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디자인 방법론을 모색하는 2024 Adobe Make IT 컨퍼런스
생성형 AI가 본격적인 화두로 떠오른 지금, AI는 디자이너의 작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또 디자이너는 AI의 활용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눈앞까지 다가온 AI의 발전상을 가늠할 수 있는 컨퍼런스 ‘2024 Adobe Make IT’이 4월 15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행사 입장 구역에 만들어진 거대한 줄이 AI에 대한 관련 업계 종사자의 관심을 실감케 했다. 그랜드볼룸 앞 로비에는 틱톡, 엔비디아의 스폰서 부스와 함께 커피와 쿠키 등의 다양한 간식이 준비됐고 정해진 해시태그로 SNS에 행사를 인증하면 볼펜과 뱃지 같은 사은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먼저 어도비 측에서 자사 소프트웨어를 통한 생성형 AI의 신기능을 시연했다. 어도비 파이어플라이의 컨셉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최종 광고 이미지를 직접 촬영이 아닌 가상 작업을 통해 생성했다.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제어판의 Beta 앱에서 Substance 3D 앱으로 파스텔톤 구름 패턴이 있는 플라스틱 재질 4가지가 생성됐고, 이를 불러온 후 편집을 통해 화장품 패키지의 텍스처링을 완료했다.
이렇게 만든 이미지를 가상 배경에 배치하고 렌더링을 완료, 마지막으로 이를 어도비 포토샵으로 가져와서 AI 후보정 작업 후 카피와 로고를 넣어 포스터 작업을 마쳤다. 만약 생성된 이미지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재생성이 가능했다. 시연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는 가로였는데, 포맷을 세로로 바꿀 경우 생성형 AI의 채우기 기능을 통해 아트보드 상의 빈 영역을 자연스럽게 채워 주었다. 어도비 프로그램이 지닌 연계성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이어서 QR코드를 통한 질문 시간이 이어졌다.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어도비 관계자는 저장용량은 요금제에 따라 좌우되며 클라우드 기반으로 동작하기에 방화벽 같은 보안 프로그램이 있다면 동작이 제한될 수 있다는 답변을, 또한 AI의 급격한 발전이 우려된다는 질문에는 AI 자체는 경쟁상대가 아니며, AI를 잘 활용하는 디자이너/마케터가 자신의 진짜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AI에 대한 막연한 걱정보다는 이를 자신의 창작에 어떻게 활용할지 구상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이었다.
이어서 어도비 프로그램을 활용한 고객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우아한청년들 김관우 파트장이 스테이지에 올라 어도비 파이어플라이를 통한 이미지 생성을 시연했다. 우아한청년들은 마케팅 디자인을 위해 상당히 많은 이미지가 필요한데, 빠른 시간에 여러 배너 디자인을 도출해야 하지만 촬영 장소나 조건이 수월하지 않은 경우에는 시간제한이 있어 힘들었지만 파이어플라이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로 작업 속도를 높였다는 내용이었다.
발표 후 질문 시간이 이어졌다. 파이어플라이를 쓴다면 기존 아날로그 작업은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디자이너가 수공으로 제작한 캐릭터(배달이)가 아직까지는 대체 불가능한 고유성을 갖기에 병용하고 있으나 리소스 측면에서 파이어플라이는 리소스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답했다. 초기엔 생성형 AI 활용을 부정적으로 생각했지만 파이어플라이를 활용하니 훨씬 많은 시안과 빠른 퍼포먼스를 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파이어플라이 때문에 해당 업무 필요 인원이 감소하진 않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TO의 감소보다는 단순한 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답했다. 200여 명에 달하는 배민 디자이너가 비슷한 디자인 톤을 가질 수 있었던 과정과 비결에 대해, ‘한 사람이 한 것처럼’이라는 프로젝트로 배달의민족만의 브랜드 자산 적응 훈련을 거쳤다고 답했다. 프롬프트 명령어를 잘 사용할 수 있는 요령에 대해서는 등장이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영어로 작성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다음 순서로 송길영 작가가 ‘시대예보: 코파일럿은 퇴근하지 않는다’는 제목으로 시대 변화에 따른 개인의 역할 변화를 설명한 데 이어 스매치 코퍼레이션 조중현 CDO(최고디자인책임자)가 자사 디자인팀에서 생성형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조중현 CDO는 ‘디자인 리소스를 효율화하려면 브랜드 코어를 잘 만들면 된다’라는 화두를 던지며 사무공간 임대차 전문 컨설팅업을 수행하는 스매치의 기본 디자인 방향을 소개했다. 이후 파이어플라이를 통해 원하는 이미지를 얻어내는 방법을 설명했다. 생성형 AI를 통해 결과물을 얻고, 나온 결과물을 다시 합성하여 직접 촬영하는 것과 다를 바 없거나 오히려 더 좋은 이미지를 얻어내는 과정을 감각적인 아트웍으로 선보였다.
완성된 매장의 소개 이미지 제작을 위해, 기존에는 촬영 기획안 제작과 휴일근무수당, 담당자, 디자이너 연기까지 고려해야 했는데 어도비의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촬영 기획안이 없고 토요일 늦잠 가능하고 어도비 파이어플라이 하나만 있으면 되어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사내 카페 관련 BX 디자인을 예로 들면서, 바리스타의 실제 컷과 더 자연스러운 생성형 AI의 컷을 비교하며 AI의 발전상을 설명했다. 또한 아예 빈 컵에 카페라떼를 채우는 이미지 예시를 선보임으로써 생성형 AI의 우수함을 소개했다.
조중현 CDO는 AI를 통해 디자인 리소스를 효율화하면 브랜드를 깊이 있게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 시간은 차별화된 브랜드 미감을 고민하는 시간으로 남겨야 하며 기존에는 결과물 생산에 급급한 조직이었다면 앞으로는 빠른 생산을 바탕으로 우리 브랜드의 타겟 커뮤니케이션이 유효한지 실험해볼 수 있는 조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질문 시간에 나온 AI로 브랜드 코어도 확립할 수 있을까 하는 주제에는 ‘AI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코어야말로 인간이 확립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지막 순서로 MUE 스튜디오의 강민진, 김미주 대표가 ‘AI로 변화하는 비주얼 컨텐츠 제작’이라는 제목으로 MUE 스튜디오에서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어렵거나 효율이 적은 부분을 보완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고 설명했다. 또한 AI로 가상 모델을 생성하는 AI 메이드 휴먼 ‘우주’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를 통해 생성형 AI 기술은 광고 분야에 특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했다고 한다.
강민진, 김미주 대표는 생성형 AI 활용 결과, 디자인 초기의 아이데이션 바리에이션 작업에서는 강력하지만 디테일에서는 아직 한계점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의 발전상이 기대되는 만큼 꾸준히 관련 분야를 공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AI가 활성화된 시대 디자이너의 역할은 큐레이션, 그리고 이미지를 쓸까 말까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디자이너로서 툴을 기술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이라는 큰 그림을 보고 적재적소에 이용할 수 있게끔 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계의 디자인 산업을 30년 넘게 선도하고 있는 어도비답게 이번 ‘2024 Adobe Make IT’ 컨퍼런스 역시 이미지 분야에서 신기술의 발전상을 한눈에 느낄 수 있는 행사였다. AI 시대 인간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서도 유용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