이 수반된 냉매)의 흐름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 과정이 순탄치 않으면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효율이 떨어지게 되고, 떨어진 효율만큼 에어컨을 더 작동해야 하니 곧 전기 요금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필터 청소는 필수
실내기가 열을 효율적으로 모으지 못하면 전력 낭비로 이어진다. 열을 효율적으로 모으려면 열기를 머금은 공기를 잘 빨아들여야 하는데, 필터에 먼지가 끼어있으면 이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설정 온도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난다. 즉, 그만큼 전기가 더 소모된다는 말이다.
적정 청소 주기는 2주일에 1회 정도다. 요즘 나오는 필터는 흐르는 물에 간단히 씻기만 해도 되니 청소에 그리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참고로 1년간 필터를 청소하지 않았을 때와 꾸준히 청소했을 때를 비교하면 약 25%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다이킨공업주식회사의 자체 실험 결과).
실외기 주변의 공간을 확보
공기 통로의 확보는 실외기에서도 중요하다. 실외기 주변에 짐이 놓여 있어서 흡입구, 배출구를 가린다면 열을 효율적으로 내보낼 수 없게 되고 에어컨은 그만큼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즉, 전기료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실외기를 주택 벽에 설치하면 상관없겠지만, 요즘에는 미관상 또는 안전상 벽에 배치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곳이 많으므로 대안이 되지 못한다. 베란다나 다용도실 등에 설치했다면 공기 순환을 위해 베란다나 다용도실 창문 근처에 실외기를 설치하고, 주변에 짐들이 쌓이지 않게 조심하는 게 좋다.
Tip 2. 압축기의 부담을 덜어주자
앞서 에어컨에는 냉매에 열을 실어 이동시킨 후 열을 실외로 내보내는 원리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는데, 냉매를 순환시키고 응축시켜 열을 실외로 내보내는 핵심 역할을 하는 게 보통 컴프레서라 불리는 압축기다. 에어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부품으로, 심장답게 에어컨이 사용하는 전력의 약 80%를 이 압축기가 사용한다. 이 압축기의 부담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느냐에 따라서 전기료가 크게 달라진다.
ON/OFF는 최소한으로
아마 많은 사람이 에어컨의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좀 시원해졌다 싶으면 전원을 끄고, 다시 더워졌다 싶으면 에어컨을 작동시킬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건 잘못된 방법이다. 오히려 전기를 더 많이 쓰기 때문이다. 의외인가?
에어컨을 작동시키면 압축기는 열을 이동시키기 위해 힘차게 움직인다. 즉, 전력을 많이 소비한다. 그리고 온도가 낮아져서 설정 온도에 도달하면 천천히 움직이면서 그 상태를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다시 더워지면 압축기는 또 열심히 움직인다.
이처럼 에어컨의 ON/OFF가 반복되면 압축기가 힘차게 움직이는 빈도가 늘어나며 전력 소비가 많아진다. 다이킨공업주식회사의 자체 실험에 따르면 약 30분 정도의 외출, 자리비움이라면 끄지 않고 계속 켜두는 게 전력 소비가 더 적다고 한다.
온도를 낮추기보단 바람을 세게
에어컨을 작동시키고 설정 온도에 도달했는데도 시원하지 않다면 보통 어떻게 할까? 대부분 온도를 더 낮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조작하면 더 많은 열을 운반해야 하니 압축기는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즉, 전기를 많이 소비하게 된다.
이럴 때는 온도를 낮추기보다 바람의 세기를 조절하는 걸 권한다. 실제 온도는 그대로지만 바람의 세기가 강해지면 체감 온도는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팬을 세게 돌리는 데 필요한 전기가 압축기로 설정 온도를 1도 낮추는 전기보다 훨씬 더 적으므로 전기료 절감에도 좋다.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를 같이 틀면 더 좋다. 다만, 팬 소리가 커지므로 조금 시끄러워질 수는 있다.
바람 세기는 자동을 권장
혹시 전력 소비를 줄인다고 바람 세기를 ‘약’으로 설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바람 세기를 ‘약’으로 설정하면 순환하는 공기의 양이 줄어들면서 열을 내보내는데 시간이 더 소요된다. 그만큼 압축기는 더 오래 열심히 일해야 하고, 이는 전기료로 이어진다.
만약 바람 세기를 ‘자동’으로 설정하고 에어컨을 작동시킨다면 처음에는 열이 많으니 바람 세기가 ‘강’으로 작동해서 신속하게 공기를 순환시킴으로써 열을 배출하고 실내는 빨리 시원해진다. 그리고 실내가 어느 정도 시원해지면 바람 세기가 ‘약풍’ 또는 ‘미풍’으로 바뀌면서 온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즉, 압축기는 설렁설렁 일해도 되는 것이다.
Tip 3. 온도 불균형을 줄이자
냉방 중에는 바닥 쪽과 천장 쪽의 온도가 다르다.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통 에어컨(벽걸이 타입, 스탠드 타입 모두)은 바닥보다 천장과 가까운 쪽에 자리한다. 실내기가 빨아들인 공기 온도를 통해 실내 온도를 측정해서 에어컨이 작동하므로 온도 불균형이 심한 실내에서는 ‘아직 설정 온도에 도달하지 못했구나’라고 판단해 에어컨은 불필요하게 열심히 작동하게 된다. 즉, 전기료가 더 나오는 것이다.
풍향은 아래쪽이 아니라 수평으로
차가운 공기는 바닥으로 내려앉기 때문에 에어컨의 바람 방향은 수평으로 조절하는 편이 좋다. 실내기가 더운 공기를 측정하지 않고 시원한 공기를 측정하므로 에어컨이 불필요하게 열심히 작동하지 않고, 에어컨 바람이 직접 몸에 닿는 불편함을 방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른 시원해지고자 필자도 풍향을 아래로 맞춰놓고 사용했는데, 반성할 부분이다.
공기를 순환시키자
풍향을 수평으로 해두어도 냉방이 계속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위, 아래에 온도가 차이나게 된다. 이때 선풍기나 서큘레이터 등을 함께 작동시키면 냉기를 더 멀리, 그리고 방 골고루 전달할 수 있다. 체감 온도도 빠르게 낮아지며 당연히 전기료도 더욱 절약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제안, ‘에어컨과 쾌적한 여름 나기 방법’
마지막으로 삼성전자가 제안하는, 에어컨과 함께 쾌적한 여름 나기 방법 4가지를 소개한다. ‘청.정.확.인.’이라 명명한 4가지 방법은 앞서 본문 내용과 겹치는 부분도 있고,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도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방법 1. ‘청’소
에어컨 사용 전 먼지 거름 필터부터 청소해야 한다. 에어컨은 실내 공기를 흡입하여 먼지 거름 필터와 열교환기를 거쳐 시원한 바람으로 배출하기 때문에 먼지 거름 필터는 항상 깨끗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필터는 중성세제를 푼 미지근한 물을 부드러운 솔에 묻혀 세척 후 물로 충분히 헹군 뒤 그늘에서 12시간 이상 말려 사용하면 된다.
방법 2. ‘정’리
실외기 주변도 깨끗하게 정리해야 한다. 냉방 중 실외기에서 나오는 따뜻한 바람이 외부로 방출돼야 에어컨을 최적의 상태로 사용할 수 있다. 에어컨 가동 중엔 실외기실 환기창을 반드시 열어둬야 하고 실외기 주변에 공기 순환을 방해할 수 있는 짐을 쌓아두면 안 된다.
방법 3. ‘확’인
에어컨 전원 코드 연결, 차단기 상태도 확인해야 한다. 겨울철 사용하지 않는 에어컨 전원 코드를 빼거나 차단기 스위치를 내려 둔 경우가 많아 사용 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정집 차단기는 대체로 신발장, 부엌, 현관 입구 등에 있다.
방법 4. ‘인’공지능 진단
삼성전자의 통합 연결 플랫폼인 스마트싱스를 활용하면 AI가 에어컨의 상태를 진단해 조치 방법까지 알려준다. 스마트싱스에 등록된 에어컨 선택 후 ‘인공지능 진단’ 기능을 실행하면 ▲실내, 실외 흡입 온도, ▲냉매량, ▲모터 동작 상태 등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진단 결과에 따라 추가 확인이 필요한 항목은 ▲자가 조치 방법 안내, ▲콘택 센터 전문 상담, ▲출장 서비스 접수 등과 연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